스탠다드차타드 7000명 감원 등 사무직까지 위협
호르무즈 봉쇄 에너지 위기마저 AI 가속 요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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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현지시간)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동남아 주요국은 AI 가치사슬 진입에 속도를 내고 있다. 말레이시아 정부 자료 기준 2025년 반도체 수출은 약 1170억 달러(약 178조 원)로 총 수출의 4분의 1을 차지했고, 완공·계획 단계 데이터센터가 140곳을 넘어 투자 규모가 60억 달러(약 9조1000억 원)를 웃돈다.
싱가포르는 지난 19일 구글·오픈AI와 최소 2억3400만 달러(약 3550억 원) 규모 계약을 체결해 역내 AI 허브 위상을 굳혔고, 태국도 지난해 8월 약 7억7400만 달러(약 1조1700억 원) 규모 AI 통합 계획을 승인했다. 그러나 이 같은 호황의 이면에서는 노동·에너지·자산시장 세 갈래의 부담이 동시에 커지고 있다.
쿠알라룸푸르에서 차량 호출 서비스 그랩(Grab) 운전사로 일하는 아누아르 후세인씨는 코로나19 대유행 당시 공장 일자리를 잃고 플랫폼 노동에 뛰어든 동남아 긱 이코노미 종사자 중 한 명이다. 6년이 지난 지금, 그 생명줄마저 흔들리고 있다. 싱가포르에 본사를 둔 그랩은 지난달 자율주행 AI 로보택시 시범 서비스를 연내 싱가포르에서 개시한다고 발표했다.
그는 "코로나 때 일자리를 잃은 그 많은 사람이 차량 호출에 매달렸는데, 로보택시가 자리 잡으면 나는 일자리를 잃는다"고 토로했다. SCMP는 동남아 긱 이코노미 형태로 약 4000만 명이 일하고 있지만 이들 대다수가 연금·건강보험·해고보호 같은 어떤 안전망도 갖지 못한다면서 "자동화는 곧 생존 위협"이라고 전했다.
사무직 사정도 다르지 않다. 영국계 다국적은행 스탠다드차타드는 지난 19일 인도·말레이시아·폴란드의 백오피스 인력 7000여 명을 2030년까지 AI로 대체하겠다고 밝혔다. 빌 윈터스 최고경영자(CEO)는 로이터통신에 "비용 절감이 아니라 일부 저부가가치 인적 자본을 우리가 투입하는 금융·투자 자본으로 대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HSBC는 지난 3월 AI 전환의 일환으로 최대 2만 명 감원 계획을 발표했고, 같은 달 일본 미즈호은행도 향후 10년간 일본 내 사무 인력 5000명을 AI로 대체하겠다고 밝혔다. 노동의 몫은 이미 쪼그라드는 흐름이다. 국제노동기구(ILO)에 따르면 글로벌 산출 중 노동의 몫은 2024년까지 10년간 0.6%포인트 떨어진 52.4%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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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로소프트의 비벡 차트라스 말레이시아 클라우드 솔루션 책임자는 "AI 도입이 늦어지기는커녕 가속화되고 있다"며 "에너지 위기로 기업 마진이 압박받으면 경영진은 결국 '사람이 하던 일을 더 나은 방식으로 처리할 수 있는가'를 묻게 된다"고 말했다.
대만 델타일렉트로닉스의 리리 모우 동남아 자동화 책임자도 이달 초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린 세미콘 동남아시아 콘퍼런스에서 "되돌릴 수 없다. 기계를 시뮬레이션으로 검증할 수 있는 세상에서 실물을 만들어 시행착오를 거치던 시대로는 돌아갈 수 없다"고 말했다. 글로벌 컨설팅사 맥킨지가 지난 2월 발표한 조사에서도 동남아 대기업의 3분의 2가량이 이미 AI를 전면 도입했거나 도입을 확장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자동화 속도가 빨라지는 사이, 정작 노동자 보호망은 좀처럼 따라붙지 못하고 있다. 세계은행은 지난해 6월 보고서에서 각국에 AI 직무 교육 확산과 실직 노동자 보호 정책을 동시에 추진할 것을 권고했지만, 동남아 다수 국가에서 기초적인 AI 직무·윤리 교육 보급은 여전히 더디다고 SCMP는 전했다. 이미 경제적 한계선에 놓인 수많은 동남아 노동자에게 '실업'과 '빈곤 임금 노동' 사이의 구분은 학술적 논의에 그칠 수 있다는 것이 SCMP의 진단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