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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운동회 아이들 함성은 ‘민원’…유세차량은 ‘무제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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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이진희 기자

승인 : 2026. 05. 26.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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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희 기자.
6·3 지방선거 공식 선거운동이 21일부터 시작됐다. 어느 도시나 마찬가지지만 선거철이면 도심 주요 네거리는 요란 시끌벅적하다.

대전도 둔산동 출근길, 대전역 앞 횡단보도, 유성온천역 일대 어디서든 선거 음악과 확성기 소리가 귓전을 때린다.

뽑을 만한 일꾼을 찾기도 쉽지 않은 선거판에서, 시민들은 후보 선택의 고민보다 먼저 유세차 소음부터 견뎌야 한다.

더 볼썽사나운 것은 그들의 후안무치다. 정작 시민을 위해 일하겠다고 나선 후보들은 시민들의 고막과 망막의 고통에는 아랑곳 않는다.

이 더운 여름날, 휴일 휴식을 취하는 시민들에게 후보들 확성기 선거운동은 매미 소리만큼 우악스럽다.

통행이 불편하고, 대화가 끊기고, 아이와 노인, 환자들이 소음에 노출돼도 선거운동이라는 명분 뒤에 숨으면 하소연할 곳이 없다.

현행 공직선거법상 유세차량 확성장치는 일정 기준안에서 사용할 수 있다. 차량 부착용 확성장치의 음압 수준은 127dB을 넘을 수 없다. 전투기 이착륙 소음이 120dB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제도상 허용 기준이 과연 현실적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시간도 길다. 공개장소 연설·대담용 확성장치는 오전 7시부터 오후 9시까지 사용할 수 있고, 녹음·녹화물은 더 늦은 시간까지 허용된다. 하루 대부분의 시간 동안 시민의 귀가 선거운동에 노출되는 셈이다.

더 씁쓸한 것은 우리 사회가 다른 소리에는 갈수록 예민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학교 운동회 소음은 민원이 되고, 학교는 행사를 앞두고 주민에게 양해를 구한다. 마이크 사용을 줄이고, 시간을 조정하고, 프로그램을 조심스럽게 운영한다. 아이들이 1년에 한두 번 뛰고 응원하는 소리에도 공동체의 이해를 먼저 구하는 시대다.

그런데 선거철 유세차량 앞에서는 기준이 달라진다. 시민에게는 양해가 요구되고, 후보자에게는 관용이 주어진다. 학교 운동회에는 "조용히 해달라"는 민원이 향하면서, 유세차 확성기에는 "선거니까 어쩔 수 없다"는 말이 붙는다. 이중적인 기준이다.

혹자는 말한다. 민주주의는 원래 시끄러운 것이라고. 맞는 말이다. 다만 그것은 소리의 크기가 아니라 다양한 관점과 의견이 공존한다는 뜻이다. 민주주의의 시끄러움은 토론과 비판, 참여의 활기에서 나와야 한다. 확성기 음량과 로고송 반복, 상대를 깎아내리는 구호에서 나와서는 안 된다.

정치권은 시민의 삶을 말한다. 그렇다면 선거운동부터 시민의 삶을 방해하지 않는 방식이어야 한다. 더 큰 소리로 이름을 알리는 것이 아니라, 더 설득력 있는 말과 더 책임 있는 태도로 유권자에게 다가가야 한다.

선거는 민주주의의 축제라고 한다. 그러나 축제도 누군가에게 일방적인 소음이 되는 순간 민폐가 된다. 아이들의 운동회에는 민원이 쏟아지고, 유세차 확성기에는 관용이 요구되는 사회라면 그 기준은 다시 물어야 한다. 이제는 표를 달라는 외침보다, 시민에게 소음을 감내시키는 구시대적 선거운동 제도부터 손볼 때다.
이진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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