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프로비엠, 양극재 품질 예측·AI 자율제조로 중국 추격 대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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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강 공장에서는 휴머노이드와 사족보행 로봇이 사람 대신 설비를 점검하고, 배터리 소재 공장에서는 AI가 품질을 예측해 생산 조건을 스스로 조정한다.
정부가 추진하는 제조 AI 전환(M.AX)이 산업 현장에서 고위험 작업을 줄이고 생산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빠르게 확산되는 모습이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는 고위험 제조 현장에 AI와 로봇을 적용하는 M.AX 프로젝트를 산업 전반으로 확대하고 있다. 특히 숙련 인력 감소가 가속화되는 상황에서 현장 노하우와 암묵지를 데이터로 축적해 AI로 전환하는 작업이 본격화되고 있다.
◇1500도 쇳물 앞에 선 '휴머노이드'
M.AX는 제조업 전반에 AI를 접목해 생산성과 안전성을 동시에 높이기 위한 정부 전략이다. 사무·서비스 영역에 머물렀던 AI가 최근에는 로봇과 센서, 데이터 기술이 결합된 '피지컬 AI' 형태로 철강·배터리·조선 등 생산 현장 깊숙이 들어가고 있다.
한국로봇융합연구원은 포스코와 함께 고로 주변 고위험 작업을 대체할 AI 로봇 시스템을 개발 중이다. 핵심은 고로에서 나온 용선의 온도를 측정하고 샘플을 채취하는 작업을 휴머노이드 로봇이 대신 수행하는 것이다.
용선 샘플링은 쇳물 품질과 고로 상태를 확인하는 필수 작업이지만 작업자가 1500도 안팎의 고온 환경에 직접 접근해야 해 위험 부담이 크다. 연구진은 휴머노이드가 측온 장비를 다루고 시료를 채취하는 작업을 수행하는 시연까지 마쳤다.
한국로봇융합연구원 관계자는 "용선 샘플링은 자주 할수록 품질 관리에 유리하지만 현장 환경이 위험해 작업 횟수에 한계가 있었다"며 "로봇 자동화를 통해 안전성과 데이터 확보 수준을 동시에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설비 유지·보수 분야의 자동화도 추진되고 있다. 철광석과 코크스를 운반하는 벨트컨베이어의 롤러 이상을 AI가 먼저 감지하고, 모바일 매니퓰레이터 로봇이 현장으로 이동해 부품을 교체하는 방식이다.
기존에는 작업자가 소리와 열, 진동 등을 직접 확인해 이상 여부를 판단했지만 앞으로는 음향 센서와 열화상 카메라, AI 분석 모델이 이상 징후를 선제적으로 탐지하게 된다.
한국로봇융합연구원은 올해 하반기부터 실내 테스트 데이터를 축적한 뒤 실제 제철소 현장 검증에 나설 계획이다. 연구진은 벨트컨베이어 설비가 철강뿐 아니라 광산·발전소 등 다양한 산업에 활용되는 만큼 기술 확장성도 높게 평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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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는 이 같은 로봇 기술을 통합관제 시스템과 연결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디지털 트윈 기반 로봇 통합관제 플랫폼을 구축해 로봇 위치와 상태, 수집 데이터, AI 진단 결과를 실시간으로 관리하는 체계를 마련하고 있다.
포항제철소에서는 사족보행 로봇이 고로 주변을 순찰하며 열화상 카메라와 센서를 활용해 풍구 주변 온도와 설비 상태를 점검하는 시연도 진행됐다. 풍구는 고로에 고온의 바람을 공급하는 핵심 설비로 이상이 발생할 경우 조업 안정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포스코 관계자는 "풍구 주변은 고온으로 인해 작업자의 접근이 쉽지 않은 구역"이라며 "로봇이 온도 이상이나 누출 징후를 감지하면 관제 시스템을 통해 즉시 위험 상황을 파악할 수 있다"고 말했다.
포스코는 이미 고로 내부 온도와 압력, 가스 성분 등을 실시간 분석하는 스마트고로 기술을 운영 중이다. 이번 M.AX 과제는 조업 최적화보다 설비 유지·보수와 안전관리 영역에 초점을 맞췄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철강업계가 M.AX에 주목하는 가장 큰 이유 역시 안전이다. 고로 주변은 고열·고압 설비가 밀집돼 있고 쇳물 출선 작업의 위험도도 높다.
포스코 관계자는 "제철소는 대표적인 설비 산업으로 고열·고압 작업이 많다"며 "사람이 위험 구역에 직접 들어가지 않아도 되는 환경을 만드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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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터리 소재 분야에서는 에코프로비엠이 AI 기반 자율제조 시스템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에코프로는 포항 캠퍼스에 양극재와 전구체, 리튬, 리사이클링 공정을 통합한 클로즈드 루프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생산 데이터와 공정 조건이 모두 핵심 기술로 분류되는 만큼 데이터 활용 역량이 경쟁력의 핵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에코프로가 AI 전환에 적극 나서는 배경에는 중국과의 경쟁이 있다.
송호준 에코프로 대표는 "중국은 배터리 관련 인력 규모가 한국보다 30배 이상 많다"며 "AI를 통해 시행착오를 줄이고 생산 효율을 높인다면 새로운 경쟁 우위를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에코프로비엠은 양극재 생산 과정의 품질을 예측하고 생산성을 높이는 AI 자율제조 시스템을 개발 중이다. 특히 외부에서 직접 확인하기 어려운 소성로 내부 공정 데이터를 분석해 품질 변화를 예측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이를 위해 제조실행시스템(MES), 설비관리시스템, 품질관리시스템, 센서 데이터 등을 통합하는 데이터 플랫폼을 구축했다. 현재 5년치에 달하는 약 20TB 규모의 데이터를 확보한 상태다.
품질 예측 정확도도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 기존에는 검사 결과가 나오기까지 최대 6시간 이상이 걸렸지만 AI 모델을 통해 품질 결과를 사전에 예측하고 불량 원인을 분석할 수 있게 됐다. 현재 품질 예측 AI 정확도는 99.6% 수준까지 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설비 점검 분야에서도 자율이동로봇(AMR)이 도입되고 있다. 음향 센서와 열화상 카메라, 고성능 카메라를 탑재한 로봇이 생산라인을 순찰하며 설비 이상을 감지하는 방식이다.
에코프로는 향후 생산·품질·설비·안전·환경 데이터를 AI 통합관제센터에서 관리하고, 2030년까지 휴머노이드 기반 자동화 체계 구축도 추진할 계획이다.
◇제조업 경쟁력의 새 기준 된 '피지컬 AI'
산업계는 M.AX 확산이 단순한 자동화를 넘어 제조업 경쟁 방식 자체를 바꿀 것으로 보고 있다. 기존 자동화가 정해진 동작을 반복하는 수준이었다면 피지컬 AI는 현장 데이터를 학습해 이상 상황을 판단하고 작업을 스스로 조정하는 단계로 진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고온·고위험·분진 환경에서 AI 로봇이 사람을 대신할 경우 산업재해 예방과 생산성 향상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부 역시 제조업 AI 전환을 산업 경쟁력 강화의 핵심 수단으로 보고 있다. 철강은 설비 점검과 안전관리, 배터리는 품질 예측과 공정 자율화, 조선은 용접·검사·자율운항 등으로 적용 범위가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결국 M.AX가 가장 먼저 바꾸고 있는 것은 생산 현장의 위험한 작업에서 사람을 분리하는 일이다. 제조업의 AI 혁신은 효율성 향상을 넘어 '사람을 더 안전하게 만드는 기술'로 진화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