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즈벨로드롬, 경기장 넘어 관광자원 되다 도쿄올림픽 유산 자전거관광 거점으로 日이즈, 스포츠시설 사후활용 실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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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올림픽 트랙사이클 경기가 열린 일본 시즈오카현 이즈시의 이즈벨로드롬 내부. 이즈시는 올림픽 유산을 자전거 관광과 시민 체험 거점으로 활용하고 있다./최영재 도쿄 특파원
일본 시즈오카현 이즈시의 산길을 따라 버스가 올라가자 숲 사이로 거대한 실내 경기장이 모습을 드러냈다. 도쿄올림픽 트랙사이클 경기가 열린 이즈벨로드롬이다. 올림픽이 끝난 뒤 대형 경기장이 지역의 부담으로 남는 경우가 적지 않지만, 이즈벨로드롬은 문 닫힌 기념물이 아니었다. 5km 서킷과 산악자전거 코스, 정비공방, 어린이 체험시설과 이어진 자전거 종합단지의 중심에 놓여 있었다.
지난 5월29일 찾은 재팬사이클스포츠센터(Japan Cycle Sports Center)는 경기장 하나가 아니라 산 전체를 활용한 자전거 체험 공간에 가까웠다. 안내도를 펼치자 이즈벨로드롬만 보이지 않았다. 5km 서킷, 산악자전거(MTB) 코스, 사이클 모노레일, 가족용 자전거, 어린이 광장, BMX 성격의 체험시설이 빼곡히 표시돼 있었다. 올림픽 경기장이 단지 안의 한 시설이고, 그 주변을 생활체육과 관광 콘텐츠가 둘러싸는 구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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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pan Cycle Sports Center 안내도. 이곳에는 이즈벨로드롬뿐 아니라 5km 서킷, 산악자전거 코스, 가족용 자전거 체험시설 등이 조성돼 있다./최영재 도쿄 특파원
Japan Cycle Sports Center의 사토 가즈히로 사무국장은 현장 브리핑에서 이곳이 자전거를 '보는 곳'에 그치지 않고 직접 타고 배우는 공간이라는 점을 설명했다. 실제 동선도 그 설명을 따라 움직였다. 일행은 먼저 5km 서킷 대여 장소와 자전거 정비공방을 둘러본 뒤 산악자전거 코스로 향했고, 마지막으로 이즈벨로드롬 내부에 들어갔다.
5km 서킷은 일반 도로와 분리된 전용 코스였다. 자동차와 섞이지 않고 오르막과 내리막을 달릴 수 있도록 설계돼 있어 가족 단위 방문객과 초보자도 자전거를 스포츠로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었다. 평탄한 공원 산책로가 아니라 실제 산지 지형을 살린 코스라는 점이 눈에 띄었다. 이즈의 지형은 교통 접근성에는 약점이지만, 자전거 코스로 바꾸면 그대로 관광자원이 된다.
산악자전거 코스에서는 이즈의 숲과 경사가 더 선명하게 드러났다. 흙길과 굴곡, 나무 사이로 이어지는 길은 일반 관광지 산책로와 달랐다. 자전거를 타고 몸으로 통과해야 이해되는 공간이었다. 사토 사무국장은 이 같은 코스가 단순한 놀이시설이 아니라 자전거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에게도 자전거 문화를 체험하게 하는 장치라는 취지로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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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pan Cycle Sports Center의 사토 가즈히로 사무국장이 올림픽 이후 시민 시설로 활용되고 있는 산악자전거 코스를 설명하고 있다./최영재 도쿄특파원
이즈벨로드롬 내부에 들어서자 분위기는 다시 바뀌었다. 바깥의 산악자전거 코스가 숲과 흙의 공간이라면, 실내 트랙은 속도와 기술의 공간이었다. 관람석 아래로 가파른 목재 트랙이 벽처럼 솟아 있었고, 매끄러운 주로는 도쿄올림픽 당시의 긴장감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었다. 트랙 위를 도는 선수들의 움직임만으로도 이곳이 여전히 살아 있는 경기장임을 보여줬다.
이즈벨로드롬의 의미는 여기서 분명해졌다. 대형 국제대회가 끝난 뒤 경기장을 전시물처럼 남겨두는 것이 아니라, 5km 서킷과 MTB 코스, 정비공방, 가족 체험시설과 연결해 일상적으로 쓰는 구조를 만든 것이다. 전문선수 훈련장과 시민 체험시설이 한 단지 안에 공존하면서 올림픽 유산은 '과거의 기억'이 아니라 현재의 인프라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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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팬사이클스포츠센터(Japan Cycle Sports Center)에서 일반 시민들에게 자전거를 대여하는 곳. 체형에 맞춰서 자전거를 선택할 수 있다./최영재 도쿄특파원
한국 지방자치단체에도 이 대목은 시사점이 크다. 국제대회나 전국체전을 위해 지은 경기장은 행사가 끝나면 운영비와 활용도 문제가 반복된다. 시설 자체를 보존하는 것만으로는 지역경제 효과가 생기지 않는다. 시민이 접근할 수 있는 체험 프로그램, 외부 방문객을 끌어들이는 코스, 장비 대여와 정비 같은 기본 인프라가 함께 붙어야 경기장은 비용이 아니라 자산이 된다.
이즈의 실험은 새 시설을 더 짓는 방식이 아니다. 이미 있는 올림픽 트랙과 산지 지형, 자전거 문화를 하나의 동선으로 다시 묶는 작업이다. 숲길의 MTB 코스에서 시작해 5km 서킷을 지나 이즈벨로드롬의 목재 트랙으로 이어지는 길은 이 도시가 올림픽 유산을 어떻게 다시 쓰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이즈벨로드롬은 끝난 올림픽의 흔적이 아니라, 지금도 시민과 선수, 관광객이 오가는 자전거 도시의 현재형 자산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