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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선거판을 뒤덮은 ‘괴담 정치’, 누가 민주주의를 인질로 잡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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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우 기자

승인 : 2026. 06. 29. 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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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우 전국부 기자
선거는 민주주의의 축제다. 유권자는 후보의 정책과 비전, 도덕성과 자질을 비교해 공동체의 미래를 결정한다. 그러나 선거가 사실과 검증 대신 거짓과 음모, 인신공격으로 얼룩지는 순간 민주주의는 축제가 아니라 가장 추악한 정치 전쟁으로 변질된다.

6·3 경남 양산시장 선거 과정에서 불거진 이른바 '영상 괴담'은 우리 정치의 병든 민낯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특정 후보와 가족을 겨냥한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소문이 선거판을 뒤덮었고, 존재 여부조차 확인되지 않은 영상을 기정사실처럼 언급하며 특정인을 배후로 지목하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일부에서는 이 괴담이 조직적으로 확산되며 유권자의 표심을 흔드는 수단으로 활용됐다는 의혹도 나온다.

만약 이 의혹이 사실이라면 이는 단순한 흑색선전이나 네거티브 선거가 아니다. 민주주의의 근간을 뒤흔드는 정치적 범죄이자 집단적 인격 살인이다.

선거는 경쟁자를 정책으로 이겨야 한다. 상대 후보의 가족을 끌어들여 확인되지 않은 소문을 퍼뜨리고, 자극적인 괴담을 무기로 삼아 표를 얻으려 했다면 그것은 정치가 아니다. 민주주의라는 제도를 이용해 상대의 명예와 인격을 파괴하는 비열한 공작이며, 공동체의 신뢰를 무너뜨리는 집단적 폭력에 불과하다.

괴담 정치는 늘 같은 방식으로 움직인다. 처음에는 "들었다"는 말로 시작된다. 곧 "있다더라"는 소문으로 번지고, 결국 "사실 아니냐"는 의심으로 둔갑한다. 진실 여부는 중요하지 않다. 의혹 자체가 목적이 되고, 상대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기는 것이 목표가 된다. 선거가 끝난 뒤 거짓으로 밝혀지더라도 이미 명예는 훼손되고, 가족은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안게 된다.

특히 피해는 후보 개인에게만 머물지 않는다. 배우자와 자녀, 부모와 손주까지 평생 감당해야 할 낙인으로 남는다. 선거의 승패는 몇 년이면 잊히지만, 근거 없는 괴담으로 한 가정이 입은 상처는 평생 회복되지 않을 수 있다. 그래서 괴담 정치는 가장 잔인한 정치이자 가장 비겁한 폭력이다.

이제 필요한 것은 추측도, 정치적 유불리를 따지는 계산도 아니다. 오직 진실이다.

실제 영상이 존재한다면 공개하면 된다. 존재하지 않는다면 누가, 어떤 경로를 통해, 어떤 목적을 가지고 이 같은 괴담을 만들고 퍼뜨렸는지 끝까지 밝혀내야 한다. 선거 과정에서 조직적인 유포와 공작이 있었다면 법적 책임은 물론 정치적·도덕적 책임 역시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 선거라는 이름이 거짓과 음모를 정당화하는 면죄부가 될 수는 없다.

민주주의는 거짓 위에 설 수 없다. 거짓이 승리하는 선거를 방치하는 순간 시민은 정치 자체를 불신하게 되고, 공동체는 분열과 혐오의 늪으로 빠져든다. 괴담이 표를 얻는 가장 손쉬운 무기가 되는 사회에서 다음 선거 역시 같은 방식의 폭력에 오염될 수밖에 없다.

이번 양산시장 선거 논란이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은 단 하나다.

과연 누가 권력을 얻기 위해 인간이 지켜야 할 마지막 선까지 넘으려 했는가. 그 답을 끝까지 밝히는 일은 특정 후보 한 사람의 명예를 회복하는 차원을 넘어선다. 그것은 거짓과 음모가 민주주의를 인질로 삼지 못하도록 막는 일이며, 선거의 품격과 공동체의 양심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책무다. 진실은 늦어질 수는 있어도, 끝내 침묵해서는 안 된다.
이철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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