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방산은 기회, 석화·자동차는 부담…산업 회복 'K자형' 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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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산업연구원(KIET)이 발표한 '미국-이란 종전 이후 호르무즈 리스크와 한국 산업 영향 및 대응 방향' 보고서에 따르면, 호르무즈 사태가 에너지·원자재·물류가 동시에 막힌 복합 공급망 충격이었다고 평가했다. 전 산업 기준 생산비 상승률은 3.7%, 서비스업은 1.3%로 추산됐다.
보고서는 이번 사태가 과거 중동발 석유 충격과 성격이 다르다고 봤다. 특정 산유국의 생산 차질이 아니라 단일 해협 봉쇄로 다수 산유국의 수출과 원자재 물류가 동시에 제약됐다는 이유에서다. 호르무즈 봉쇄로 하루 약 1580만 배럴, 전 세계 석유 공급의 약 15%가 시장 접근에서 차단됐고 충격은 원유와 액화천연가스(LNG)를 넘어 나프타, 헬륨, 요소, 황산 등 산업 원자재로 확산됐다.
종전 MOU의 안정성도 제한적이라고 평가했다. 군사행동 중단과 호르무즈 해협 재개를 위한 잠정 합의는 이뤄졌지만 제재 종료 일정, 핵 프로그램 처리, 이행 감시 체계 등 핵심 쟁점은 60일 내 후속 협상으로 넘어갔다. 특히 핵 문제는 사찰과 검증까지 포함해야 하는 최난도 의제인 만큼 단기간 내 최종 타결은 불확실하다는 분석이다.
통항 정상화에도 시차가 불가피하다. 해협 통항이 명목상 재개되더라도 기뢰 제거, 대기 선박 적체 해소, 선복 재배치, 보험 인수 재개 등이 순차적으로 이뤄져야 하기 때문이다. 보고서는 유가 등 일부 가격은 종전 기대감으로 빠르게 되돌아올 수 있지만, 전쟁위험보험료와 운임, 통항비용은 하방 경직성이 커 상당 기간 남을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실제 호르무즈 통항 선박의 전쟁위험보험료는 전쟁 전 선박 가치의 약 0.2% 수준에서 2~3% 수준까지 오른 것으로 추정됐다. 선가 1억 달러 선박 기준 보험료율이 0.4%포인트만 상승해도 항차당 약 40만 달러의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
품목별 회복 속도도 엇갈릴 전망이다. 유가는 종전 기대감으로 하락했지만 실제 공급 회복과 재고 보충 수요를 감안하면 올해 말까지 배럴당 70~80달러 수준에서 등락할 가능성이 제기됐다. 반면 LNG는 저장과 대체가 어렵고 유가 연동 장기계약 구조가 많아 하반기 도입단가가 후행적으로 상승할 수 있다. 이는 전력요금 인상 압력으로 이어져 반도체, 철강 등 전력집약 제조업의 비용 부담으로 전이될 수 있다.
산업별 영향은 뚜렷하게 갈릴 것으로 전망됐다. 조선은 LNG 공급선 다변화와 미국 LNG 프로젝트 확대에 따른 고부가 LNG 운반선 수요가 기회 요인으로 꼽혔다. 중소형 탱커 역시 대체 산지와 항로 투입이 비교적 용이해 발주 수요가 견조할 가능성이 있다. 다만 중동~아시아 직항 의존도가 큰 초대형원유운반선(VLCC)은 통항 차질이 장기화될 경우 물량 충격을 받을 수 있다.
방산은 걸프 지역의 미사일·드론 방어 수요와 조달선 다변화 흐름 속에서 수출 기회가 확대될 가능성이 제기됐다. 한국은 신뢰성, 가격, 납기, 상호운용성을 갖춘 중간층 방공체계 공급자로 부상할 여지가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국내 생산능력과 부품망, 인력 확보가 수출 확대의 병목으로 작용할 수 있다.
반도체는 단기 충격은 제한적이나 전력비와 특수가스 리스크를 계속 관리해야 하는 산업으로 분류됐다. 사우디아라비아 HUMAIN, 아랍에미리트(UAE) G42 등 걸프 지역 AI 데이터센터 투자가 서버용 메모리와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로 이어질 가능성은 기회 요인이다.
반면 석유화학은 종전 이후 중동산 공급이 복귀하면서 글로벌 공급과잉이 다시 부각될 가능성이 크다. 중국발 증설 부담까지 겹치면서 단기 수익성 회복은 지연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자동차도 중동 지역 지연 수요 회복은 기대되지만 미국과 유럽 등 주력 시장의 고유가, 고금리, 관세 부담, 소비심리 둔화가 회복을 제한할 수 있다.
건설은 약 340억~580억 달러 규모의 복구 수요가 기회로 제시됐다. 다만 자재비와 금융비용 부담이 남아 있어 중동 수주는 단순 저가 경쟁보다 금융 조달, 현지화, 납기 관리, 전략성 중심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크다.
보고서는 종전 이후 산업 대응도 일률적이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통항·보험·운임·제재 리스크를 일시적 비용이 아닌 구조적 안보 비용으로 인식하고, 핵심 원자재별 최소 재고 기준과 전략비축 대상 확대, 장기계약 인센티브 등을 검토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피해 산업에는 비용 보전과 조달 안정 지원을, 기회 산업에는 금융·보증·현지화·수주 역량 강화를 지원하는 차등 대응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직접 수입하지 않는 품목이라도 제3국 생산공정의 핵심 투입재라면 시차를 두고 국내 공급망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만큼 조기경보와 모니터링 범위도 해외 생산국의 투입재 의존도까지 넓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