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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극의 힘…배우 한 명이 펼치는 무한한 무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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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혜원 기자

승인 : 2026. 07. 08.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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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나의 아내다'·'플리백' 나란히 공연
정체성과 욕망, 상처를 배우 한 명의 몸으로 풀어낸 화제작
연극 나는 나의 아내다 속 배우 지현준 두산아트센터 (2)
연극 '나는 나의 아내다' 속 배우 지현준. /두산아트센터
배우는 단 한 명이지만 무대 위에는 수십 명의 인물이 등장한다. 최소한의 무대와 소품, 배우의 몸과 목소리만으로 이야기를 완성하는 1인극이 올여름 공연계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서울 두산아트센터 스페이스111에서 공연 중인 '나는 나의 아내다'와 두산아트센터 연강홀 무대에 오른 '플리백'은 서로 다른 방식으로 인간의 정체성과 욕망, 상처를 들여다보는 작품이다.

'나는 나의 아내다'는 미국 극작가 더그 라이트의 퓰리처상·토니상 수상작으로, 실존 인물인 트랜스젠더 여성 샤로테 폰 말스도르프의 삶을 바탕으로 한다. 2013년 초연과 2014년 재연 이후 12년 만에 다시 무대에 오른 이번 공연은 올해 두산인문극장 주제인 '신분류학'에 맞춰 새롭게 각색됐다.

나치 독일과 동독 사회주의 체제를 모두 거친 샤로테는 성소수자의 버팀목이었던 동시에 동독 비밀경찰 슈타지 협력 의혹도 받았던 인물이다. 작품은 미국 극작가 더그가 그의 삶을 추적하는 과정을 통해 피해자와 가해자, 남성과 여성, 선과 악처럼 쉽게 구분할 수 없는 존재의 복합성을 보여준다.

가장 큰 특징은 배우 한 명이 35개 안팎의 역할을 오가는 모노드라마 형식이다. 지현준과 백석광은 샤로테를 비롯해 가족과 친구, 작가 더그 등 모든 인물을 오가며 경계 없는 정체성을 표현한다. 붉은 융단으로 둘러싸인 무대는 샤로테가 평생 수집한 물건들을 간직한 '보석함'을 형상화해 기억과 역사의 공간으로 기능한다.

연극 '플리백' 속 배우 김히어라 브러쉬씨어터
연극 '플리백' 속 배우 김히어라. /브러쉬씨어터
'플리백'은 영국 극작가이자 배우 피비 월러브리지가 쓰고 직접 연기해 세계적인 화제를 모은 여성 1인극으로, 이번이 국내 초연이다. 친구의 죽음과 가족, 연인과의 관계 속에서 죄책감과 자기혐오를 안고 살아가는 여성 플리백은 관객을 향해 성적인 농담과 욕설, 충동적인 행동을 거침없이 쏟아낸다. 자극적인 표현 이면에는 외로움과 상실, 사랑받고 싶은 욕망이 자리한다.

이번 공연은 김히어라, 김주연, 김규남이 각기 다른 플리백을 선보인다. 배우의 개성을 살리기 위해 무대와 조명, 음향까지 각각 다르게 구성한 점도 눈길을 끈다. 김히어라는 원작의 스탠드업 코미디 감각을 살렸고, 김주연은 드라마성을 강화했으며, 김규남은 두 스타일을 넘나드는 균형감을 보여준다.

두 작품은 같은 1인극이지만 접근 방식은 다르다. '나는 나의 아내다'가 사회가 만든 정체성의 경계를 질문한다면, '플리백'은 현대인의 가장 내밀한 상처와 욕망을 정면으로 마주한다. 하지만 배우 한 사람의 연기만으로 수십 명의 인물과 복잡한 감정을 구현하며 관객의 상상력을 확장한다는 점에서는 맞닿아 있다. '나는 나의 아내다'는 이달 12일까지, '플리백'은 9월 6일까지 공연된다.

전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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