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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코 공주 비껴간 日황실법안 역풍…다카이치 ‘보수 강행’ 국회 파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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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재 도쿄 특파원

승인 : 2026. 07. 08.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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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여계 천황 논의 대신 옛 궁가 남계 양자안 추진…입헌민주당 반대로 ‘입법부 총의’ 흔들
일본 국회/EPA 연합

일본 황실의 구성원 감소 문제를 풀겠다며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가 밀어붙인 황실전범 개정안이 국회 파행의 뇌관으로 떠올랐다. 다카이치 정부는 여성·여계 천황 논의 대신 여성 황족의 결혼 후 신분 유지와 옛 궁가 남계 남자의 황족 양자 편입을 해법으로 제시했지만,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이 반대 방침으로 돌아서면서 ‘입법부 총의’라는 명분도 흔들리게 됐다.


요미우리신문과 아사히신문은 8일 다카이치 총리가 전날 일본유신회 요시무라 히로후미 대표와 회담하고, 중의원 의원 정수 465명의 10%를 줄이는 법안의 이번 정기국회 처리를 보류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회기 말이 오는 17일로 다가온 상황에서 정수 삭감 법안을 계속 밀어붙일 경우 황실전범 개정안 처리까지 무산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황실전범은 일본 황실 제도를 규정한 법이다. 이번 개정안은 결혼한 여성 황족이 황실 신분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고, 1947년 황실에서 이탈한 옛 궁가의 남계 남자를 황족의 양자로 들일 수 있게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일본 황실의 남성 황족이 줄어드는 현실을 겨냥한 방안이지만, 나루히토 천황의 외동딸 아이코 공주를 포함한 여성·여계 천황 논의는 본격적으로 다루지 않았다.

이 때문에 야당은 물론 일부 여론에서도 다카이치 정권이 황실 문제를 보수 진영의 남계 계승 논리로 풀려 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입헌민주당은 옛 궁가 남계 남자의 황족 양자 편입에 문제가 있다고 보고 개정안에 찬성하지 않는 방향으로 최종 조정에 들어갔다. 참의원 야당 제1당인 입헌민주당 회파가 반대로 돌아서면, 황실 제도 개편의 전제로 여겨져 온 초당적 합의는 사실상 깨진다.

◇다카이치 강행 노선, 황실 문제까지 흔들어
국회 파행은 다카이치 총리와 유신의 연립 운영 전략에서 비롯됐다. 다카이치 총리는 유신과의 연립 합의에 명기된 중의원 정수 삭감 법안과 ‘부수도 구상’ 관련 법안을 황실전범 개정안과 함께 이번 국회에서 처리하려 했다. 자민당은 총리 의향에 따라 지난달 26일 두 법안의 심의 진입을 위원장 직권으로 결정했다.

하지만 야당은 여당 주도의 정수 삭감안과 부수도 법안 강행에 강하게 반발했다. 이 여파로 황실전범 개정안 심의도 막혔다. 일본 국회 안에서는 황실전범 개정안을 최우선으로 심의해야 한다는 의장 측 요구까지 나오면서, 다카이치 총리의 당초 전략은 꼬이기 시작했다.

결국 다카이치 총리는 유신이 강하게 요구해 온 정수 삭감 법안 처리를 임시국회로 미루는 쪽으로 물러섰다. 정부·여당은 이를 야당에 대한 양보로 내세워 황실전범 개정안 심의의 길을 열려 하고 있다. 그러나 유신이 중시하는 부수도 법안은 여전히 이번 국회 처리를 목표로 하고 있어, 회기 연장론이 다시 불거질 가능성도 남아 있다.

아사히신문은 정수 삭감과 부수도 법안이 여야 대립의 원인이 되면서 황실전범 개정안 심의도 전망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고 전했다. 요미우리신문도 다카이치 총리가 강경 노선을 전환해 현실적 타개책을 찾을 수밖에 없었다고 분석했다.

문제는 다카이치 총리가 정수 삭감 법안을 뒤로 미뤄도 황실전범 개정안 처리 자체가 쉬워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입헌민주당이 반대 방침을 굳히면 개정안은 형식적으로 통과되더라도 “입법부의 총의”라는 정치적 정당성에 상처를 입게 된다. 황실 제도는 일본 정치에서 여야가 가능한 한 정쟁을 피하려 해 온 민감한 사안이다.

이번 사태는 다카이치식 보수 정치의 한계를 드러냈다는 평가를 낳고 있다. 황실 구성원 감소라는 현실적 과제를 다루면서도 여성·여계 천황 논의는 비껴가고, 유신과의 연립 합의를 앞세워 정수 삭감·부수도 법안까지 회기 내 밀어붙인 결과 국회 전체가 얽혔다. 일본 황실 문제까지 강행 정치의 역풍 속에 들어간 셈이다.

다카이치 총리로서는 황실전범 개정안 처리, 유신과의 연립 합의 관리, 야당과의 국회 정상화 협상을 동시에 풀어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됐다. 아이코 공주를 비껴간 보수 해법이 초당적 합의가 아니라 정쟁의 소재로 굳어질 경우, 다카이치 정권의 국정 운영 능력에도 적지 않은 타격이 불가피하다.
최영재 도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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