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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회사가 사라지면 권리도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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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지영 기자

승인 : 2026. 07. 3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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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양 삼덕공원 한쪽에는 오래된 굴뚝 하나가 서 있다. 아이들이 뛰어놀고 주민들이 산책하는 공원 풍경 속 굴뚝은 낯설고 쓸쓸해 보인다. 하지만 과거 이곳은 수백 명의 노동자가 매일 출근하던 삶의 터전이었다.

누군가에게 이곳은 첫 직장이었고, 누군가에게는 자녀의 학비를 마련하고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게 해준 일터...하지만 그 일터는 왜 공원으로 바뀌었을까.

삼덕제지는 한때 안양 지역경제를 떠받치던 향토기업이었다. 공장이 돌아가면 수백 명의 직원이 월급을 받았고, 협력업체와 주변 상권도 함께 움직였다.

하지만 공장 이전과 노조 설립을 둘러싼 갈등이 불거지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노사 간 대립은 46일간의 파업으로 이어졌고, 생산이 멈춘 사이 거래처가 하나둘 떠났다. 회사와 노조가 각자의 명분을 앞세우는 동안 기업의 체력은 빠르게 소진됐다. 한때 지역을 대표하던 삼덕제지는 결국 2003년 문을 닫았다.

노동계는 회사가 공장 이전을 밀어붙이며 갈등을 키웠다고 주장했다. 반면 회사 측은 상급 노동단체 개입 이후 요구 수위가 높아지고 파업이 장기화하면서 정상적인 경영이 어려워졌다고 맞섰다. 어느 한쪽의 책임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결과만큼은 분명하다. 회사는 사라졌고, 직원들은 일터를 잃었다.

폐업 이후 창업주 전재준 회장은 공장 부지를 안양시에 기부했다. 공장이 있던 자리에는 지금의 삼덕공원이 들어섰다. 시민들은 산책을 하고 아이들은 뛰어논다. 공원 한쪽에 남은 굴뚝만이 이곳에 한때 공장이 있었다는 사실을 말없이 전하고 있다.

삼덕제지는 과거의 한 기업 이야기가 아니다. 지금의 노사관계가 되새겨야 할 경고다.

노동자의 권리는 존중받아야 한다. 더 나은 임금과 근로조건을 요구할 권리도 당연하다. 반대로 경영진 역시 어렵다는 말만 반복하며 노동자의 희생을 강요해서는 안 된다. 신뢰를 쌓고 성과를 공정하게 나누려는 노력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

다만 권리도 회사가 존재해야 지킬 수 있다. 기업이 벌어들인 이익은 임금과 성과급만이 아니라 설비투자와 연구개발, 신규 채용과 미래 경쟁력에도 쓰인다. 회사의 지급 능력과 시장 상황을 외면한 채 요구만 반복하면 결국 기업의 체력은 먼저 무너질 수밖에 없다.

중견·중소기업은 더욱 그렇다. 대기업처럼 수개월간 생산 차질을 감당할 여력도, 해외 공장으로 물량을 돌릴 여유도 부족하다. 생산이 멈추면 거래처는 다른 회사를 찾고, 한 번 떠난 고객은 쉽게 돌아오지 않는다.

회사가 무너지면 손해는 특정 누군가만 보는 것이 아니다. 직원은 일터를 잃고 협력업체는 일감을 잃는다. 그들의 가족도 생계에 직격탄을 맞는다. 기업 하나의 폐업은 지역경제 전체의 손실로 이어진다.

회사를 지켜내는 일은 경영진만의 책임도, 노동자만의 책임도 아니다. 노사가 함께 짊어져야 할 책임이다. 회사가 사라진 뒤에는 지킬 권리도, 지켜낼 일자리도 남지 않는다.
장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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