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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후일담] 복지 의존 대신 ‘다시 일어설 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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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연 기자

승인 : 2026. 07. 28.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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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자리 근심처럼 긴 그림자<YONHAP NO-2667>
지난해 2월 18일 새벽 인력사무소가 밀집한 서울 남구로역 인근 횡단보도에 일감을 구하려는 일용직 구직자의 그림자가 길게 드리워져 있다./연합
이정연
이정연 기획취재부 기자
'한국은 선진국일까?' 면면을 들여다보면 맞는 말이기도, 아니기도 한 것 같습니다. 온라인 커머스와의 경쟁에서 지지 않기 위해 대형 쇼핑몰에 인기 콘텐츠 전시와 팝업스토어가 쌓이고 있지만, 아직도 전통시장에서는 '현금만 받는다'는 가게들이 많습니다. "가지 두어개 묶음으로 1000~2000원 사이로 파는데 부가세까지 끊어가면 어떻게 하느냐"는 볼멘소리도 나오지만 한국의 급격한 고도성장 뒤에는 이러한 '서민경제'가 바탕에 있었기에 정부도 단순 단속보다는 지원 위주의 정책을 펴왔습니다.

소상공인으로 대박이 날 수도 있지만, 경기가 좋지 않거나 트렌드가 빨리 지거나 여타의 이유로 가게를 접는 경우 채무를 지는 일이 생기는데 비교적 단기간에 재기 가능성이 높은 고소득 업종을 찾기 마련입니다. 대표적 업종이 바로 건설업입니다. 문제는 서민층의 일자리 공급 역할을 하던 인력사무소가 과거 탈법 관행에 서있는 사이 이같은 국민들이 인력시장에서 밀려나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미 건설현장이 최저임금과 건보료 부담이 없는 불법체류자 고용이 만연한 상황에서 정부의 고용·산재보험, 건강보험료 등 4대보험 무차별 적용에 외국인 불법체류자로 인력이 대체되고 있다는 게 현장의 설명입니다. 복지부가 '월 20일 이상' 근로자에 매기던 사회보험을 '월 8일 이상'으로 확대하자 소득 노출과 보험 공제를 꺼리는 취약 근로자들이 한 현장에 8일 이상은 근무하지 못 하게 됐다는 겁니다.

지난해 불시에 취재차 찾아간 서울의 한 인력사무소 앞에는 새벽부터 내국인 근로자들이 줄지어 서 있었습니다. '인력난'이라는 업계의 주장을 단번에 불식시키는 광경이었습니다. 이들은 단지 일감이 없어 발길을 돌렸을 뿐, 부양할 가족이 있어 근로 의욕도 매우 높았습니다. "내국인 인력이 부족하니 외국인 근로자를 양성해야 한다"는 주장에 선뜻 동의하기 어려운 이유입니다. 직접 만나본 이들은 사회보장 강화보단 "경기를 살리고 국민들의 집 구매력을 높여 일감을 늘려달라"고 요구했습니다.

더 큰 문제는 중장년층 남성의 장기 무직 문제입니다. '쉬었음 청년'을 우려하듯, 오랜 기간 일자리를 얻지 못해 근로 의욕을 상실하는 취약층이 늘어나는 것은 매우 심각한 사회적 신호입니다.

이민자 유입이 우리 경제에 도움이 되려면 취약층의 일자리를 대체하는 것이 아닌, 해당 업종에 근무하던 내국인을 상위 직군으로 전환시키거나 고부가가치 산업 등을 유치하는 일이 돼야 한다는 전문가 지적도 나옵니다. 위험 직군이기 때문에 이민자를 도입하자는 주장도 윤리적이고 지속가능한지 의문입니다. 그러나 확실한 건 당장 전환책이 없는 사이 취약층의 재기 기회를 없애고 복지에 의존하는 식의 재편은 외려 경제 체질 자체를 약화시킬 수 있단 겁니다. 인공지능(AI) 공정 등 도입으로 위험한 직무의 안전성과 생산성을 높이는 혁신이 동반되는 가운데 직무재편과 재교육 체계, 그리고 이에 대한 정책 접근성을 높이는 데 고삐를 죄야 합니다. 직접 가본 인력사무소는 외려 인력 미스매치 문제를 해결할 훌륭한 정책 홍보처로 보였습니다.

결국 근로 의욕을 잃고 노동시장을 이탈한 취약층이 많아질수록, 정부가 아무리 재정을 풀어도 밑바닥 경제가 살아나지 않는 악순환으로 이어집니다. 정부는 이러한 노동시장 왜곡을 바로잡고 정상화에 나설 방안을 찾아야 합니다. 내국인과 외국인 간의 일자리 갈등이 심화되는 서민 노동시장에서 내국인 고용 안정을 위한 확실한 대책을 내놓지 않는다면 양극화는 더욱 극심해질 것입니다. 계층 하락 위기에 처한 서민들이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정교한 정책 설계가 시급합니다.
이정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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