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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發 훈풍 K-조선] ‘기회의 문’ 열린 美함정시장… 현지투자·경쟁력 확보가 승부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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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라 기자 | 김소영 기자

승인 : 2026. 07. 29.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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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RFI로 국내조선사들 후보 검토
설비구축·인력확보 향후 핵심과제
"정부 뒷받침 통해 연착륙 지원을"
"군함 10척을 빠르게 만들어줄 수 있느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제안에 이재명 대통령은 "당연히 가능하다"고 즉답했다. 지난달 G7 정상회의에서 오간 이 짧은 대화가 수십 년간 닫혀 있던 미국 군함 신조 시장의 문을 여는 출발점이 될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업계는 한미 조선협력 프로젝트 '마스가(MASGA)'가 그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 군함 신조 시장의 문이 열리고 있다. 하지만 기회만큼 책임도 커졌다. 우리 기업들은 대규모 현지 투자와 숙련 인력 확보에 속도를 내는 동시에 정부와의 긴밀한 공조를 통해 외교적 지원까지 확보해야 하는 시험대에 올랐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은 최근 미 국방부와 해군이 보낸 군함 건조 역량 관련 '정보요청서(RFI)'에 답변서를 제출했다. 삼성중공업도 군수지원함 건조 역량을 묻는 RFI에 답변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측은 이를 통해 국내 조선사들의 설계·생산 능력과 예상 가격, 납기 등을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RFI는 정식 발주 전 기업의 기술력과 생산능력을 파악하는 절차다. 입찰이나 계약을 뜻하진 않지만, 미국이 국내 조선사들을 잠재 후보로 검토하기 시작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미국 정부가 RFI를 토대로 정식 제안요청서(RFP)를 발행하면, 본입찰과 평가를 거쳐 계약이 체결된다.

우리 기업들이 미국 군함 신조 시장에서 자리를 잡기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우선 천문학적인 설비 투자가 불가피하다. 미국은 군용 함정과 선체의 주요 부분을 자국 조선소에서 건조하는 것이 원칙이다. 국내 기업이 미국 함정 건조 물량을 확보하려면 현지 생산시설을 갖춰야 한다.

한화가 2024년 필리조선소를 인수하며 현지 거점을 선제적으로 확보했다. 하지만 생산능력 확충은 이제 시작 단계다. 필리조선소의 기존 연간 건조량은 2척 미만이다. 한화는 향후 50억 달러(약 7조원)를 투자해 도크와 안벽, 블록 생산시설 등을 확충하고 연간 생산량을 최대 20척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숙련 인력 확보도 과제다. 조선업은 용접과 배관, 도장 등 장기간 경험이 필요한 숙련공의 생산성이 선박의 품질과 납기를 좌우한다. 한화는 한국에서 검증한 생산기술을 필리조선소에 이식하는 한편, 현지 근로자 교육과 한국 조선소 연수를 추진하고 있다. 다만 단기간에 국내 조선소 수준의 생산성을 구현하기는 쉽지 않다는 평가다.

국내 조선소를 활용하면 기존 도크와 숙련 인력을 토대로 미국의 함정 수요에 빠르게 대응하고, 현지 생산기반을 확충할 시간도 벌 수 있다. 그러나 함정의 국내 건조를 추진하려면 미 의회의 법 개정이나 대통령의 국가안보상 예외 승인 등 복잡한 절차가 필요하다.

장원준 전북대 첨단방위산업학과 교수는 "조선업을 지역 기반으로 둔 의원들의 반발이 큰 만큼, 미국이 곧바로 한국에 전투함 건조를 맡기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미국은 한국과 점진적으로 협력 범위를 넓히는 이른바 '핀란드식 모델'을 검토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핀란드식 모델은 MRO(유지·보수·정비)를 시작으로 기술 협력을 통해 신뢰를 쌓고 이후 행정명령 등을 통해 일정기간 동맹국에 함정 건조를 맡기는 방식이다.

다만 MRO 시장에서도 경쟁이 만만치 않다. 최대 라이벌 국가인 일본은 요코스카와 사세보 등 5곳의 지역에서 미 해군 함정수리시설과 지역정비센터를 운용하고 있다. 최근 민간 조선사의 참여도 본격화하고 있어 국내 조선사들과의 MRO 수주 경쟁도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이에 업계에선 국내 기업들이 미국의 신조·MRO 시장에 안착하려면 기업의 투자와 함께 정부 차원의 외교력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업계 다수 관계자는 "최근 한미조선협력센터 출범은 국내에서는 크게 화제 됐지만 미국 내 관심은 상대적으로 크지 않아 경각심이 필요한 대목"이라며 "일회성 행사에 그치지 않도록 범정부 차원의 국가 전략으로 일관되게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유라 기자
김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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