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clip20260813185636 | 0 | | 지난 7월 28일 일본 야마가타현 쓰루오카시 야마가타현 농업종합연구센터 수전농업연구소에서 주바 리에코 소장이 벼 생육과 물·토양 관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쓰루오카시=최영재 도쿄 특파원 |
|
지난 7월 28일 오전 8시 45분 일본 야마가타현 쓰루오카시 후지시마. 한여름 햇볕 아래 야마가타현 농업종합연구센터 수전농업연구소의 시험 논이 펼쳐졌다. 기자는 주바 리에코 소장과 사이토 노부야 부소장의 설명을 들은 뒤 약 30분 동안 시험논 사이를 돌았다. 이곳에서 연구하는 것은 새 품종만이 아니다. 논에 언제 물을 대고 언제 빼야 하는지까지 연구 대상이다.
"매년 어떤 날씨가 올지는 알 수 없습니다. 품종만으로 대응하는 데는 한계가 있습니다." 주바 소장은 기후변화에 대응한 쌀농사를 설명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연구소 자료에 따르면 최근 40년간 평균기온은 야마가타시에서 약 1.59도, 쓰루오카에서 약 1.72도 상승했다. 주바 소장은 "가능하면 모든 숙기의 품종에 더위에 강한 특성을 넣고 싶다"고 말했다. 하지만 폭염에 강한 벼를 만드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얘기였다. 재배법과 물관리까지 함께 바꿔야 한다.
 | clip20260813185828 | 0 | | 일본 야마가타현 쓰루오카시 야마가타현 농업종합연구센터 수전농업연구소의 연구용 논. 고온에 강한 신품종 '유키만텐' 등 다양한 벼 품종의 생육 시험이 진행되고 있다. /쓰루오카시=최영재 도쿄 특파원 |
|
그 가운데 하나가 논의 '중간 물떼기'다. 벼를 키우는 도중 일정 기간 논의 물을 빼 흙을 말리는 전통적인 재배법이다. 원래는 벼의 뿌리를 튼튼하게 하고 생육을 조절하기 위해 해왔지만 기후변화 시대에는 전혀 다른 가치가 붙었다. 논에서 발생하는 메탄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물이 가득 찬 논흙에서는 산소가 부족해지고 메탄을 만드는 미생물이 활발해진다. 반대로 물을 빼 토양에 산소가 들어가면 메탄 발생이 억제된다. 농민이 수십 년간 해오던 '물꼬 관리'가 온실가스 감축 기술이 된 것이다.
이 연구소가 쌓아온 실험 자료는 짧지 않다. 연구진인 시오노 히로유키, 사이토 히로시, 곤노 요이치, 구마가이 가쓰미는 야마가타현의 대표적인 연작 논에서 1992년부터 2013년까지 17년간 21차례 측정한 메탄 발생 자료를 분석했다. 1997~2002년 결측 기간을 제외하고도 20년에 걸친 장기 관측이다.
 | clip20260813185003 | 0 | | 일본 야마가타현 쓰루오카시 야마가타현 농업종합연구센터 수전농업연구소 전경. 이곳에서는 벼 품종 개발과 재배·토양·물관리 기술 등을 연구한다. /쓰루오카시=최영재 도쿄 특파원 |
|
결과는 선명했다. 기온이 높을수록 논의 메탄 발생량이 많아지는 경향이 나타났다. 특히 6월 기온이 높고 토양의 산소가 부족해지는 환원 상태가 강해지면 메탄 배출이 늘었다. 그러나 6월 하순부터 논물을 강하게 빼준 해에는 7월 토양의 환원 상태가 완화되고 메탄 발생도 떨어졌다.
연구진은 여기서 한 단계 더 나갔다. '그렇다면 논물을 평소보다 더 오래 빼면 어떻게 될까'를 실제 논에서 시험했다. 통상적인 중간 물떼기보다 약 7일 앞당기거나 뒤로 연장하자 7월 메탄 발생량이 낮아졌고, 벼 재배기간 전체의 메탄 배출도 줄었다. 특히 물떼기를 뒤쪽으로 길게 끄는 것보다 시작 시기를 앞당겨 기간을 늘렸을 때 감축 효과가 더 컸다.
 | clip20260813185723 | 0 | | 지난 7월 28일 일본 야마가타현 농업종합연구센터 수전농업연구소에서 연구원이 새로운 벼 품종을 만들기 위한 교배 작업을 하고 있다. 연구소는 고온 등 기후변화에 강하면서 수량과 밥맛을 유지할 수 있는 품종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쓰루오카시=최영재 도쿄 특파원 |
|
전국 8개 지역에서 실시한 별도 실증에서도 통상보다 중간 물떼기를 약 1주일 연장하면 메탄 발생량이 평균 약 30% 감소했다. 새로운 기계도, 새로운 농약도 필요하지 않았다. 논에 물을 넣고 빼는 시기를 바꾸는 것만으로 온실가스를 크게 줄인 셈이다.
그러나 현장은 숫자처럼 단순하지 않다. 물을 오래 뺄수록 무조건 좋은 것도 아니다. 야마가타 연구진의 실험에서는 중간 물떼기를 약 7일 연장했을 때 한 이삭에 달리는 낟알 수와 ㎡당 낟알 수, 수확량이 감소하는 경향도 나타났다.
반면 제대로 여문 쌀알의 비율은 높아지고 현미의 단백질 함량은 낮아지는 경향을 보였다. 밥쌀용 쌀은 단백질 함량이 낮을수록 밥이 부드럽고 찰기가 좋아지는 경향이 있어, 연구진은 품질과 밥맛에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고 분석했다.
 | clip20260813185102 | 0 | | 일본 야마가타현 농업종합연구센터 수전농업연구소에 벼 품종 육성 과정에서 개발된 다양한 쌀 표본이 전시돼 있다. /쓰루오카시=최영재 도쿄 특파원 |
|
메탄을 줄이면서 수확량을 지키는 '최적의 며칠'을 찾아야 하는 이유다. 토질과 기온, 강수량, 품종과 벼의 성장 상태가 모두 다르기 때문에 농민에게 단순히 "논물을 일주일 더 빼라"고 할 수 없는 문제다.
시험논을 돌던 연구진의 설명도 결국 이 지점으로 모였다. 품종 하나, 기술 하나로 기후변화에 대응할 수 없다는 것이다. 사이토 부소장도 농가가 단순히 '좋은 쌀'을 만드는 것만으로는 경영을 유지하기 어려울 수 있다며 수량과 품질, 생산비를 함께 봐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한국 농촌에서도 논의 물꼬를 여닫는 일은 새로운 기술이 아니다. 달라진 것은 그 평범한 작업이 이제 수확량과 밥맛뿐 아니라 탄소배출량까지 좌우하게 됐다는 점이다.
야마가타의 시험 논에서 벌어지는 '탄소전쟁'에는 거대한 장비가 보이지 않았다. 연구자들이 수십 년 동안 기온을 기록하고, 토양 상태를 재고, 논물을 빼고 다시 채우며 데이터를 쌓았다. 쌀농사의 미래를 바꾸는 실험은 농민이 매일 열고 닫던 작은 물꼬에서 시작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