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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열전] ‘삶다운 삶’ 돕는 아들 같은 경찰관…강민석 서울 서부경찰서 경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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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준 기자

승인 : 2026. 08. 19.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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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폭력·보이스피싱 다발 지역에서
피해자 보호·지원 업무 담당
모니터링으로 숨겨진 피해 밝혀내기도
다양한 실적 올려 팀·개인 수상까지
"피해자 가까이서 끝까지 도와야"
강민석 경위 인터뷰
서울 서부경찰서 강민석 경위가 18일 아시아투데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송의주 기자
서울에 거주하는 30대 여성 A씨는 사실혼 관계인 남자친구의 자해 소동과 협박을 겪었다. 경찰까지 출동했지만, A씨는 자신의 피해를 숨겼다. 이를 유심히 살피던 서울 서부경찰서 피해자보호팀은 과거 A씨와 남자친구 사이에서 비슷한 사건이 2~3차례 추가로 발생한 사실을 파악했다. 피해자보호팀이 본격적으로 상황에 개입하며 A씨는 가해자와 격리된 채 다른 가족의 집으로 대피할 수 있었다. 폐쇄회로(CC)TV 설치 등 경찰의 도움을 받아 안전망을 확보한 뒤에야 A씨는 다시 집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일터에 나가지 못하던 A씨의 생계비를 지원해 준 것도 경찰이었다.

사건을 해결한 서부서 피해자보호팀은 지난 7월 서울경찰청의 '2026년 여성안전 히어로즈 피해자보호팀 분야' 수상자로 선정됐다. 적극적인 모니터링으로 피해 사실을 밝혀내고, 피해자에 대한 보호와 지원까지 연계한 공로를 인정받은 것이다.

그 중심에는 강민석 경위(피해자전담경찰관)가 있다. 올해로 11년 차 경찰인 강 경위는 서부서의 유일한 피해자전담경찰관으로 일하며 피해자 보호와 지원 업무를 모두 담당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해당 업무를 맡아 아직 1년도 지나지 않았지만, 올해 상반기 '피해자 보호 조치 건수'와 '지원 건수'에서 서울 최다 건수를 기록한 자타공인 에이스다. 지난 6월에는 서울경찰청 여성안전과가 주관하는 '2026년 상반기 피해자 보호·지원 담당 업무 유공자 대상(1위)'을 수상하기도 했다. 팀으로서의 실적은 물론 개인 성과까지 높은 평가를 받은 것이다.

18일 아시아투데이와 만난 강 경위는 "매일 벌어지는 사건을 파악하고, 도움이 필요한 피해자들 모두에게 필요한 보호 조치와 지원을 챙기려다 보면 야근과 주말 근무를 할 때도 많다"며 "그러나 도움 받은 분들의 달라진 시선이나 행동을 볼 때는 물론 감사 인사를 받을 때면 도와드리길 잘했다는 뿌듯함을 느낀다"고 입을 열었다.

◇'고령층' 많은 서울 서부…피해자 보살피는 '아들 경찰관'
강 경위가 근무하는 서부서는 서울 내 다른 경찰서에 비해 고령 인구의 비중이 높은 지역에 자리잡고 있다. 그렇다 보니 가정폭력 신고가 잦다. 올해 1월부터 지난 18일까지 서부서에 접수된 112신고 건수는 모두 1600여건으로, 이 가운데 1000여건이 가정폭력 관련 신고였다.

문제는 고령층의 경우 피해를 당해도 숨기려는 경향이 강하다는 것이다. 강 경위는 "청년들은 친구나 지인한테 적극적으로 피해 사실을 털어놓을 때가 많다. 그러나 50·60대 이상은 혼자 끙끙 앓고, 친구는 물론 가족한테 말하지 못할 때가 있다"고 말했다. 강 경위는 남편이 흉기를 들고 협박해 수차례 경찰에 신고가 접수된 노부부의 사례를 떠올렸다. "경찰들이 1시간 정도 사건을 접수하고, 보호 조치를 신청하라고 설득했지만 완강히 거부하시더라"며 "결국 친구네 집으로 피신을 결정해 3~5일 동안 범죄 피해를 평가하고, 심리 지원 제도와 경제적 지원도 연결해 드렸다"고 했다. 피해자는 그제야 가해자와 완전히 격리될 수 있었다.

고령층은 보이스피싱 범죄에도 취약하다. 기관 사칭, 대환대출, 로맨스스캠은 물론 최근에는 투자 리딩과 팀 미션이라는 새로운 방식까지 등장했다. 강 경위는 피해자들이 조금이라도 지원받을 수 있게 '보이스피싱 제로'를 활용했다. 보이스피싱 피해자에게 최대 300만원의 생활비를 지원하는 제도다.

수년이 지났음에도 제도를 이용하지 못한 피해자 196명의 명단을 확보한 강 경위는 이들에게 2주 동안 연락을 돌렸다. 그리고 64명의 피해자를 지원 제도와 연결하는 데 성공했다. 강 경위는 "보이스피싱 피해를 당한 기억 때문에 전화를 받아도 선뜻 믿지 못하는 분들이 많았다. '진짜 경찰서면 내가 갈 테니 나와보라'며 시험하는 사람도 있었다"며 "모두 안심하고 집으로 돌아가셨다"고 했다.

고령자들을 대할 땐 아들처럼 정겹게 다가가려 노력하기도 한다. '나에게 도움을 주려는 경찰관'이라고 생각할 수 있도록 친근하게 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자신의 이야기를 경청해주는 강 경위에게 피해자들은 연신 고맙다는 인사를 전해온다.

강민석 경위 인터뷰
서울 서부경찰서 강민석 경위가 18일 아시아투데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송의주 기자
◇"덕분에 처음 푹 잤다"…달라진 피해자 보며 힘 얻는 강민석 경위
주요 피해자들에게 열흘에 한 번씩 연락해 안부를 묻는 건 그의 일과 중 하나다. 더 기억에 남는 이들도 있다. 강 경위는 지난 3월 가정폭력 피해를 입고 보호조치가 내려진 베트남 출신 귀화 여성(50대) B씨의 얘기를 꺼냈다. 10대, 20대 자녀 2명과 함께 살던 B씨는 폭행 가해자인 남편의 접근금지 기한이 해제된 뒤 그와 다시 살아야 했다. 남편과 떨어지고 싶어도, 가진 게 없어 두렵다는 이유였다. B씨는 남편의 보복이 두려워 밤에도 1~2시간마다 잠에서 깨 안전을 확인할 정도였다.

피해자보호팀은 아동학대, 가정폭력 등 B씨 남편에 대한 112신고가 3년간 4건 접수된 걸 확인했다. 그리고 다시 보호조치를 시행했다. 분리의 필요성을 느꼈기 때문이다.

강 경위는 피해자의 사례와 관련된 맞춤형 지원 기관들을 수소문했고, 기관들이 모인 '통합지원협의체'가 개최됐다. 협의체에서는 주거 문제가 논의됐다. 강 경위가 직접 장문의 의견서를 적어 제출하기도 했다. 피해자와 함께 관련 서류를 준비하고 신청을 돕는 한편 대한적십자사, 신한금융희망재단, 범죄피해자지원센터 등 민관 곳곳에 도움을 청했다. 그 결과 B씨와 자녀들은 주택을 지원받아 새로 터전을 구할 수 있었다.

B씨는 이후 "주말에 처음으로 편하게 10시간을 잤다"며 고마움을 전해왔다. 소방관을 준비하던 B씨의 첫째 자녀는 강 경위를 '롤모델' 삼아 경찰 지원을 고민하고 있다. 그는 피해자의 상황이 위급했던 만큼 상황이 해결된 모습을 보고 느낀 보람 역시 컸다고 했다.

강 경위는 마지막으로 '함께하는 고민'을 강조했다. "범죄 피해를 당했다면 혼자 감당하지 마시고 언제든지 찾아 달라. 경찰은 사건 처리만 하는 게 아니라 적극적으로 일상을 회복할 수 있도록 돕기도 한다"며 "적극적으로 얘기해주시면 힘 닿는 데까지 도움을 드리고 싶은 마음뿐"이라고 말했다.
최민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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