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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로] 길어진 러닝타임, 어떻게 봐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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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6. 08. 20. 1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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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2분 '오디세이' 등 흥행작들 상영 시간 길어
3~4년 전부터 텐트폴 무비들 러닝타임 늘어나
가심비 좋은 극장 영화 찾는 관객 많아진 덕분
기자의눈 사진
문화부 조성준 기자
올 여름 흥행 3강을 형성했던 '호프' '스파이더맨: 브랜드 뉴 데이' '오디세이'를 보면 공통점이 있다. 모두 상영 시간이 길다는 것이다. '오디세이'가 2시간 52분으로 세 시간에 이르고, '호프'와 '스파이더맨…'도 각각 2시간36분·2시간 25분으로 만만치 않은 러닝타임을 자랑한다.

쇼츠와 릴스가 넘쳐나는 유튜브와 인스타그램의 영향으로 경박단소한 영상 콘텐츠만 각광받고 있는 요즘, 극장가 홀로 시대를 역행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상영 시간이 길어지고 있는 유행은 이미 3~4년 전부터 계속되고 있다.

미국 연예 매체 더 랩(The Wrap)의 2023년 보도에 따르면 '오펜하이머' '인디아나 존스: 운명의 다이얼' '더 배트맨' 등 2022~2023년 공개됐던 할리우드 텐트폴(메이저 스튜디오의 한해 농사를 가늠하는 고예산 작품) 영화 16편의 평균 러닝타임은 2시간 47분에 달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북미 지역 박스오피스 톱 20 가운데 '마인크래프트 무비' '주토피아 2' 등과 같은 패밀리 무비·애니메이션을 제외한 대부분의 평균 상영 시간도 2시간 30분에 육박했다. 이 중 10위인 '아바타: 불과 재'는 무려 3시간 17분으로, 상영 도중 옆좌석 관객의 눈치를 보지 않고 당당하게 화장실에 다녀와도 되는 수준이었다.

단기간에 많은 관객들을 동원해야 하는 극장용 상업 영화일수록 상영 시간은 2시간을 넘기지 않는다는 게 과거 영화계의 불문율로 통했다. 상영 횟수 감소로 인한 수익 저하를 방지하고 관객들의 집중력을 유지하기 위한 의도에서 비롯된 일종의 관례였다.

그럼에도 최근 상영 시간이 긴 영화들이 늘어나고 있는 이유는 극장에서의 영화 관람을 흔치 않은 문화 체험 이벤트로 받아들이는 관객들이 많아진 추세에서 찾을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왕 비싼 관람료를 내고 극장에서 영화를 볼 바에는 발레나 뮤지컬을 대할 때처럼 가심비가 좋은 작품을 고르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이 같은 의식 변화를 러닝타임에 반영한 작품들이 증가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여기에 아이맥스(IMAX) 등 특수관 열풍이 더해지면서 소수의 '빅 사이즈' 영화들이 극장가를 점령하는 현상은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자본 부족으로 허약해진 한국 영화계의 '체력'이 지금의 흐름을 감당할 정도가 안된다는 것이다. 또 '빅 사이즈' 영화 제작의 설계자인 스타 감독과 원천인 IP(지식 재산권)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것도 고민거리다. 적어도 극장에서 감상하는 영화만큼은 적어도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로 보는 영화와는 뭔가 확실하게 달라야 한다는 관객들의 '니즈'(needs)를 우리 영화계가 어떤 방식으로 충족시킬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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