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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박소담 “‘경주기행’. 다시 연기하는 즐거움 느낀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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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다혜 기자

승인 : 2026. 08. 26. 0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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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상샘암 수술·회복 거쳐 스크린 복귀
"영주에게 중요한 건 복수보다 가족의 행복"
"지금 가장 건강한 상태, 액션도 하고 싶어"
박소담
박소담/롯데엔터테인먼트
"'경주기행'을 준비하고 촬영하면서 연기가 다시 너무 재미있어졌어요."

배우 박소담에게 영화 '경주기행'은 조금 특별한 복귀작이다. 영화 '유령' 촬영을 마친 뒤인 2021년 12월 갑상샘(갑상선) 유두암 수술을 받고 회복의 시간을 거친 그는 '경주기행'으로 다시 카메라 앞에 섰다. 촬영을 마친 뒤에는 약 2년 동안 다른 배역 없이 온전히 자신을 돌보는 시간을 보냈고, 그렇게 몸과 마음의 리듬을 되찾은 뒤 다시 관객과 만나게 됐다.

26일 개봉한 '경주기행'은 수학여행에서 돌아오지 못한 막내 경주를 위해 엄마 옥실(이정은)과 세 딸 장주(공효진)·영주(박소담)·동주(이연)가 복수 여행을 떠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박소담은 가족 중 가장 이성적인 둘째 영주를 맡았다. 법대 출신으로 누구보다 치밀하게 계획을 세우지만 정작 그 계획이 성공하는 것 역시 바라지 않는 인물이다.

박소담은 최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처음 시나리오를 읽을 때부터 많이 울었다고 돌아봤다. 다음 장을 넘기는 것이 기대되면서도 두려울 만큼 이야기에 빠져들었고, 촬영하면서 이해되지 않는 장면이 없을 정도로 대본과 김미조 감독에 대한 신뢰도 컸다. "감독님과 작업하면서 연기가 다시 너무 재미있어졌어요. 그런데 촬영을 끝내고 나니 제가 아직 완전히 괜찮지는 않다는 걸 느꼈어요. 그래서 다시 쉬는 시간을 선택했죠."

수술 이후 박소담은 자신의 몸을 이전과 다른 방식으로 바라보기 시작했다. 빨리 괜찮아져야 한다는 마음에서 벗어나 필요할 때 멈추고, 자신의 상태를 객관적으로 판단하는 법을 배웠다. '경주기행' 촬영 이후에도 그 선택은 이어졌다.

영주
'경주기행'에서 영주 역을 맡은 박소담/롯데엔터테인먼트
영주
영주 역을 연기한 배우 박소담/롯데엔터테인먼트
주변에서 "요즘 뭐 해"라는 말을 들으면 조급해질 때도 있었지만 재정비하는 시간이 더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약 2년 동안 거의 매일 운동하고 여행을 다니며 다른 캐릭터가 아닌 박소담 자신으로 시간을 보냈다. "예전에는 못 자는 게 익숙해서 불면증이 있다는 사실도 몰랐어요. 지금은 최소 7~8시간씩 자고 운동도 꾸준히 해요. 수술 이후 지금이 가장 건강한 상태인 것 같아요."

자신의 속도를 다시 찾아가는 과정은 영주를 이해하는 데에도 자연스럽게 겹쳤다. 박소담은 자신과 영주의 싱크로율이 꽤 높았다고 했다. 몇 분 몇 초까지 계획을 세울 만큼 철저하면서도 마음 한편에서는 자신이 세운 계획이 그대로 이뤄지지 않기를 바라는 사람이다.

그는 "영주에게 중요한 건 복수의 성공이나 실패가 아니라고 생각했다"며 "지금 하는 일이 가족이 행복해지는 길이 아니라는 걸 알면서도 엄마와 동생이 안쓰러워 여기까지 온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엄마를 위해 최선을 다하면서도 마음속으로는 가족이 안전하고 행복하기를 가장 걱정했던 딸"이라고 덧붙였다.

영주의 세심한 성격은 외형에도 녹였다. 안경과 헤어스타일을 직접 제안했고, 백수이지만 공부를 잘하고 자신을 꾸미는 감각도 좋은 인물로 설정했다. 초반에는 흐트러짐 없이 정돈된 모습을 유지하다 여행이 이어질수록 조금씩 흐트러지도록 변화를 줬다.

캐릭터를 촘촘하게 준비했지만 현장에서는 계획한 연기에 매달리지 않았다. 촬영 전까지는 혼자 충분히 준비한 뒤 카메라가 돌면 상대 배우가 주는 에너지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자신의 연기 방식이라고 했다. 실제 동주와 부딪치는 장면에서는 예상하지 않았던 눈물이 흘렀다.

"동생 탓이 아니라는 걸 알면서도 순간적으로 탓하는 자신이 미워지는 감정이 올라왔어요. 이연 배우가 모든 걸 진심으로 느끼고 표현하는 에너지를 받으면서 영주의 불안까지 같이 터졌던 것 같아요."

상대 배우와 감정을 주고받는 즐거움은 이번 작품에서 더욱 컸다. 특히 옥실 역의 이정은은 박소담이 오래전부터 "내 엄마를 한 번만 해달라"고 졸랐을 만큼 함께 모녀 연기를 해보고 싶었던 배우였다. 평소에는 따뜻하고 장난을 주고받는 사이지만 카메라가 돌면 영주에게 상처가 되는 말을 던지는 옥실로 완전히 달라졌다.

옥실의 편지를 읽는 장면에서도 두 배우의 호흡이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이정은이 직접 쓴 편지를 박소담은 촬영 직전까지 일부러 열어보지 않았다. 영주가 눈물을 흘려야 할지 고민했지만 실제 편지를 펼친 순간 감정이 자연스럽게 터졌고, 감독 역시 그 반응을 그대로 가져갔다.

영주를 연기했지만 박소담이 네 모녀 가운데 가장 크게 공감한 인물은 장주였다. 실제 장녀인 그는 장주가 엄마에게 자신의 행복을 이야기하는 장면에서 눈물이 터졌다고 했다. 그에게도 이 가족의 복수는 성공과 실패보다 남겨진 사람들이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에 가까웠다.

"결국 이 계획은 성공과 실패가 중요한 게 아니라 남은 가족들이 행복하게 살았으면 하는 마음이 핵심이라고 생각해요. 저도 장녀라 그런지 엄마 곁에서 늘 보필하고 자신보다 가족을 먼저 챙기는 장주의 마음이 너무 이해됐어요."

그런 마음으로 바라본 만큼 '경주기행'은 복수를 응원하는 영화도 아니었다. 박소담은 가족의 선택이 잘못됐다는 사실을 영주 역시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고 봤다. 그럼에도 관객들이 남겨진 가족의 다음 삶을 생각해줬으면 한다고 했다. "엄마의 선택을 응원할 수는 없지만 그저 이 가족들이 정말 괜찮았으면, 행복했으면 하는 마음뿐이에요. 관객들도 이 가족이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지 궁금해하며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경주기행'을 완성한 뒤 충분히 자신을 돌보는 시간을 가진 박소담은 이제 다시 다음 연기를 바라보고 있다. 쉬는 동안 현장을 떠나 있었지만 오히려 자신이 얼마나 연기를 좋아하는지 더 분명하게 알게 됐다. 앞으로는 액션과 전문직 역할에 도전하고 싶다.

"선배 배우들이 40~50대에도 멋지게 액션을 하는 걸 보면서 저도 계속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액션 연습과 촬영은 몸은 힘들어도 정말 재미있더라고요. 변호사 같은 전문직 역할도 제대로 해본 적이 없어 한번 도전해보고 싶습니다."

박소담
'경주기행'으로 돌아온 공효진
이다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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