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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 거장들의 삶, 예술이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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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혜원 기자

승인 : 2026. 09. 03.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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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색화 거장 '윤형근의 집'·박서보미술관
물방울 화가 '김창열 화가의 집'
작가가 살아온 시간, 예술적 철학까지 들여다봐
8. Yun Hyong-keun House, 2026
'윤형근의 집' 내부 전경. /PKM갤러리
한국 현대미술 거장들의 삶과 예술을 가까이 만날 수 있는 공간들이 잇따라 관객을 맞고 있다. 작가가 실제 살고 작업했던 집을 보존해 공개하거나 작가의 작품과 자료를 연구·보존하면서 동시대 미술과의 대화를 이어가는 미술관이다.

단색화 거장 윤형근(1928~2007)이 생전 거주하고 작업했던 서울 마포구 서교동 주택이 '윤형근의 집'으로 지난 1일 공개됐다. '윤형근의 집'은 윤형근이 1967년부터 살았던 곳으로 그는 1983년 기존 주택을 허물고 가족의 생활공간과 작업실을 결합한 집을 새로 지어 2007년 타계할 때까지 생활하고 작업했다.

'윤형근의 집'은 작가가 살던 당시의 모습을 최대한 살려 보존·복원했다. 1층 작업실에는 실제 바닥에 남은 물감 자국과 작업 도구, 시대별 대표 회화를 두고 드로잉과 작가 노트, 전시자료, 서신, 사진 등을 모은 아카이브 공간도 마련했다. 2층 거실과 부엌, 안방 등에는 가구와 도자기, 오디오 등을 생전의 위치에 가깝게 배치했다.

6. Installation view of reimagine Yun Hyong-keun at PKM & PKM+. Courtesy of PKM Gallery
'윤형근을 다시 상상하다' 전시 전경. /PKM갤러리
6. Burnt Umber and Ultramarine, 1981, Oil on hanji
윤형근의 'Burnt Umber and Ultramarine'. /PKM갤러리
'윤형근의 집'은 윤형근의 삶과 예술적 사유가 축적된 장소이기도 하다. 윤형근은 자연광을 받으며 작업할 수 있도록 넓은 창을 낸 작업실을 만들고 건축과 재료 선택에도 직접 관여했다. 서구 모더니즘 건축에 목재 천장과 문창살 등 한국적 요소를 결합하고 정원에는 소나무와 석물을 배치했다. 절제된 색채와 구성으로 자연과 인간, 삶과 예술을 사유했던 작가의 미학이 공간에도 배어 있다. PKM갤러리 관계자는 "예술이란 생활 속에서 하나의 부산물이요, 흔적이라고 말했던 윤형근이 살아온 시간과 작품이 태어난 자리를 함께 살펴볼 수 있는 공간"이라며 "예술과 하나였던 그의 삶으로 관람객을 다시 초대한다"고 설명했다. PKM갤러리는 '윤형근의 집' 개관에 맞춰 10월 3일까지 '윤형근을 다시 상상하다'를 진행한다. 197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주요 작품 30점과 아카이브 자료를 통해 30여 년의 화업을 돌아본다.

김창열화가의집
'김창열 화가의 집' 지하 2층에 보존된 작가의 서재와 책상/ 전혜원 기자
작가가 생전 살았던 집을 공공미술공간으로 되살린 사례는 앞서 문을 연 '김창열 화가의 집'에서도 볼 수 있다. '물방울 화가' 김창열(1929~2021)이 별세 전까지 30여 년간 가족과 살며 창작했던 서울 종로구 평창동 자택을 리모델링한 공간으로 지난 5월 개관했다.

'김창열 화가의 집'은 작가가 실제 사용했던 이젤과 화구, 서재 등을 보존해 작업실에서 작품을 구상하고 그리던 모습을 떠올릴 수 있도록 했다. 특히 지하 2층 작업실에는 우물을 연상시키는 원형 천창을 통해 간접광이 들어온다. 김창열이 생전 "나는 작업을 위해 빛을 아틀리에 안에 들이지 않는 편이다. 동굴 같은 곳에서 내면의 빛에 의지한다"고 말했던 작업관을 공간으로 보여준다. 유족에게 기증받은 작품 390점을 포함해 총 2609점의 작품과 자료도 선보인다.

박서보미술관 외관 사진, 박서보미술관 제공, 사진 남궁선
박서보미술관 외부 전경. /박서보미술관
지난달 21일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에 개관한 박서보미술관은 작가의 삶과 작품을 보존하는 데서 나아가 예술적 유산을 동시대 미술로 확장하는 공간을 표방한다. 미술관은 한국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작가 박서보(1931~2023)가 생전 생활하고 작업했던 공간 인근에 지하 2층, 지상 3층, 연면적 약 2000㎡ 규모로 들어섰다.

당초 작은 기념관으로 시작했지만 건립 과정에서 미술관으로 개념을 확장했다. 박서보재단은 박서보가 생전에 남긴 방대한 자료를 정리하면서 작품뿐 아니라 시대적 배경과 작가의 활동을 연구하는 작업을 이어간다. 박서보가 작가이자 교육자·연구자로 활동하며 후배 작가들을 이끌었던 만큼 국내외 다음 세대 작가들을 소개하는 공간으로 확장한다는 구상이다. 개관전 '박서보와 흐엉 도딘: 비움 그 충만'은 박서보 25점과 베트남 출신으로 프랑스에서 활동하는 흐엉 도딘(1945~)의 작품 17점 등 42점을 내년 1월 3일까지 선보인다. 서로 다른 시대와 문화적 배경을 가진 두 작가가 반복과 축적을 통해 화면을 만들어온 공통점에 주목한 전시다.

작품만으로는 알기 어려운 작가의 생활과 작업 방식, 예술적 사유까지 들여다보는 이러한 공간들은 작가의 흔적을 보존하고 아카이브 연구와 동시대 작가 소개까지 확장하며 미술관의 새로운 역할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를 키운다.

1. 박서보미술관 《박서보와 흐엉 도딘 비움 그 충만》 전시 전경(B2 SPACE Ø), 박서보미술관 제공, 사진 전병철
개관전 '박서보와 흐엉 도딘: 비움 그 충만' 전경. /박서보미술관
전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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