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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큰 투자·선제적 결단… 삼바 ‘성공 공식’ 따르는 후발주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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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정우 기자

승인 : 2026. 09. 02.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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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바이오 신화 15년] ④<끝>
롯바, 과감한 생산능력 확대 '닮은꼴'
셀트리온·SK, 차별화·맞춤형 승부수
"쩐의 전쟁 2막… 체질개선 속도내야"
2010년 출범 당시 '10년 뒤 매출 1조8000억원'을 내걸었던 삼성바이오로직스가 15년 만에 '매출 5조원 클럽' 진입을 앞두며 압도적 신화를 쓰고 있다. 과감한 자본과 오너의 결단, 선제적 공장 증설 등으로 증명한 삼성의 성공 방정식은 국내 위탁개발생산(CDMO) 업계의 표준으로 자리 잡으며 후발 대기업들을 '쩐의 전쟁'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의 발자취와 가장 닮은 꼴은 롯데바이오로직스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출범 당시 삼성전자·삼성물산 등 그룹 계열사가 총력전을 펼쳤듯이, 롯데 역시 그룹 차원에서 롯데바이오로직스에 1조5000억원에 육박하는 자금을 투입했다. 이 가운데 롯데지주가 설립 이후 투입한 누적 출자액만 지난 8월 기준 8831억원에 달한다. 신동빈 회장의 장남인 오너 3세 신유열 부사장을 박 제임스 대표와 함께 각자대표로 배치한 점은 그룹 차원의 핵심 과제임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생산 능력 확장 방식도 판박이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삼성의 첫 출발점이던 3만 리터(ℓ) 규모의 1공장보다 4배 큰 12만ℓ의 송도 1공장을 2027년에 가동한다는 목표다. 4만ℓ 규모의 미국 시러큐스 공장에 이어 송도에 각각 12만ℓ 규모의 공장 3개를 구축해 총 40만ℓ의 생산능력을 확보한다는 구상이다. 송도 바이오캠퍼스에는 2030년까지 총 4조60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다만 삼성의 성공 방정식을 완성한 핵심이 선제 증설 이후 이어진 글로벌 대형 수주였다는 점에서 롯데는 아직 이를 증명해야 하는 단계다. 최근 공개된 계약 상당수는 시러큐스 공장을 기반으로 한 임상·공정개발 물량이다. 향후 상업생산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있지만 내년 본격 가동을 앞둔 송도 1공장의 12만ℓ 생산능력을 채울 대규모 상업생산 수주 확보가 관건이다.

다른 기업들은 차별화한 무기로 승부하고 있다. 셀트리온은 20년간 축적한 바이오시밀러 개발·생산 노하우를 CDMO 자회사에 이식하는 전략을 취했다. SK그룹은 SK팜테코의 합성의약품 및 세포·유전자 치료제(CGT)와 SK바이오사이언스의 백신 위탁생산 역량을 결합해 모달리티(치료 접근법)별 맞춤 공급망을 구축하고 있다. 에스티팜과 마티카바이오는 메신저 리보핵산(mRNA), CGT 등 차세대 틈새시장에 집중하고 있다.

후발주자들의 참전으로 시장 규모는 확대되고 있지만 자본력에 의존하는 모델의 한계도 명확해지고 있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부 교수는 "CDMO는 원천기술이 아닌 자본과 운영 장벽에 의존하는 사업인 만큼, 후발주자 진출로 삼성이 가진 프리미엄도 더 이상 배타적이지 않다"며 "삼성 브랜드가 첫 상담을 성사시킬 순 있어도 글로벌 빅파마의 재수주를 결정짓는 본질은 결국 납기와 품질"이라고 지적했다.

진짜 경쟁 상대가 글로벌 시장에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론자, 우시 그룹 등 독보적인 실적과 자본을 갖춘 거대 기업들이 버티는 상황에서 국내 기업 간 치킨게임은 공멸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공장 규모 싸움을 넘어 기술과 공급 안정성의 초격차를 확보하는 동시에, 선두 주자인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국내 생태계를 이끄는 중심축이 돼야 한다는 분석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현재 생산능력, 포트폴리오, 지리적 거점이라는 3대 축 확장 전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2032년까지 7조5000억원을 투입해 8공장까지 증설하면 송도 생산능력은 132만5000ℓ로 증가한다. 항체-약물접합체(ADC), CGT, 펩타이드 등 포트폴리오 다각화와 미국·유럽·인도 등 글로벌 거점 확장도 계속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선두 지위를 지키려면 단순한 공장 증설을 넘어 국내 생태계와 동반 성장, 체질 개선이 필수라고 입을 모은다.

정윤택 제약산업전략연구원장은 "단순 CDMO를 넘어 바이오 벤처를 육성하고 함께 성장하는 위탁연구개발생산(CRDMO) 형태로 동반자적 역할을 확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각 기업이 모달리티와 제형별로 강점인 영역을 개척하고, IT·전자 기술을 접목한 공정 혁신에 나서야 한다는 견해도 있다.

홍 교수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대규모 항체 생산과 차세대 모달리티에서 표준을 제시하고 후발주자들이 특화 영역을 개척해야 한다"며 "리더 기업의 역할은 시장 독점이 아닌 경쟁의 수준을 끌어올리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자본으로 추격 가능한 시장에서 리더십을 유지하려면 국내 생태계의 기초체력을 키워 산업 표준을 선점해야 한다"며 "한국 바이오 산업의 위상이 올라갈 때 선두 기업의 지위도 견고해진다"고 덧붙였다.

'제2의 삼성바이오로직스'라는 새로운 K-CDMO 신성이 탄생할까, 아니면 규모의 경제와 수율 노하우를 앞세운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격차를 더 벌릴까. 국내 바이오 산업의 미래를 바꿀 '쩐의 전쟁'은 이제 본격적인 2막에 들어섰다.
문정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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