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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美 반도체 표적관세… 유연한 대미협상 나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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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6. 09. 04.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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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FP 연합
조속한 대미(對美) 투자를 압박해 온 미국이 반도체 관세 카드까지 꺼내 들었다.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은 한 방송 인터뷰에서 반도체에 대해 '표적화되고 신중한 관세 정책'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 내 생산시설을 갖춘 기업에는 관세 감면 또는 면제 혜택을 제공하고, 미국에서 생산하지 않는 기업에는 미국에 제품을 판매하기 위한 관세 부담을 지우겠다는 것이다.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도 이를 확인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반도체 관세 부과 대상 제품 범위를 대폭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며 반도체뿐 아니라 노트북, 게임 콘솔, 데이터센터 서버 등 반도체가 들어가는 여러 완제품이 관세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조치의 주요 표적은 한국과 대만의 반도체 기업임이 분명하다. 특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우리 기업들은 국내에서 메모리 반도체 대부분을 제조해 수출한다는 점에서 파장이 불가피할 것이다.

공식적으로 관세 부과에 따른 가격 상승의 부담을 져야 하는 쪽은 반도체를 수입하는 미국 기업들이다. 관세가 부과되면 반도체를 대량 구매하는 엔비디아 같은 빅테크들의 제품과 서비스 가격이 상승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대만의 TSMC 같은 반도체 제조기업들도 피해를 볼 가능성이 있다. 빅테크들이 관세 부과에 따른 추가 비용의 일부를 제조기업이 분담할 것을 요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업도 기업이지만, 정부의 고민이 깊을 것이다. 미국이 관세를 무기로 요구하는 미국 내 반도체 생산시설 건설은 3500억 달러(475조원) 규모의 대미 투자와는 별개의 성격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우리 산업정책과 공급망 계획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실제 한정된 기업들의 투자 재원이 미국으로 쏠리면 정부가 '3대 메가프로젝트'의 하나로 추진하는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의 기업 투자와 생산시설 유치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러트닉 장관 등 미 관료들의 발언과 백악관에서 흘러나오는 소식을 종합하면 미 정부의 한국에 대한 최대 불만은 실행되지 않고 있는 대미 투자다. 실제 일본은 미국에 약속한 5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대출 중 약 20%를 이미 이행 중이다. 우리는 대미 투자 1호도 확정하지 못한 상태다. 트럼프가 지난달 한미연합군사훈련을 시작 당일 전격 취소한 것도 대미 투자 이행 지연에 대한 불만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원화 약세에 따른 환율 불안 등 우리 측의 대미 투자 지연 사유를 무시할 수 없다. 그렇지만 일본과의 뚜렷한 이행 속도 차이는 미국 측에 우리의 대미 투자 이행 의지를 의심할 빌미를 준 측면이 있다. 정부는 우선 대미 1호 투자 건을 조속히 확정하고 상세한 향후 투자 일정을 제시해야 한다. 유연한 대응을 통해 반도체라는 핵심 국익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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