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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연임 안 한다” 다섯 글자가 어려운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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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채연 기자

승인 : 2026. 09. 10.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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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전환담-05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4월 추가경정예산안 시정연설을 위해 국회방문해 사전 환담장에서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와 인사를 나누고 있다./이병화 기자
김채연 증명사진
"'연임 안 한다' 다섯 글자만 얘기하면 됩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연일 이재명 대통령을 향해 외치는 말이다. 이 대통령의 '중임제 개헌'을 둘러싼 논란이 불거지자 장 대표는 이 대통령에게 "10원 한 푼 손해 보기 싫어 '더불어근저당'을 한 사람이 순순히 임기를 단축해 대한민국 미래를 위해 개헌하겠다는 건 지나가는 강아지도 믿지 않을 것"이라며 '연임 포기' 선언을 압박하고 있다. 대통령의 임기를 둘러싼 불필요한 논란을 차단하려면 이 대통령이 직접 선을 그어야 한다는 목소리다.

그런데 아이러니하다. '연임하지 않겠다'는 말을 끝내 하지 않는 또 다른 사람이 있다. 바로 장 대표 자신이다. 장 대표 역시 국민의힘 당 대표로서 자신의 다음 임기를 명확하게 닫지 않고 있다. 연임하겠다고 선언한 것도 아니지만, 연임하지 않겠다고 못 박은 것도 아니다.

지난 8월 26일, 장 대표가 취임 1주년 기자회견 내내 강조한 단어는 '총선 과반 승리'였다. 장 대표의 임기 중엔 총선이 치러지지 않는다. 한 기자가 "연임을 염두에 두고 있냐"고 묻자 장 대표는 "임기 중에 총선이 치러지지 않는다고 해서 임기 동안 총선 승리를 위한 노력을 뒤로 할 순 없다"는 다소 모호한 답을 내놨다. 정치권 안팎에선 충청도 출신인 장 대표가 그 정도면 연임 의지를 숨기지 않은 것이란 우스갯소리도 나왔다.

물론 대통령과 정당 대표의 연임 문제는 법적 성격부터 다르다. 대통령은 헌법상 5년 단임제이지만, 정당 대표는 당헌·당규에 따라 연임이 가능하다. 따라서 장 대표가 연임 가능성을 열어두는 것 자체가 잘못이라고 할 수는 없다. 문제는 연임 여부보다 권력을 가진 사람이 자신의 다음 임기를 열어둔 채 당의 체질을 어떻게 바꾸느냐다.

이 지점에서도 이 대통령과 장 대표의 모습이 묘하게 겹친다. 이른바 '명심'과 '명픽'은 민주당 운영의 주된 방식으로 자리잡았다. 국회의장 경선 당시 조정식 의원에 대한 이 대통령의 공개적인 지지 신호는 사실상의 '명심'으로 읽혔고,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원오 전 성동구청장을 향한 "잘하기는 잘하나 봅니다"라는 한마디는 정 전 구청장을 가장 유력한 서울시장 후보로 부상시켰다. 신임 당 대표에게도 '명픽' 꼬리표가 따라 붙으면서 이 대통령의 의중이 당 운영을 넘어 인사까지 관통하고 있다는 평가가 적지 않았다. 진보 진영의 대형 스피커를 자처해온 유시민 작가도 "대통령이 여당 대표를 '픽'해서 당선시키려 하는 건 왕정, 귀족정으로 가는 것"이라고 날 선 비판을 쏟아냈다.

국민의힘에서도 비슷한 풍경이 펼쳐지고 있다. 장 대표는 최근 조강특위를 가동하며 당협위원장 선출 과정에 당원들의 직접 참여를 확대하는 '당원직선제'를 꺼내들었다. 당내 반발에 부딪혀 점진적 도입으로 가닥이 잡혔지만, 정기 당무감사에서 당원 평가 50% 반영을 의무화하기로 한 것은 거의 직선제나 다름없다는 평가다. 장 대표가 자신의 다음 임기를 열어둔 채, 지역 당협까지 당원 중심으로 재편하려는 점은 예사롭지 않다. 당원 지지를 기반으로 당권을 잡은 장 대표에게 당원 중심의 당 개편은 곧 자신의 정치적 기반을 공고히 다지는 일이기 때문이다.

"도둑질하지 않겠다는 말을 굳이 해야 하느냐"는 이 대통령의 말처럼 원칙은 원래 당연한 것일 수 있다. 자신의 권력에 스스로 끝을 긋는 당연한 일은 권력의 부패를 경계하는 가장 큰 선언일 것이다.
김채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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