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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족 협의없는 사과 못받아”…HL만도 안전대책 발표 결국 무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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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규 기자

승인 : 2026. 09. 21.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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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L만도, 21일 성남 판교서 긴급 기자회견 무산
유족 측에 막혀 조성현 부회장 발걸음 돌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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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현 HL만도 부회장이 21일 경기도 성남 HL만도 판교사옥에서 고 김승모 중대재해대책위원회 관계자 및 유가족 항의에 막혀 기자회견장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있다./김정규 기자
HL만도가 평택공장에서 발생한 고(故) 김승모씨 사망사고 61일 만에 종합 안전대책을 발표하려던 기자회견이 유족 측의 강한 반발로 결국 무산됐다. 유족 측은 회사가 사전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사과와 안전대책을 발표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반발했다. 조성현 HL만도 부회장은 직접 기자회견장을 찾았지만 유족 측의 항의가 이어지면서 사과문과 대책을 발표하지 못한 채 자리를 떠났다.

이번 사안은 회사가 중대재해 이후 마련한 안전 개선책을 공개하는 자리였지만, 정작 유족과의 사전 협의 여부를 둘러싼 갈등으로 기자회견 자체가 열리지 못했다는 점에서 향후 회사의 안전대책 추진 과정에도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유족 "협의 없이 사과" 반발…조 부회장 발길 돌려

HL만도는 21일 오후 4시 경기도 성남 판교 HL만도 R&D센터에서 고 김승모씨의 사망사고에 대해 사과문과 종합안전 개선 대책을 발표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기자회견 시작을 약 30분 앞두고 유족 측과 고 김승모 중대재해대책위원회 관계자들이 현장을 찾아 기자회견 진행에 강하게 항의하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회사가 사고 발생 이후 두 달이 넘도록 유족과 충분한 협의 없이 있다가 언론을 상대로 먼저 사과와 안전대책을 발표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오후 4시를 넘겨 조성현 HL만도 부회장이 김현욱 CSO(최고안전책임자), 홍영일 COO(최고운영책임자) 등과 함께 기자회견장에 도착했지만, 유족 측의 항의가 이어지면서 회사 측과 유족 측의 대치가 계속됐다.

조 부회장 일행은 현장에서 약 5분간 머물렀지만 결국 기자회견장에 들어가지 못한 채 발걸음을 돌렸다. 조 부회장은 현장을 빠져나가면서 기자들의 질문을 받았지만 별다른 답변을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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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현 Hl만도 부회장이 21일 경기도 성남 HL만도 R&D센터에서 기자회견이 무산된 뒤 발걸음을 돌리고 있다./김정규 기자
앞서 하청업체 소속이던 김씨는 지난 7월 22일 평택공장에서 설비 내부에서 윤활상태를 점검하던 중 원청 작업자가 내부 진입 사실을 확인하지 않은 채 설비를 가동하면서 끼여 숨졌다. 유족 측은 이 사고가 불법파견 구조와 안전관리 공백이 맞물려 발생한 중대재해라고 주장하고 있다.

유족 측 관계자는 "유족과 어떤 합의도 없이 사망사고와 관련한 사과와 종합 안전대책을 일방적으로 발표하는 기자회견은 용납할 수 없다"며 "유족 대리인과 법률대리인을 통해 협상이 예정된 상황에서 일방적으로 사과 입장을 발표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김승모씨의 아버지는 현장에서 "두 달이 넘도록 단 한 번도 정식으로 유족 대우를 받지 못했다"며 "사전에 조율해서 사과할 테니 받아달라는 협의가 먼저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우리 아들이 죽은 날부터 그렇게 했어야 한다"며 "두 달 넘게 가만히 있다가 판교에서 일방적으로 사과하고 안전대책을 발표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반발했다.

◇'영상 사과' 조 부회장 "처음부터 다시 돌아보겠다"

이날 기자회견을 하지 못한 조 부회장은 영상을 통해 입장문을 내고 사과와 재발방지 대책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조 부회장은 영상에서 "지난 7월 22일 HL만도 평택공장에서 발생한 안타까운 사고로 유명을 달리하신 고(故) 김승모 님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께 진심 어린 위로와 사과의 말씀을 올린다"고 밝혔다.

이어 "소중한 생명을 지키고 안전한 일터를 만들어야 할 의무를 다하지 못한 점에 대해 무거운 책임을 통감한다"며 "이번 사고를 단순히 하나의 사고로 바라보지 않고 안전보건 조직과 관리체계, 현장의 실행과 투자, 안전을 대하는 문화 전반에 무엇이 부족했는지 처음부터 다시 돌아보고 개선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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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현 HL만도 부회장이 21일 경기도 성남 HL만도 R&D센터에서 영상을 통해 고 김승모씨 사망사고에 대해 사과하고 재발 방지대책을 발표하고 있다./HL만도 사과영상 캡처
HL만도는 우선 전 사업장에 대한 외부 안전 전문기관 합동 전수진단을 매년 실시하기로 했다. 진단에서 지적된 사항은 로드맵을 수립해 개선 여부를 지속 관리하고, 내부 안전점검도 강화해 위험 요소가 발견될 경우 개선이 완료될 때까지 추적한다는 방침이다.

현장 안전 투자를 신속하게 집행하기 위한 제도도 손본다. 특별안전진단에서 확인된 위험 요소에는 별도 특별예산을 편성하고, 긴급한 개선이 필요한 경우 기존의 예산 품의 절차를 거치는 대신 '선조치 후보고' 방식으로 즉시 개선할 수 있도록 체계를 전환한다.

스마트 안전관리도 확대한다. 공장 내 인체감지 폐쇄회로(CC)TV를 도입하고, 외주공사 현장의 위험 상황을 모니터링할 수 있는 이동형 CCTV도 운영할 예정이다.

안전관리 조직도 강화한다. 본사에 안전보건실을 신설하고 본사와 사업장의 안전인력을 충원한다. 본사에는 안전진단파트를 새롭게 만들어 전문적인 현장점검과 개선을 맡긴다. 사업장 안전환경팀 소속 안전보건파트는 안전보건팀으로 분리·격상해 독립성을 높인다.

현장 근로자의 참여도 확대한다. 안전보건 위험 신고센터를 활성화하고 노사합동 'Safety Walk'를 추진한다. 노동조합의 위험성평가 참여를 통해 현장의 위험 요인을 함께 발굴하고, 노사 대표가 안전을 최우선 가치로 공동 선언하는 안전캠페인도 진행할 계획이다.

협력업체에 대한 안전관리 지원도 강화한다. HL만도는 협력업체 대상 안전점검을 지원하고 안전투자 여력이 부족한 업체에는 안전 자립을 위한 실질적인 투자도 지원하기로 했다.

조 부회장은 "회사는 이번 대책이 일회성 선언에 그치지 않고, 확실히 실행될 수 있도록 구체적인 로드맵을 수립하고, 추진상황을 끝까지 점검·관리하겠다"며 "그 이행결과는 경영진이 직접 확인하고, 필요 시 외부 전문기관의 객관적인 검증을 통해 대책의 실효성과 현장 작동 여부까지 철저히 확인하겠다"고 밝혔다.
김정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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