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전문가 "연 700만대 체제 성과"
장기적 투자 및 제품 경쟁력도 강화돼
"中 업체 혁신 속도·SW 경쟁력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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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회장이 그룹 회장에 오른 지 6년. 2020년 10월 14일 시작된 그의 시대는 자동차 왕국의 외연을 넓히는 과정이었다. 아버지 정몽구 명예회장이 품질과 생산 경쟁력을 앞세워 현대차그룹의 기틀을 다졌다면, 정 회장은 그 위에 미래 모빌리티를 향한 새로운 경영 구상을 더했다. 전기차와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 자율주행을 넘어 로보틱스까지 사업의 경계를 확장했다. 자동차를 잘 만드는 기업에서 미래 이동수단과 기술 생태계를 주도하는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승부수를 던졌다. 산업의 판도가 바뀌는 불확실성 속에서도 다음 성장동력을 찾기 위한 투자를 멈추지 않았다.
그렇다고 지난 6년이 순풍만 탄 항해였던 것은 아니다. 코로나19 팬데믹과 차량용 반도체 공급난이 생산 현장을 흔들었고, 미·중 무역 갈등과 전기차 수요 둔화는 시장의 불확실성을 키웠다. 여기에 중국 완성차 업체들이 개발 속도와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글로벌 시장의 질서를 뒤흔들었다. 기존 자동차 제조 역량만으로는 미래 경쟁력을 담보하기 어려운 시대가 열린 셈이다. 정 회장의 선택은 변화에 대응하는 데 그치지 않고, 다음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투자와 사업 전환을 병행하는 것이었다.
정 회장 체제 6년은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서 어떤 성적표를 받아 들었을까. 〈본지〉는 미국과 유럽 등에서 활동하는 자동차산업 전문가 5명에게 서면 인터뷰를 통해 정 회장 체제의 성과와 한계를 물었다. 전문가들은 장기적인 투자와 제품 경쟁력 강화, 글로벌 브랜드 위상 제고를 주요 성과로 평가했다. 동시에 중국 업체들의 빠른 혁신 속도에 대응하고 소프트웨어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한편, 로보틱스 등 미래 사업을 실질적인 수익으로 연결하는 일이 앞으로의 과제라고 짚었다. 지난 6년이 현대차그룹의 체질을 바꾸는 시간이었다면, 앞으로의 6년은 그 변화가 새로운 성장과 수익으로 이어질 수 있는지를 증명하는 시간이 될 전망이다.
◇"정의선 6년…'700만대 체제' 안착 성과"
전문가들이 꼽은 정의선 시대 6년의 가장 뚜렷한 성과는 시장 변화에 대응하면서 판매 규모와 제품 경쟁력을 함께 끌어올렸다는 점이었다.
글로벌 자동차 시장의 판매 흐름을 분석해온 펠리페 무뇨즈(Felipe Munoz) 카 인더스트리 애널리시스 애널리스트는 "일본과 미국, 유럽의 많은 경쟁 업체와 달리 현대차그룹은 최근 몇 년간 글로벌 판매량을 늘리는 데 성공했다"며 "연간 판매량을 700만대 이상으로 유지한 것이 가장 큰 성과"라고 평가했다.
현대차와 기아는 지난 2023년 전세계에서 730만대를 판매한 이후 3년 연속 700만대를 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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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 아부엘사미드(Sam Abuelsamid) 텔레메트리 인사이트 부사장은 "고객 수요에 따라 제품 공급을 유연하게 조정할 수 있다는 점은 불확실한 시기에 시장 점유율을 유지하고 확대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분석했다.
◇"존재감 크게 드러내지 않는 장기 승부사"
이 같은 성과를 이끌어낸 정 회장. 이들의 눈에 정 회장의 리더십은 어떻게 비쳤을까. 무뇨즈 애널리스트는 이를 두고 "중요한 역할을 해 왔지만, 존재감을 크게 드러내지 않는 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이를 아시아권 경영자들의 대표적 특징이라고 평가했는데, 실제로 정 회장은 개인의 존재감을 앞세우기보다 조직이 성과를 내도록 조직을 이끈다.
유럽에서 활동하며 '자동차 교황'으로도 불리는 독일 자동차연구센터(CAR)의 페르디난트 두덴회퍼(Ferdinand Dudenhoffer) 소장 역시 "미래에 신중하게 접근하고 대규모 실험을 피하는 방식"이라며 "토요타와 비슷하다고도 볼 수 있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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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정 회장은 투자 성과가 장기간에 걸쳐 나타날 수 있음에도 앞으로 수십 년간 핵심 기반이 될 것으로 판단한 기술을 개발하도록 추진해 왔다"며 "단기 목표와 장기 목표 사이에서 긴장 관계를 유지하면서 미래를 우선시하는 환경을 조성했다"고 말했다.
미국에서 현대차그룹을 포함해 한국 기업의 컨설팅을 맡았던 경험이 있는 돈 서더튼(Don Southerton) 브릿징 컬처 월드와이드 대표는 외국인 CEO의 적극적 등용에 대해 "정 회장은 진정한 의미의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는 권한을 만들어냈다"고 평가했다.
그는 "서구 출신 경영진은 한국 기업에 합류한 뒤 실제 의사결정이 한국에서 이뤄진다는 사실을 깨닫곤 했고, 능력이 뛰어난 인재들도 자신이 이끌도록 영입된 조직에서 주변부에 머무르는 경우가 많았다"며 "정 회장이 구축한 것은 사업 부문을 실질적으로 이끌고 회사의 방향까지 바꿀 수 있는 진정한 권한"이라고 강조했다.
◇美선 브랜드 가치 인정…유럽은 제네시스가 숙제
특히 미국 시장에서는 과거의 저가 브랜드 이미지를 벗어나 상품성과 브랜드 가치를 인정받기 시작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아부엘사미드 부사장은 "제네시스의 등장과 텔루라이드·팰리세이드 같은 제품은 지난 10년간 현대차그룹에 대한 소비자 인식을 확실히 바꿔 놓았다"며 "이제 현대차그룹의 제품은 일반적으로 일본이나 미국 브랜드의 제품과 대등하거나 더 낫다는 평가를 받는다"고 말했다.
현지 생산 확대도 경쟁력을 뒷받침하는 요인이다. 서더튼 대표는 "자동차에 들어가는 철강부터 차량에 동력을 공급하는 배터리까지, 자동차 생산에 필요한 투입 요소를 미국에서 직접 구축하고 있다"며 공급망 현지화에 나서지 않은 경쟁사들은 이미 뒤처져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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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제네시스에 대해서는 "유럽 시장에서 판매량 측면의 성과를 거의 거두지 못했고, 여전히 틈새 브랜드에 머물러 있다"고 평가했다.
◇최대 위협은 中…"미래는 한국서 가까운 곳에"
전문가들이 공통으로 경계한 것은 중국 업체들의 부상이다. 중국은 단순히 저렴한 자동차를 생산하는 시장을 넘어 전기차와 소프트웨어, 스마트 콕핏, 자율주행 등 미래 자동차 기술의 경쟁 무대로 부상하고 있다.
특히 두덴회퍼 소장은 "샤오미, 샤오펑, BYD 같은 기업들은 물론이고 화웨이나 테슬라도 더 빠르고 혁신적"이라며 "혁신에서 나타나는 이른바 '중국의 속도'(China Speed)가 현대차·기아에서는 뚜렷하게 드러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 회장은 사무실을 두 곳에 둬야 하며, 하나는 한국에, 다른 하나는 중국에 있어야 한다"며 "유럽은 더 이상 미래라고 보기 어렵다. 미래는 한국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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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뇨즈 애널리스트는 현대차그룹이 중국 업체들의 공세에 대응할 준비가 된 글로벌 완성차 업체라고 평가하면서도, 신흥시장에서 경쟁력을 잃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미국과 인도 등에서 강한 입지를 확보했더라도 글로벌 시장 전체에서 우위를 유지하려면 중국 업체들의 가격과 기술, 개발 속도에 대응해야 한다는 것이다.
◇"SDV·로봇 승부처…2030년까지 선택, 2040년 결정"
현대차그룹은 포티투닷을 중심으로 차량용 소프트웨어와 자율주행 기술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소프트웨어 역량을 실제 차량에 구현하고 이를 수익성 있는 사업으로 연결하는 한편 기존 제조 중심의 개발·조직 체계를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전환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서더튼 대표는 "앞으로 5년 동안 승부가 결정될 분야가 바로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로의 전환"이라며 "지금부터 2030년까지 내리는 선택이 2040년의 현대차를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규모 제조 역량과 판매 규모만으로는 테슬라와 중국 업체들이 앞서가는 소프트웨어 경쟁을 따라잡기 어렵다는 진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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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는 자율주행 분야에서는 2028년을 목표로 레벨2++ 수준의 주행 보조 기술을 상용화하고, 차량 운행 과정에서 축적한 데이터를 기술 고도화에 다시 활용하는 '데이터 플라이휠'을 구축해 테슬라와 중국 업체들을 추격한다는 구상이다.
피지컬 AI 분야에서도 2028년부터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에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를 투입해 부품 분류·운반 등 제조 공정 적용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서더튼 대표는 "현대차는 단순히 로봇 기업을 인수한 것이 아니다. 자사 사업에 투입하고 산업 현장에서 대규모로 성능을 검증한 뒤, 다시 외부에 판매할 수 있는 역량을 확보한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