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남권 반도체·AI 산업, 새만금 투자 수요 등 반영해 전력 계획 새로 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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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수립을 앞두고 한전의 재무 부담과 송전망 투자비 증가, 서남권 반도체·인공지능(AI) 산업 육성에 따른 전력 수요 변화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서남권 메가프로젝트와 지역 전력 인프라 구축 중심으로 전환해야 하는 답이 나온다는 것이다.
27일 금산군 자문위원이자 데이터전문가인 김영광 박사와 송전선로 대책위 관계자 등에 따르면 한전이 활용할 수 있는 150조 원 규모의 재원에 대해서는 장거리 송전망 사업을 계획대로 확대하는 데 집중하기보다 서남권 산업시설의 안정적인 전력 공급과 지역 산업 기반 구축에 우선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이 시급하다.
이유는 한전의 장기 송변전설비계획에서 찾아볼 수 있다. 한전의 송전망 투자 규모는 제9차 계획 29조3000억원에서 제10차 계획 56조5000억원, 제11차 계획 72조8000억원으로 증가했다. 제11차 계획의 투자 규모는 제9차 계획의 약 2.5배에 이른다.
전력 수요 증가와 재생에너지 확대, 첨단산업 육성 등을 고려하면 송전망 확충은 국가 전력 인프라의 중요한 과제이지만, 투자 규모가 급격히 확대되는 상황에서 모든 사업을 기존 계획대로 추진하는 것이 최선인지는 별도로 검토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송전망 건설에는 장기간에 걸쳐 막대한 자금이 투입된다. 한전은 경영효율화와 원가 절감, 전기요금 수입 등을 통해 투자 재원을 마련하고 부족분은 회사채 발행 등으로 조달한다. 당연히 송전망 투자 확대는 한전의 재무 부담과 향후 전기요금 운영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에 따라 제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과 후속 장기 송변전설비계획에서는 기존 사업을 기계적으로 이어가기보다 실제 전력 수요와 사업비, 건설 기간, 경제성 등을 기준으로 투자계획을 재평가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김영광 박사는 "송전망 투자 방향을 재검토해야 하는 주요 배경으로는 서남권 산업구조의 변화가 꼽힌다"며 "총 896조 원 규모의 서남권 메가프로젝트와 9조 원 규모의 새만금 투자 계획을 볼 때 이제 서남권은 전력을 생산해 다른 지역으로 보내는 역할을 넘어 대규모 전력을 소비하고 첨단산업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지역으로 변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의 전력 수급 전망에서는 호남권에서 생산한 전력의 일부를 수도권 등 다른 지역으로 보내는 것이 중요한 전제였지만, 대규모 반도체 생산시설과 AI 데이터센터가 서남권에 들어서면 지역 내 전력 수요가 크게 늘어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책위 관계자는 "송전망 투자를 무조건 중단하거나 축소하자는 것이 아니다"며 "변화한 산업 수요를 반영해 불필요하거나 경제성이 낮아진 사업은 재검토하고, 실제 수요가 확인된 지역의 전력 공급시설과 산업 기반에 투자 재원을 우선 배분하자는 취지"라고 밝혔다.
이 같은 이유로 제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수립 과정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기존 송전선로 설치안을 반대하는 주민들은 제12차 계획에는 △서남권 반도체 생산시설과 AI 데이터센터의 전력 수요를 사업별·시기별로 구체화 △경과지역이 확정되지 않았거나 아직 착공하지 않은 장거리 송전망 사업은 우선순위를 재검토해 사업 시기를 조정하거나 노선을 변경하는 방안 검토 △서남권 내부의 전력 공급망 확충 적극 추진 △투자계획 변경의 근거가 되는 전력 수요 전망과 사업별 경제성, 비용 부담 구조를 객관적인 자료로 공개 등을 요구하고 있다.
금산군 한 관계자는 "전력 정책의 방향은 단순히 전기를 생산해 장거리로 보내는 데 머물러서는 안 된다"며 "전력이 필요한 곳에 안정적으로 공급하고, 이를 산업과 일자리, 지역경제의 성장으로 연결하는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한전 재원의 활용 방향을 재검토하고 서남권 전력 인프라 확충을 우선 과제로 논의하는 것은 이러한 전환을 위한 출발점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