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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KF-21 날개 아래 국산 소재의 꿈…KAI, ‘K-방산 자립’ 승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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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라 기자

승인 : 2026. 10. 27.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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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8개 품목 국산화…수입 대체 834억원
소재 조달기간 최대 100주→20주
글로벌 민항기 시장 진출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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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카롭게 뻗은 기수와 각진 동체, 양옆으로 비스듬히 솟은 두 개의 꼬리날개. 대한민국 영공을 지킬 차세대 전투기 KF-21 보라매가 시험비행을 앞두고 활주로에 모습을 드러냈다. 굉음과 함께 하늘로 솟아오른 기체는 한쪽으로 크게 기울며 급선회하더니, 이내 가파르게 고도를 높였다. 거침없이 뻗어나간 비행 궤적이 사천 하늘을 수놓았다.

시속 2200㎞로 바람을 가르는 KF-21의 날개엔 국내 기업이 생산한 고강도 소재가 적용됐다. 뿐만 아니다. 내부를 혈관처럼 연결하는 배관과 표면을 코팅한 도료도 '메이드 인 코리아'다. KF-21이 그리는 미래는 하늘 위 전장뿐 아니라 우리 땅의 '방산 생태계'까지 아우른다. 그간 해외에 의존해온 항공 소재를 우리 기술로 생산하며 대한민국 항공산업의 기초 체력을 키우겠다는 게 KAI의 꿈이다.

지난 14일 방문한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사천 사업장에서는 우리 공군에 인도할 KF-21 보라매 생산이 한창이다. 사람 키를 훌쩍 뛰어넘는 수려한 기체가 줄지어 장관을 이룬 가운데, 작업복을 갖춘 엔지니어들이 분주히 작업에 몰두하고 있었다. 특히 각 공정 한쪽에 오와 열을 맞춰 정리된 수백 개의 부품들이 눈길을 끌었다.

"부품이 하나라도 남는다면 어느 공정에서 누락됐는지 반드시 확인해야 해요. 군대에서 탄환을 목숨 걸고 챙기듯이, 우리는 볼트 너트 하나하나를 챙기는 겁니다."

현장 관계자의 말처럼 항공 방산산업에서 소재와 부품의 역할은 크다. 조종사의 생명과 직결되는 만큼 작은 볼트 하나에도 강한 강도와 내구성이 요구된다. 고속 비행의 강한 하중과 온도 변화를 견디기 위해 일반 산업제품보다 엄격한 품질 기준이 적용되는 것이다. 때문에 가격이 비싸고 일부 품목은 수급도 쉽지 않다.

KAI가 2019년부터 '항공소재 개발연합체'를 출범하고 소재국산화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항공용 부품과 소재 시장은 미국과 유럽의 소수 업체가 공급망을 장악해왔다. 구매량이 적은 KAI는 보잉·에어버스 등 글로벌 항공기 제작사보다 부품·소재 확보 경쟁에서 불리하다는 판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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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석근 KAI 재료공정팀 책임이 지난 14일 소재국산화 프로젝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KAI
KAI의 소재국산화 프로젝트를 이끄는 오석근 재료공정팀 책임은 "항공기용 소재는 오랫동안 해외 업체의 공급에 의존해왔지만 KAI는 KF-21를 소재국산화의 첨병으로 삼았다"면서 "회사 입장에선 장기적으로 원가경쟁력을 확보하고, 우리나라 항공 방산 공급망도 강화 할 수 있으리란 판단"이라고 설명했다.

KAI가 국산화를 추진하는 품목은 전체 구매 품목 1844종의 절반인 922종이다. 현재까지 이 가운데 248종의 국산화를 완료해 목표 대비 약 27%를 달성했다. 개발 품목은 타이타늄과 알루미늄 등 금속 소재부터 배관 피팅, 전기 케이블, 부식 방지 도료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KAI 측은 현재까지 국산화 소재의 수입 대체 효과가 약 834억원 이라고 설명했다. 일부 품목에서는 10~30%의 원가 절감 효과도 거뒀다.

성과는 조달기간 단축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해외에서 들여오는 항공용 금속 소재는 발주부터 입고까지 통상 50~54주가 걸리며, 일부 타이타늄 소재는 100주까지 소요된다. 반면 국내에서 생산한 소재는 통상 20~24주 안팎에 조달할 수 있다. KF-21에 적용된 타이타늄 소재의 경우 조달기간을 기존 100주에서 20주 수준으로 줄인 사례도 관측된다.

갈 길은 여전히 멀다. 일부 품목은 대규모 생산설비 투자가 필요하지만, 협력업체는 KAI 이외의 수요처가 담보되지 않은 이상 위험부담이 크다. KAI가 정부와 지원을 추진중이지만 생산업체를 찾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특히 KF-21 주요 구조물에 사용되는 대형 알루미늄 판재와 엔진·동체 연결 구조물 등에 쓰이는 대형 타이타늄 단조재의 국산화가 시급하다는 게 업계의 전언이다.

KAI는 최근 국산화 로드맵의 목표 시점을 2030년에서 2036년으로 연장했다. 해외 민항기 시장으로 판로를 넓혀 국내 소재기업의 지속 가능한 수익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를 위해 소재기업들과 손잡고 보잉·에어버스 등 글로벌 항공기 제작사의 위험분담파트너십(RSP) 사업 진출을 추진할 방침이다. RSP는 항공기 제작사와 협력업체가 개발 비용과 위험을 분담하고 수익을 공유하는 공동개발 방식이다.

오석근 책임은 "우리 기업들이 국산화한 소재를 KF-21에 납품하고 나면 그 실적을 기반으로 해외 진출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본다"며 "KF-21은 우리나라 차세대 전투기 시대를 연 주역인 동시에 K-방산 생태계의 성장을 위한 발판이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유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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