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의 음식 김치가 말 그대로 귀한 금(金)치 가 되어버렸다.
올해 지구 온난화에 따른 이상저온 현상, 게릴라성 집중호우 빈발, 태풍 피해 등으로 배추 생산이 예년의 30~50% 수준으로 급감했기 때문이다.
배추 공급량의 부족으로 포기당 판매가격이 1만원대로 폭등하면서 중소 김치 생산공장은 가동을 중단하고, 학교 급식에 비상이 걸리는 등 금치 파동 피해가 심각하다.
도한 배추 수급의 당사자들인 재배농가는 수익 감소로 고통받고, 중간 유통상인과 대형마트는 매점매석과 유통마진 폭리 의혹을 정부와 여론으로부터 받고 있어 좌불안석이다.
이에 따라 본지는 배추 대란 의 실태를 점검하고, 이에 대한 해법 모색 및 정부기관의 대책을 점검하는 기획 시리즈를 3회에 걸쳐 연재한다. <편집자주>
◇ 글 싣는 순서
<상>농민도, 상인도, 기업도 괴롭다
<중>생산·유통 시스템 이대로는 안된다
<하>정부 대책 “땜질 처방은 이제 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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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원도 평창의 준고냉지 배추밭에서 일부 배추들이 기상 악화로 제대로 자라지 못하거나 망가져 있다. |
준고냉지 배추는 대부분 김장철에 앞서 소비되는 10월분 물량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지난 2일 평창의 배추 경작밭 일대를 찾아갔다.
"평창 일대의 준고냉지 배추 작황이 예년의 30~40% 수준에 불과합니다." 현지에서 만나 평창군 농협 관계자는 배추 재배의 심각성을 전했다.
평창군에서 20년 이상 배추 농사를 짓고 있다는 김 형씨는 “보통 배추밭 660㎡(200평)에 트럭 한 대 분량의 배추가 생산되는데, 요즘에는 400~500평, 심할 경우 1000평에서 한 차를 채울 정도"라고 올해 작황을 들려줬다.
그는 1만6000㎡(5000평) 정도 크기의 빈 밭을 가리키며 “저 밭은 이상기후에 완전히 (배추)농사를 망쳐서 다 갈아엎은 것”이라고 털어놓기도 했다.
70대의 또 다른 농민은 “배추 농사 짓는데 평소에는 평당 2000원 선이면 됐는데, 올해는 3000원선까지 나올 듯 하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 농민은 “배추 값이 올라도 농민들은 덕 보는 것이 하나도 없다”면서 “한 농가에서 포전(밭떼기)로 배추를 넘기면, 이 농가에서 넘긴 배추가격이 ‘공정’가격이 돼 버린다. 대부분의 농가에서 초기에 배추밭을 넘겼기 때문에 배추값이 아무리 올라도 농민 소득은 늘어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멀리서 보기에는 멀쩡해 보이는 배추밭을 기자가 가까이 다가가서 살펴보니 상태가 상당히 좋지 않은 배추밭이 많았다. 원형 탈모증에 걸린 듯 밭 곳곳이 듬성듬성 비어 있었고, 배추가 누렇게 변한 밭도 상당히 많았다.
또 수확이 끝난 밭들도 절반에서 3분의 1 가량의 배추가 밭에 그대로 남아 있는 경우도 눈에 띄었다. 상품성이 없어 수확 자체를 포기한 배추들이었다. 모두 ‘크기’와 ‘무게’가 미달돼 상품성이 없어 내버려진 배추들이었던 것이다.
김 형씨는 “올해 배추값 파동 때문에 손해 보는 중간상인들도 꽤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배추를 거래하는 한 중간유통인은 “농가와 해마다 계약을 하는데 배추값이 폭락하는 해에 손해를 감수하는 것도 중간유통업자”라며 “올해는 시세가 올랐지만 계약할 때보다 수확량이 줄었으니 폭리를 취한 것은 아니다”라고 언론이나 여론의 따가운 눈총을 원망했다.
유통업체들도 괴롭기는 마찬가지라는 반응이다. 배추값이 너무 비싼 탓에 배추를 매장에 갖다놔도 잘 팔리지 않기 때문.
신세계이마트 서울 성수점 농산물 매장의 한 직원은 4일 “요즘 배추값이 비싸서 손님들이 많이 사가지 않기 때문에 조금만 가져다 놓았다”며 “손님들이 배추를 들여다보다가도 그냥 발길을 돌리곤 한다”고 분위기를 설명했다.
대형마트들은 11월 중순부터 시작되는 김장철의 배추 물량 수급에 걱정없다는 입장이지만, 날씨 변화를 예측할 수 없어 만일의 경우를 대비한 물량 확보에 힘쏟고 있다.
중국산 배추를 수입하지 않기로 결정한 이마트는 현재 계약재배 농가 수를 30% 가량 늘려놓은 상태다.
그러나 “본격적인 김장철이 되면 물량 확보를 위해 각 유통기업과 중간상인들의 경쟁이 치열해져 일정부분 가격이 오르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는고 전망했다.
이마트 관계자는 “10월에도 계속 비가 내린다거나, 이른 한파가 닥칠 경우 그야말로 ‘김치 대란’이 일어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유통업자들도 사실상 하늘만 쳐다보고 있는 셈이다.
중국산 배추 5만포기를 수입하기로 결정한 롯데마트도 중국산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이 좋지 않아 수입 물량을 제대로 판매할 수 있을지 고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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