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조준원기자 wizard333@ |
“동생인 심보경씨(영화제작사 보경사 대표)가 처음에 시나리오를 줘서 읽게 됐어요. 밤에 읽기 시작했는데 웃다가 울다가 시나리오를 덮을 때 뭔가 모르는 울림이 가슴에 느껴졌어요.”
“시나리오 초고에는 아침 드라마적인 요소가 강했어요. 서연이 남편의 폭력과 불륜에 시달리는 캐릭터였어요. 그런 기름끼 다 빼고 첫사랑이라는 코드에 집중했어요. 또한 집을 짓는 과정을 부각시켰죠. 장식처럼 들어가는 게 아니라 인물들의 감정을 쌓아가는 중요한 장치라고 생각했어요. 10개월이나 시나리오 수정 작업을 했어요.”
“너무 힘들었어요. 대한민국 정상의 남녀배우들에게는 대부분 책을 줬던 거 같아요. 모두 거절했는데 다행히 ‘시라노 연애조작단’에서 호흡을 맞췄던 엄태웅이 해주겠다고 했어요. 엄태웅이 캐스팅되면서 주인공 나이가 30대 중반으로 올라가고 대학시절, 현재로 캐스팅이 2원화됐어요. 그랬더니 여배우 캐스팅이 너무 힘들어지더군요. 톱여배우들은 아역이 생기면 나이 들어 보일까봐 대부분 거절했어요."
“아니에요. 영화 출연 결정을 한 후 드라마에 출연하게 된 거죠. 우리가 운이 참 좋았던 거 같아요. 한가인이 맡은 서연은 첫사랑의 대상으로 아름다운 외모를 무조건 갖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면에서 한가인은 안성맞춤이었어요. 또한 ‘말죽거리 잔혹사’ 이후 7년 동안 영화에 안 나와 희소성이 있는 점도 좋았고요. 같이 작업을 해본 느낌은 참 머리가 좋은 배우라는 거예요. 또한 성격도 담대하고요.”
“최고의 미녀 한가인의 어린 시절이니 캐스팅하기 쉽지 않았어요. 아역도 정말 여러 후보들에게 시나리오를 건넸어요. 수지는 드라마 ‘드림하이’에만 출연했지만 첫사랑에 어울리는 아름다운 외모를 갖고 있고 인기가 높아 출연해준다면 너무 고마울 거 같았죠. 처음에는 스케줄 때문에 거절했는데 결국 성사됐어요. 천군만마를 얻는 느낌이었어요. 나이는 어리지만 배짱이 있고 머리가 아주 좋은 친구였어요. 또 한번 작업해보고 싶어요.“
“영화 속에서 집이 갖고 있는 의미가 크기에 세트를 지어서 해결될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이용주 감독의 연세대 건축학과 대학동기 구승혜 소장이 집을 설계했어요. 명필름의 자신인데 현재 이용 방안을 고민 중이에요. 1층은 카페와 갤러리로 사용하고, 2층은 숙소와 공용공간으로 사용할 예정이에요. 제주도 영상위원회랑 효과적인 이용방안을 상의하려고 해요.”
“하고 싶죠. 그러나 요즘 많은 제의를 받을 텐데 기회가 올지 모르겠어요. 이용주 감독은 봉준호 감독의 연출부 출신이어서 그런지 정말 디테일하고 성실해요. 인간적으로는 우리는 아줌마 같다고 이야기해요. 스태프들은 극중 납뜩이(조정석)의 언변과 승민(엄태웅)의 영혼을 가진 사람이라고 말해요.”
사진=조준원기자 wizard333@ |
“그건 잘못된 생각이에요. 나와 김미희 대표, 오정완 대표 등이 주목을 받은 건 당시 남자 제작자들 사이에서 여성 제작자가 처음 나왔기에 언론에서 조명을 많이 해줬기 때문이에요. 수면에 안 떠올라서지 이유진 영화사집 대표. 김수진 비단길 대표 등 재능 있는 후배들이 너무 잘해주고 있어요.”
“내가 잘 나서가 아니라 좋은 파트너들이 있기 때문이에요. 명필름 17년 동안 최고의 스태프들과 꾸준히 일하면서 도움을 받았어요. 또한 가족의 힘도 컸죠. 남편인 이은 명필름 공동대표, 동생인 심보경씨와의 파트너십이 좋았어요. 지속적으로 작업하면서 서로 이끌어주고 성장하게 됐어요.”
“이은 감독은 명필름 창립부터 함께 일해왔는데 부부라가보다 영화적 동지라는 느낌이 강해요. 그러나 집안에서 불평등하죠. 가사 일은 제가 다하니까요. 가정에 돌아가서는 엄마로 돌아가요. 딸이 현재 고등학교 2학년인데 한번 아침밥을 안 차려준 적이 없어요. 함께 있는 시간이 적어 늘 미안한데 친구 같은 엄마가 되고 싶어요.“
“문제가 있다고 봐요. 지난해 ‘써니’ ‘도가니’ ‘완득이’ 같은 영화가 흥행이 될 수 있었던 건 대기업의 막강한 자금이 아니라 끊임없이 뛰어난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창작자들 덕분이에요. 자본은 얼마든지 바뀔 수 있어요. 지속적으로 좋은 영화를 만들고 관객들의 사랑을 받으려면 창작자들이 존중받아야만 한다고 생각해요.”
"위기는 늘 닥치지만 밝다고 봐요. 우선 국민들이 자국 영화를 좋아하고 인프라가 튼튼하다고 생각해요. 수익률만 개선되면 더 발전할 수 있을 거예요. 그러려면 우선 극장 부율 문제가 분명히 해결돼야 해요. 다양한 영화를 볼 수 없는 독과점 문제도 고쳐져야 할 듯해요. 또한 산업적으로 불법 다운로드 문제도 해결해야 해요. 아직 국민들이 저작권 문제에 대해 참 무감해요. 창작자들의 의욕을 꺾는 일이에요.“
“(잠시 고민하더니) 너무 많지만 지금은 문소리가 생각나네요. 사실 많은 상처를 줬어요. 캐스팅을 번복하거나 역할을 바꾸자는 말도 안되는 요청을 한 적이 있는데 언제나 의연히 받아줬어요. 또다시 작업을 꼭 한번 해보고 싶어요.“
“현재 ‘두레소리’가 개봉했는데 손해를 많이 볼 것 같아요. 좋은 영화였기 때문에 후회는 없어요. 현재 휴먼드라마를 기획 중이고 김현석, 정지우 감독과 작업을 개발 중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