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피노베이션(Happinovation)', 삼성의료원이 내걸은 의료혁신 비전이다. 삼성의료원의 중심인 삼성서울병원은 지난해 9월 환자 행복과 의료 혁신을 함축적으로 융합한 신개념인 ‘해피노베이션 20×20’을 슬로건으로 채택했다.
삼성의료원의 시작은 이 회장의 부친인 호암 이병철 회장시절부터 였다. 1982년 사회복지법인 ‘동방사회복지재단’을 설립한 삼성은 병원 건립을 위한 기반작업을 진행했고, 이후 동방사회복지재단은 삼성생명공익재단으로 이름을 바꿔 지금의 삼성의료원 사업을 담당하고 있다.
삼성생명공익재단은 설립당시 37억원이던 자산규모가 2011년 1조6500억원으로 400배이상 증가했고 1조317억원의 사업비를 운영하는 재단으로 커졌다.
1982년 삼성의료원 설립 결정 당시 500개로 계획됐던 병상수는 2008년 1900개를 넘어서 지난해에는 1965개로 증가했고, 총 외래환자수도 200만명을 넘어섰다.
삼성의료원에 본격적으로 이 회장의 경영마인드가 녹아든 것은 2008년 부터다. 당시 이 회장은 삼성서울병원, 강북삼성병원, 삼성창원병원 등 주요 거점 병원과 1997년 교육병원 협정을 체결한 성균관의대, 삼성생명과학연구소, 인성의과학연구재단 등 6개조직을 삼성의료원이라는 컨트롤 타워가 관리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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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93년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가운데)이 삼성의료원 건설현장을 돌아보고 있다. |
이 시기부터 이 회장 특유의 ‘인재경영’이 빛을 내기 시작했다. 이 회장은 삼성의료원 수장으로 자신의 주치의인 이종철(65) 전 삼성서울병원장을 내세웠다. 이 원장은 이 회장으로부터 삼성 브랜드에 걸맞는 세계적 병원을 만들라는 중책을 부여받으며 삼성의료원의 체질 변화에 앞장서기 시작했다.
이 원장은 병원을 대표하는 암센터를 성공적으로 개원하는데 기여하는 등 삼성서울병원을 단기간내에 국내 최고 수준의 병원으로 이끈 인물이다.
삼성의료원은 이후 삼성서울병원을 암센터 중심의 종합병원으로, 강북삼성병원은 당뇨센터를 중심으로 한 도심형 외래중심 병원, 삼성창원병원은 지역중추병원이라는 특화전략을 한층 강화했다.
2010년에는 의료진들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의료원 근무 전, 1~2년간 해외에서 경험하게 하는 '선진의학 조기연수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이런 인재 육성 프로그램은 삼성의료원의 경쟁력을 높이는데 일조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원장은 ‘병원이 하드웨어로 승부하는 시대는 끝났다’는 판단으로 인재 육성프로그램을 실시했고, 이는 이 회장이 강조하던 ‘소프트웨어’ 중요성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이기도 했다.
2011년 이 회장은 삼성의료원에 ‘스마트’ 개념을 심기 위해 그룹 비서실을 거쳐 삼성경제연구소, 그룹 전략기획실, 삼성석유화학 대표이사를 지낸 윤순봉 사장(57)을 삼성서울병원 지원총괄 사장겸 의료사업 일류화 추진단장에 임명했다. 윤 사장은 이 회장의 ‘신경영 DNA'를 가장 잘 이해하는 사람 중의 한명으로 잘 알려진 인물이다.
이 회장이 윤 사장을 선택한 것은 삼성의료원이 삼성 신수종사업 핵심인 바이오, 의료기기 사업의 중추적 역할을 해야 한다는 점에서 병원을 가볍고 빠른 조직으로 변화시킬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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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가운데)이 1994년 9월 삼성의료원 개원을 앞두고 병원 시설을 둘러보고 있다. |
이 회장의 특명을 받고 삼성의료원 선진화 사업을 맡게된 윤 사장은 ‘혁신’행보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윤 사장 취임 이후 삼성의료원은 진료시스템에 ‘스마트’개념을 도입해 병원을 찾은 환자들이 불필요한 시간낭비를 막는데 집중했다.
조직내부적으로는 소통을 강조하며 사내 인트라넷에 ‘SMC소통의 창’을 개설하는 등 조직문화 변화에도 집중했다. 지난 8월에는 국내 병원들이 투자를 꺼려하는 응급실에 100억원을 들여 선진 응급의료시스템을 갖추기도 했다.
이를 통해 환자 개개인에게 전문의 중심의 맞춤형 진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1시간내에 진단과 치료방법을 결정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했다. 또, 중환자실에 전문의를 24시간 상주하도록 했고 암치료를 위해 내과, 외과, 방사선과 등 각 전문가들이 함께 병을 진단하고 치료 방법을 찾는 '다학제협진' 체제도 도입했다.
건강검진센터에는 `스마트 무선주파인식(RFID) 검진센터 솔루션'을 도입해 환자의 위치를 실시간으로 인식해 최단 검사 시간이 걸리는 동선 정보를 제공하며 환자들의 대기지연 문제를 해결했다.
결과적으로 삼성의료원은 기존 병원들이 보여주던 불합리한 폐단을 하나하나 없앴다. 장례 문화를 바꿨고, 진료기록부 등을 전산화한 의료 전산 시스템을 도입해 환자와 보호자의 대기 시간이 단축시켰다. 의사들이 관습처럼 받아오던 촌지를 없애는 등 선진 의료 문화를 만들어 냈다.
삼성의료원은 이 회장이 병원 설립 당시 강조했던 ‘이상적인 병원’에 한발 씩 다가가고 있다. 이는 이 회장의 경영철학에 녹아있는 '인재', '혁신', '소프트웨어' 라는 주요 키워드를 사업 전반에 골고루 반영시켰기에 가능했다.
“의료원은 정말 친절해야 한다. 저렇게 좋은 시설에 불친절이 있어야 되겠는가? 지금 다른 병원이 안 하는 것을 삼성이 하니 오늘날 삼성이 된 것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라는 이 회장의 말이 지금도 세계 최고의 병원을 지향하는 삼성의료원의 이정표가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