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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이노베이션, 車 배터리 ‘격전지’ 미국서 광폭 행보… 추후 과제는?

SK이노베이션, 車 배터리 ‘격전지’ 미국서 광폭 행보… 추후 과제는?

기사승인 2020. 07. 0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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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조지아주와 제 2공장 투자 협약 체결
LG화학과 배터리 소송은 해결해야할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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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이노베이션이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의 격전지인 미국에 약 3조원을 투입하며 전기차 배터리 생산거점을 확대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글로벌 경제가 위축된 가운데서도 과감한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다만 SK이노베이션이 미국에서 투자와 판매 등 영업을 이어가기 위해선 경쟁사 LG화학과 진행 중인 배터리 소송을 해결해야 하는 과제가 남아있다. 특히 글로벌 시장에서 2차 전지 시장 선점을 위해 글로벌 기업들과 경쟁해야 하는 마당에 국내 기업 간의 소모전은 한국 경제의 경쟁력까지 떨어뜨릴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이에 대의적 차원에서라도 양사 그룹 오너인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전격적으로 만나 소송 건을 해결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은 최근 미국에 배터리 2공장을 짓기 위해 조지아주와 협약을 체결했다. 이로써 SK이노베이션은 약 1조1300억원을 투자해 미국 조지아주 내 약 3만9948㎡ 규모의 배터리 2공장을 설립한다. 해당 공장에서는 2023년부터 연간 11.7GWh 규모의 전기차 배터리를 생산할 예정이다.

SK이노베이션은 미국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앞서 약 1조9000억원을 투자해 미국 조지아주에 9.8GWh규모의 배터리 1공장을 짓고 있다. 이 공장은 2021년 하반기 완공해 설비 안정화 및 시운전·제품인증 등의 과정을 거쳐 2022년 초부터 양산을 시작한다.

이번 제 2공장 투자 협약은 미국 내에서의 배터리 생산시설 확보 2단계로, 추후 SK이노베이션의 미국 투자 규모는 확대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2018년 11월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SK의 밤’ 행사에서 최 회장이 “미국 전기차 배터리 공장은 6000여 개의 일자리를 만들 수 있는 최대 50억 달러(약 6조원) 투자 프로젝트”라고 밝힌 바 있기 때문이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향후 투자 여부는 시장상황을 살펴본 뒤 결정할 것”이라면서 “회사는 ‘선 수주 후 증설’ 전략에 따라 전기차를 필두로 주요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 진출해 생산설비를 확충하고 있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은 글로벌 자동차 생산량 중 약 10%를 차지하는 주요 시장 중 하나로 중국, 유럽과 함께 세계 3대 자동차 시장으로 불린다. 이에 LG화학 또한 미국 시장을 주요 배터리 거점으로 삼고, 미국 미시간주 홀랜드에 5GWh 규모의 공장 보유하고 있다. 최근에는 완성차 업체 GM과도 손 잡아 총 2조7000억원을 투입해 올해 내로 30GWh규모의 합작 공장을 착공할 예정이다.

최근 친환경차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전기차가 각광받자 전기차의 핵심인 배터리 업체들이 앞다퉈 미국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투자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특히 중국 시장은 중국 정부가 자국 배터리를 탑재한 차량에만 보조금을 주는 정책으로 한국 배터리 업체가 활약하기 어려운 상황이라서 미국과 유럽 시장이 더욱 중요하다.

미국 시장은 배터리 업체들이 시장 선점을 두고 다투는 것 외에도, 다른 의미의 ‘격전지’이기도 하다. SK이노베이션과 LG화학이 배터리 인력 유출 문제를 놓고 소송 중에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LG화학은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와 델라웨어주 지방 법원에 SK이노베이션을 ‘영업비밀 침해’로 제소했다.

최근에는 미국 ITC가 SK이노베이션에게 조기패소 판결을 내리면서 LG화학이 유리한 위치를 점하게 됐다. 이후 SK이노베이션의 이의제기로 해당 결정을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했지만, 조기패소 결정을 번복하기는 힘들 것이란 시각이 지배적이다. ITC 통계에 따르면 영업비밀 소송에서 조기패소 결정이 최종판결에서 뒤집어진 적은 없다.

올해 10월 최종판결에서 SK이노베이션이 패소하면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셀·모듈·팩 및 관련 부품·소재에 대한 미국 내 수입 금지 효력이 발생한다. 사실상 미국 내 생산과 판매가 불가능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SK이노베이션이 지속해서 미국 내 경영활동을 이어가려면 소송 리스크를 해결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다. SK이노베이션이 수조원에 달하는 비용을 투입해 배터리 공장을 설립하고 시장 진출을 해왔음에도 불구하고 LG화학과의 소송전으로 배터리 사업 자체가 무산될 수 있어서다. 특히 글로벌 시장에서 SK이노베이션과 LG화학의 배터리 사업 관련 존재감이 드러나는 와중에 양사의 소송전은 오히려 기업 자체는 물론 한국 경제의 위기로도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양사의 소송은 기업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소모전인 만큼 대의적 차원에서 합의를 이뤄야 한다는 지적이다.

다만 LG화학이 승소하더라도 최근 코로나19 확산 등으로 미국 경기 침체를 우려하고 있는 미국 정부 차원에서 ‘비토(veto·거부권)’를 행사해 SK이노베이션의 경영 활동을 보장해 줄 수도 있다.

업계에서는 이처럼 소송 최종 판결 이후에도 향방을 예단하기 어려운 상황에 양사 간의 갈등이 장기화 되면 국내 배터리 산업을 이끌고 있는 두 기업이 공멸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주요 시장인 미국에서 국내 업체 간 싸울 때가 아니고, 전기차 산업을 확대하는 데 협력해 시장을 키워 나가야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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