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에너지 등 5개 분야 중점
연구성과물 산업계 활용 목표
"설립 필요성 설득력 약해"
부채 누적·전기료 인상 우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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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학령인구 감소로 지방·전문대학 통폐합이 거론되는 와중에 공기업인 한전의 대학 설립에 부정적 여론이 많지만, 한전은 국가 성장 동력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에너지 전문 인력을 길러내는 대학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더욱이 정부의 재정지원 근거 등을 담은 ‘한전공대특별법’이 지난 2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문턱을 넘음에 따라 ‘좋든 싫든’ 내년 3월엔 한전공대의 개교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한전은 교육과 연구가 최대 효과를 낼 수 있도록 한전공대를 지속 뒷받침할 방침이다.
30일 한전에 따르면 한전공대 설립에 2025년까지 약 1조원이 투입될 전망이다. 사업비 1조원의 경우 정부, 지자체, 한전이 각각 분담하는 구조로 설립비, 건설비, 운영 개교비 등에 쓰일 예정이다.
한전공대는 한전 본사가 소재한 전라남도 나주혁신도시에 설립된다. 작지만 강한 연구중심대학 설립 취지에 걸맞게 학생 10명당 교수 1명의 소규모 형태로 수업이 진행된다. 모집 인원은 학부생(400명)보다 대학원생(600명)이 더 많으며 학비는 물론 기숙사비도 전액 면제된다. 미국 올린공대처럼 PBL(프로젝트 기반 학습), 기숙형 대학 등을 바탕으로 운영하되, 이스라엘 테크티온공대처럼 연구 성과물을 (에너지) 산업계가 활용할 수 있게끔 한다는 목표다.
한전은 회사의 전력연구원과 한전공대가 힘을 합치면 연구에 더 큰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전공대가 대형과제 중심의 미래에너지 기초연구를 맡고, 전력연구원이 응용기술 개발과 적용을 담당하는 등 상호보완적 운영이 이뤄지면 회사의 기술 고도화와 인재 역량 확보에 중추적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다. 또 한전공대를 통해 4차 산업혁명과 기후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융복합 공학 인재를 키우고, 이들의 연구 성과물을 창업과 특허로 연결시켜 국가 산업과 지역경제 발전에 기여하겠다는 청사진도 제시했다.
한전공대는 에너지 인공지능, 에너지 신소재, 수소에너지, 에너지 기후·환경, 차세대 에너지 그리드 등 5개 분야를 연구 중점 과제로 선택했다. 모두 산업 파급력과 기술 장벽이 높은 분야다. 설립 초기에는 5대 과제를 중심으로 ‘에너지 빅(Big) 5’ 연구소를 구축하고 한전의 실증 설비를 연계하기로 했다. 대학 구성원의 아이디어와 연구 성과가 상용화될 수 있도록 창업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한전 관계자는 “전 세계 유일무이한 에너지 특화 연구·창업 중심 대학이 될 것”이라며 “개교 이후엔 대형연구시설·클러스터를 조성해 대학-기업-연구소가 함께 협력하는 체계도 구축할 것”이라고 전했다.
다만 국내 일부 대학교에서 운영 중인 채용 조건형 계약학과와 달리 한전공대를 졸업했어도 한전에 취업이 연계되는 것은 아니다. 한전 관계자는 “국가 차원에서 인재를 육성하는 것”이라며 “한전 취업을 전제로 하는 대학이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즉 취업형 인재가 아닌 연구개발 및 창업 중심의 실전형 인재를 양성한다는 것이다.
이처럼 한전공대는 산학연이 하나로 움직이는 클러스터를 꿈꾸며 개교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동시에 우려도 제기된다. 누적 부채만 132조여원에 달하는 한전이 빚까지 더해가며 지원을 하는 것과 기존 대학도 신입생 미달이 속출하는 마당에 굳이 새로운 학교를 설립하는 것에 대한 반감이 일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미 카이스트(KAIST·대전), 포스텍(POSTECH·포항), 지스트(GIST·광주), 디지스트(DGIST·대구), 유니스트(UNIST·울산) 등 이공계 특성화 대학이 5곳에 이르는 데다 각 대학마다 모두 에너지 관련 학과를 두고 있어 설립 필요성에 대한 설득력이 약하다는 지적이다.
또 한전이 설립운용 비용 부담을 전기요금 인상으로 충당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력산업기반기금은 전기 사용자들이 매달 납부하는 전기요금에 3.7%씩 추가로 걷어 적립한 돈으로 ‘준조세’ 성격을 띤다.
여러 우려에도 한전공대는 이번 특별법 제정에 힘입어 문재인 대통령 임기 내인 내년 3월 개교가 가능하게 됐다. 전문가들은 기왕지사 정부가 많은 비용을 지원해 학교를 설립하는 만큼 일반적인 인재가 아닌 에너지 분야에 특화된 인재를 배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동욱 중앙대학교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는 “한전공대에 조 단위의 정부 재정이 투입된다”며 “많은 돈이 들어가는 만큼 일반 산업체를 겨냥한 인력 배출에 초점을 맞추기보단 노벨상까지 노릴 수 있는 인재를 양성할 수 있길 바란다”고 전했다.
한편 한전공대의 초대총장에는 윤의준 서울대학교 연구처장이 내정됐다. 한전에 따르면 한전공대 교수의 연봉은 4억원 이상에, 10억원 이상의 연구 시드머니가 제공된다. 한전공대 측은 3월 개교를 앞두고 있는 만큼 우수 교원 확보에도 속도를 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