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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반도체·배터리 직접 만들 수 있을까

현대차, 반도체·배터리 직접 만들 수 있을까

기사승인 2021. 04. 0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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車반도체 수급난 여파 확산
기아 광주1공장 등 특근 중단
전문가 "일단 물량확보 급해
국내 대기업과 다음수 찾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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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그룹이 반도체와 배터리를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방안을 찾고 있다. 핵심부품 하나가 시장을 얼마나 흔들 수 있는 지를 ‘반도체 대란’을 통해 뼈저리게 체감하고 있어서다. 전문가들은 현대차가 당장 위기를 모면하기에 급급해 경쟁력 없는 내재화를 추진하기 보다는 국내에 있는 세계 1위 반도체 대기업, 배터리 대기업과 협력하며 다음 수를 찾아야 한다는 분석이다.

8일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기아 광주1공장은 오는 10일, 17일로 예정돼 있던 특근을 중단키로 결정했다. 글로벌 반도체 부족 문제가 광주공장에까지 번진 것이다. 첫 전용 전기차 아이오닉 5를 생산하던 현대차 울산1공장도 지난 7일부터 14일까지 휴업에 들어갔다. 현대차 아산공장도 휴업을 놓고 노사 간 협의가 진행중이고 기아 화성공장도 특근을 실시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선제적으로 챙겨놨던 약 4개월 분량의 반도체를 다 소진한 현대차그룹은 이제 수개월간 ‘운용의 묘’를 발휘해 위기를 넘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 평가다. 반도체 공장에서 나오는 물량을 발빠르게 확보하고 유사한 공정의 비슷한 성능을 내는 반도체로 대체하며 수급이 안정될 것으로 예측되는 가을까지 버텨야 하는 게 과제다.

현대차그룹은 현대모비스가 지난해 말 인수한 현대오트론 반도체 사업부문에서 1차 해법을 찾고 있다. 지난달 31일 김영광 현대모비스 상무는 반도체 부족 문제에 대해 “비슷한 공정에서 유사한 기능의 반도체를 생산할 수 있다면 수급문제를 단기적으로 해소할 수 있다”면서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다보면 최적화된 반도체를 언젠가는 개발해야 하고, 이미 사업계획은 수립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현대차가 지금 문제가 되고 있는 차량용 반도체를 내재화 전략으로 해소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당장 라인 건설에 나서도 최소 1년여가 소요될 뿐 아니라 중장기적으로도 마진이 낮아 투자 매력이 없다는 분석이다. 김필수 대림대 교수는 “바로 부족한 차량용 반도체 생산라인을 준비한다고 해도 수개월에서 1년이 걸리기 때문에 지금 사태를 해소하지는 못할 것”이라면서 “또 다품종 소량생산이라 이윤을 남기기 어려워 현대차가 직접 만들기 보다는 기술력과 여건이 되는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가 만들 수 있도록 정부가 전략물자로 인정해 적당한 인센티브를 주며 생산을 독려하는 게 베스트”라고 전했다.

때문에 범용 반도체 보다는 엔비디아 등 글로벌 기업과 협력해 준비 중인 커넥티드·자율주행 관련 고도화 반도체 등에 대한 협력을 강화, 장기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전기차의 심장이라 할 수 있는 배터리 역시 직접 생산을 위해선 가야 할 길이 멀다. 주력인 ‘리튬이온 배터리’ 시장은 이미 10년 이상 노하우를 쌓아온 업체들이 치열하게 경쟁 중이라 뒤늦게 뛰어들기엔 리스크가 크다는 분석이다. 아직 아무도 상업화 하지 못한 전고체 배터리 등 차세대 시장에 대한 구상을 현대차가 하고 있을 것이란 게 전문가들 관측이다.

이호근 대덕대 교수는 “현대차뿐 아니라 테슬라·폭스바겐 등 대부분의 완성차업체들이 주도권을 잡기 위해 장기적으로 내재화를 추진 중이지만 워낙 하이테크 기술이라 들어가는 천문학적 투자비용과 기간을 감안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고 있는 기존 배터리업체로부터 사서 쓰는 게 더 실용적일 수 있다”고 전했다. 이 교수는 또 “특히 내재화를 발표하는 순간 기존 배터리 회사들과의 관계를 해쳐 공급 안정성이 떨어질 수 있어 현대차로선 신중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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