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활동 쉽지 않은 팬데믹에도
당국-업계소통, 공약완수에 총력
부동산 공모펀드 등 세제상품 신설
증권 거래세도 절반 가까이 낮춰
일각선 "업게 위한 목소리 부족" 의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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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회에 자산운용사에 증권사들까지…집합금지에 스케줄은 배로 늘었죠.”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유행과 함께 임기가 시작되다보니, 나 회장의 스케줄표는 외부 일정으로 꽉 들어찼다. 외부 인물이 건물에 자유롭게 드나들기도 쉽지 않고, 많은 인원을 한번에 모아 의견을 나누기도 어려웠기 때문이다. 퇴직연금 관련 법률개정, 세제개편안 등을 논의하기 위해 시간 날 때마다 국회, 유관기관에 출근도장을 찍는 한편, 업계 관계자들의 의견을 들으러도 점심·저녁 할 것 없이 외부 활동에 골몰했다는 후문이다.
임기 절반 가까이를 보낸 나재철 금융투자협회장에 대한 대내외 평가를 압축하면 두 가지로 나뉜다. 일단은 전문성이 돋보인다는 평가가 나온다. 대신증권을 8년간 이끌면서 쌓은 경험을 토대로 거래세 인하나 퇴직연금 디폴트옵션 도입 등 당장 필요한 개선점 위주로 방향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반면 대외 활동을 활발히 하거나 자본시장을 대표해 목소리를 크게 내지는 않아 ‘카리스마’가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다. 전임 협회장들이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행보가 있었다면 나 회장은 그런 점이 부족하다는 의미다.
하지만 나 회장에 대해 입을 모으는 한 가지는 취임 초 세웠던 목표를 향해 꿋꿋하게 나아가고 있다는 평가다. 마침 취임 직후 증권업이 호황을 맞은 만큼 나 회장은 이 타이밍을 잡아 자본시장을 한 단계 도약시키겠다는 포부를 세웠다. 겉으로 크게 드러나지는 않지만, 차근차근히 취임 초 공약을 이행하고 있다.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나재철 금융투자협회장 임기는 이달 말 절반을 지나게 된다. 지난해 1월 1일에 취임한 그의 임기 만료일은 12월 31일이다. 취임과 함께 제시했던 다섯가지 목표 중 세가지는 거의 완수 단계에 돌입했다.
나 회장은 취임 전 공약을 내세울 때부터 업계의 기대가 컸다. 업계 전문가다 보니 공약 구체성이 돋보인다는 평가가 우세했다. 증권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이다 보니 필요한 부분에 대해 거시적인 계획으로 뭉뚱그리는 게 아니라,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일례로 퇴직연금 개선에 대해서는 “수익률을 올리기 위해 투자형 상품 위주의 디폴트옵션을 도입하는 게 필수고, 기금형 퇴직연금 제도 도입을 위해 힘쓸 것”이라고 명확히 밝히는 식이다.
이 외에도 그는 증권거래세 폐지와, 현재 다소 침체된 채권시장을 국제화하고 인프라를 개선하겠다고 밝혔던 바 있다. 또 공모형 실물·부동산펀드 활성화와 사모펀드 사태로 인한 시장 불신을 해소하겠다고 다짐했다.
나 회장의 행보는 대부분 ‘물밑’에서 이뤄진다. 매일같이 국회 출근도장을 찍고, 업계 의견을 들으러 간담회에 참여하지만 대외적으로 눈에 띌 기회는 실무와 닿아있는 임원들에게 준다. ‘소신발언’을 아끼지 않던 전임자들과는 사뭇 다른 스탠스다. 협회 관계자는 “회사 하나를 이끌 때와, 업계 전체를 대표할 때와는 무게감이 다르기 때문에 더 신중한 행보를 보이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직한 행보의 결과는 공약 완수율에서 보인다. 공약 다섯 가지 중에서 세 가지는 거의 완료 단계에 접어들었다. 일단 시장이 흔들렸던 사모펀드 사태와 관련해서는 ‘신탁업자의 감시의무’ 도입에 맞춰 가이드라인을 제정해 배포했다. 이달 말부터 시행되는 가이드라인을 통해 신탁업자의 운용 행위를 감시할 계획이다.
채권시장 국제화와 관련해서는 국제적 트렌드인 ESG에 초점을 맞췄다. 아직 ESG의 개념이 다소 모호한 만큼 협회 차원에서 협의체를 구성해 개념을 정리하고, 기관투자자 자문 및 상품 발굴을 지원하고 있다.
실물·부동산 공모펀드 활성화를 위해서는 신규 세제상품 도입에 힘쓰고 있다. 공모부동산 펀드는 배당소득에 대해 9%의 분리과세를 적용하는 방안을 도입했다. 또 실물펀드 중에서는 뉴딜 인프라펀드도 9% 과세로 세금을 낮추면서 시장 활성화를 지원했다.
아직 추진 중인 공약은 증권거래세 폐지와 기금형 퇴직연금 도입이다. 증권거래세는 0.3%에서 0.15%로 절반까지 낮추기로 합의하는 데 성공했다. 완전한 폐지는 아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폐지를 위해 꾸준히 논의를 하고 있다.
기금형 퇴직연금을 도입하겠다는 공약은 궁극적으로 퇴직연금 수익률을 올리겠다는 방향이었기 때문에, 일단 ‘디폴트옵션’을 적용하도록 하는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개정안이 환경노동위원회 심사를 진행 중이고, 기금형 퇴직연금제도 도입에 대해서는 법안은 발의됐지만 본격적인 논의는 아직이다.
나 회장은 남은 1년 반의 임기동안 공약을 지키기 위해 꾸준한 행보를 이어갈 계획이다. 다만 일각에서 ‘목소리를 너무 내지 않는다’는 지적도 여전하다. 본인의 소신이 아니더라도 업계를 대변해 목소리를 낼 때는 내줘야 한다는 시선이다. 특히 사모펀드 사태로 증권회사 CEO들이 징계 대상으로 올랐을때 업계에서는 징계가 과하다고 입을 모으면서 협회 차원의 대응을 기대했지만, 나 회장조차 징계 대상으로 이름을 올렸기 때문에 뚜렷한 입장을 내기 어려웠던 면이 있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금투협의 가장 큰 기능이 회원사를 대면하는 것이기 때문에 업계에 계시던 분이 회장이 되면서 기대가 컸지만 기대만큼은 못 미치는 것도 사실”이라며 “정책 추진이나 보완을 할 때 세심한 부분에 대해서 신경을 써주는 면은 좋지만, 강력한 ‘한 방’도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금융투자협회 관계자는 “코로나19가 겹치고, 금융투자업계에 이슈도 많다 보니 대외적 행보보다는 실무적으로 처리할 일이 많았던 것이 사실이라, 바쁘면서도 티가 안 나는 활동이 많았다”며 “코로나 종식을 바라보고 있고, 최근 증시도 안정화되고 있는 만큼 점차 소통의 기회를 늘려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