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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세대 확보가 곧 생존…‘대학시장 강자’ 우리은행에 도전장 내민 신한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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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선 기자

승인 : 2021. 10. 20. 06:00

매년 수십억 출연금 부담에도
졸업 후 장기고객 확보 포석
진옥동 은행장, 공격투자 행보
점유율 1위 우리은행에 도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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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시장’을 차지하기 위한 시중은행들의 경쟁은 치열하다. 대학 주거래 은행으로 선정되면 젊은 고객을 확보해, 미래 장기 고객으로 만들어 갈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까지는 서울 시내 주요 대학에서는 우리은행의 경쟁력이 높다. 우리은행은 기관이나 대기업 영업에서 경쟁력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대학 영업에서도 두각을 나타내온 것이다. 그러나 최근 신한은행이 대학 유치에 열을 올리면서 바짝 추격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서울시내 주요 대학 30곳 중 주거래를 맡은 대학교가 8곳으로 우리은행(14곳) 다음으로 많다. 신한은행의 대학 유치 영업은 지속 성과를 내고 있는데, 진옥동 신한은행장부터 전략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보통 대학은 주거래 은행을 통해 교직원 임금을 지급하고, 등록금을 납부받는 등 금융 업무를 모두 맡기게 된다. 따라서 장기 계약을 맺거나 기존 계약을 유지하는 편이기 때문에 실무자들 사이에서도 ‘뚫기가 쉽지 않다’는 평이 나온다. 제공하는 ’발전기금‘ 명목의 출연금도 매년 수십억에 달한다.

그럼에도 시중은행이 대학 영업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그만큼 대학생 고객들이 주는 이점이 크기 때문이다. 비대면 금융, 메타버스 등 기술 발전으로 빠르게 변화하는 시장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젊은 고객들의 이용경험을 활용한 감각 유지가 필수다.

이에 최근 은행권의 경영 트렌드는 ‘MZ세대’ 공략이다. 대학생 유치를 통해 장기 충성고객으로 이어질 수 있다면, 은행 입장에선 탄탄한 수익구조를 만들어 갈 수 있다는 구상이다. 젊은 이미지는 ‘덤’이다. 또 학교와의 제휴로 ‘산학 협력’을 통해 디지털 경쟁력도 키울 수 있다. 게다가 대규모 기금을 안정적으로 운용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19일 금융권 및 대학교에 따르면 최근 서울시내 주요 30개 대학교 중에서 주거래은행이 우리은행인 곳이 14개로 제일 많았다. 이어 신한은행이 주거래은행인 대학이 8곳, 하나은행은 6곳, 국민은행과 농협은행이 각각 1곳의 대학에 주거래 은행으로 선정돼있다.

다만 내년부터는 국민은행이 우리은행 주거래 대학이던 세종대학교와 협약을 맺으면서 주거래은행이 바뀌게 된다. 앞서 지난 2018년에도 신한은행은 홍익대학교 주거래은행 지위를 우리은행에게서 빼앗아오면서 우리은행의 ‘아성’을 위협한 바 있다.

대학 주거래은행이 바뀌는 일은 흔치 않아 대학 유치는 은행 내부에서도 ‘쾌거’라고 평하고 있다. 대학교는 주거래 은행이 바뀌면 세부적으로는 재학생들의 학생증 체크카드나 교직원 월급 통장을 바꿔야 한다. 또 교직원 연금이나 장학 기금 운용 기관도 모두 변경해야 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대부분 기존 은행과의 계약을 연장하거나 아예 장기 계약을 맺는 경우가 많다.

특히 신한은행은 고위 임원들도 대학 유치를 위한 투자는 아끼지 않는 분위기인 것으로 전해진다. 진옥동 신한은행장도 “MZ세대를 위한 투자는 아끼지 말라”고 말할 정도로 대학교 영업을 포함한 MZ세대 대상 마케팅 전략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은행권에서 대학교 유치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장기고객 유치’에 용이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더해 젊은 층의 이용이 늘어나면서 은행 자체의 ‘젊은 이미지’도 구축할 수 있다. 금융 환경이 빠르게 변하는 만큼, 젊은 고객을 확보하고 있으면 변화에 대한 대응도 빨라질 수 있다. 은행권이 MZ세대 공략에 힘쓰는 이유도 이런 트렌드를 따라잡기 위해서다.

금융권 관계자는 “대학교들 가운데서도 특히 서울 주요 대학의 경우 입학 당시에 개설한 통장을 월급 통장으로까지 이어 쓰는 경우가 많다”며 “자연스럽게 대출이나 연금 상품 가입 등까지 이어질수 있어 장기 고객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주거래 은행들은 대학과의 산학 협력도 좀 더 용이하다. 학생들이 주거래 은행을 이용하기 때문에 디지털 관련 서비스를 고도화할 필요성이 생기는 만큼, 관련 디지털 금융서비스 연구를 학교와 함께 강화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신한은행의 경우 주거래 대학인 한양대학교, 숙명여자대학교와 스마트 캠퍼스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우리은행도 주거래 대학인 연세대학교와 스마트 캠퍼스 연구 개발을 위해 손을 잡았다.

대학들이 대부분 장기간의 계약을 맺기 때문에 안정적으로 대규모 기금을 운용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또 대학 기관 영업은 포괄적으로 기업 영업에 해당하기 때문에 영업 포트폴리오를 다각화 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다만 경쟁이 거세지면서 사업 유치를 위한 출연금 출혈경쟁으로 이어질 우려도 제기된다. 은행연합회 등에 따르면 은행들은 주로 대학과 제휴를 맺으면 연간 수십억원의 발전기금 등을 제공한다.
이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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