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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다시 고개든 ‘공매도 폐지론’, 이번엔 다를까

[기자의눈] 다시 고개든 ‘공매도 폐지론’, 이번엔 다를까

기사승인 2021. 10. 21.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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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공매도 시장은 ‘개미 무덤’이다. 개미들의 피해가 속출하고 있어서다. 공매도는 주식을 빌려서 미리 팔고 주가가 하락하면 매수해 빌린 주식을 갚는 방법이다. 정보력과 화력(물량 공세)에서 강력한 우위를 갖고 있는 외국인투자자가 하락장 속에서 대규모 수익을 거두곤 한다. 공매도는 상승장에 찬물을 끼얹고 개인투자자에게 뼈아픈 손실을 안기는 원흉으로 여겨진다.

공매도를 향한 개미들의 분노는 그 어느 때보다 높다. 지난 5월 공매도가 재개된 후 현재까지 유가증권시장에서 공매도 거래대금은 50조원을 넘어섰다. 코스피 3000선이 깨진 지난 5일 공매도 거래대금은 6969억원으로 재개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5월부터 9월까지 공매도 시장의 거래규모 중 외국인은 전체의 76%를 차지한 반면, 개인은 1.9%에 그쳤다.

이런 가운데 ‘공매도 폐지’가 내년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 화두로 떠올랐다. 홍준표 국민의힘 대선경선후보는 최근 페이스북을 통해 공매도를 없애야 한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유승민 경선후보도 공매도를 자동 금지할 수 있는 ‘차단장치’를 도입해 개인투자자의 피해를 방지하겠다고 했다.

공매도 폐지론은 이미 2017년 대선 정국 때도 등장했던 이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당시 성남시장)은 민주당 경선 당시 개인투자자 비중이 높은 주식의 공매도를 제한하겠다고 했다. 공매도 기간과 물량을 사전에 예고하는 제도도 제안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도 공매도 과열종목 지정기준을 소액투자자 거래·보유 비중이 높은 종목으로 대상을 확대하는 방안 등을 공약했었다.

금융당국은 공매도를 ‘필요악’처럼 여긴다. 시장의 유동성을 늘리고 거품을 줄이는 등 순기능을 무시할 순 없다는 것이다. 자본시장 전문가들 역시 공매도 폐지론에 우려를 표한다. 해외 사례를 참고하더라도 사실상 공매도 폐지는 불가능하다.

정치권에선 공매도 폐지나 제한을 요구하고, 금융당국에선 공매도의 필요성에 공감하는 온도차는 개인투자자 혼란만 가중시킬 뿐이다. 공매도를 향한 개인투자자의 원성은 높지만 포퓰리즘에 휘둘리는 정책 제안을 줄이고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특히 현재와 같은 불공정한 상황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개인의 참여를 제한하는 제도가 옳은지에 대한 논란이 대표적이다. 정보 비대칭, 불공정 해소에 대한 묘수가 나오지 않는다면 공매도 시장은 결국 ‘레몬마켓(정보비대칭으로 인해 불량품만 남게 되는 시장)’으로 전락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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