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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애널리스트下] ‘외부에서 치이고, 내부 총질까지’…성과급 못받는 애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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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소영 기자

승인 : 2021. 11. 18. 13:56

애널리스트 떠난 뒤…증권사 전문 인력 확보 '난항'
빅 블러 현상 가속화로 애널리스트 직업 매력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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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증권사의 꽃’으로 불렸던 애널리스트들의 위기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하지만 올해 들어 그들의 입지는 더욱 쪼그라들었다. 증권사 내부에서 “대표적인 비수익 부서”란 손가락질을 받기 일쑤고, 투자은행(IB) 중심의 조직 개편 속에서 변방으로 밀려났다. 스마트한 개인투자자들이 증가하며 리서치센터의 리포트를 낮춰잡는 시선도 늘고 있다. 오히려 혼선을 조장한다는 비판마저 나온다. 결국 그들이 향하는 곳은 정보통신(IT), 유튜브 시장 등이다. 위기에 몰린 애널리스트들의 현주소와 생존경쟁을 짚어봤다. <편집자 주>

“커버하는(리포트로 다루는) 영역은 무한대로 넓어졌는데, 정작 회사 내부에선 홀대받고 있죠.”

중형 증권사 리서치센터에서 근무하는 C씨는 요즘 사내에서 눈치 보기 바쁘다. 과도한 업무로 리서치센터가 다른 부서에 비해 인기가 없어 일을 도와줄 리서치 어시스턴트 (RA·Research Assistant)를 두는 것은 물론, 업무를 볼 장소조차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센터 안에서도 총성 없는 전쟁이 벌어지곤 한다. 특정 업권에 묶기 어려운 기업을 놓고 “이건 내 거야”라며 센터내 밥그릇 사수 또는 빼앗기 경쟁이 한창이다.

리서치센터는 총괄 역할을 하는 리서치센터장 아래 각 섹터를 담당하는 시니어 애널리스트를 두고 있다. 해당 애널리스트에게 차트 전달, 데이터 제공 등의 업무를 돕는 RA들도 엄연한 리서치센터 식구다. RA들은 통상 2~4년 정도 보조역할을 담당하는데, 지금도 오전 6시에 출근해 업무를 보고 야근을 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살인적인 업무량 탓에 증권사를 떠나는 젊은 직원들이 드물지 않다.

여의도 증권사들은 이런 이유로 대부분 인력 구성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업권 전체로 10여년간 500명가량의 애널리스트가 직장을 떠나면서 전문 인력 확보에 난항을 겪는 것은 물론, 애널리스트를 보조하는 RA 인력난도 심해지고 있다.

한 현직 애널리스트는 “해외시장 탓에 새벽부터 해야 하는 업무가 많아 젊은 직원들이 짐 싸서 떠나는 일이 다반사”라며 “부하 직원이 노동청에 신고할까 봐 하루하루 가슴을 졸이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증권사 수익구조가 자산관리(WM), 투자은행(IB) 부문으로 옮겨가면서 리서치센터 직원을 대놓고 홀대하는 일도 적지 않다. 통상 리서치센터 소속 애널리스트 대부분이 연봉 계약직 형태로 근무하고 있다. 개인별로 계약 기간과 조건이 다른 만큼 정규직원에게 지급하는 ‘성과급 잔치’에서 배제되는 경우도 많다.

실제 지난해 각 증권사들은 동학개미 운동으로 역대 최고 실적을 냈지만, 대형 증권사 몇 곳을 제외한 나머지 증권사 소속 애널리스트는 성과급을 받지 못했다.

리포트 작성 기업을 차지하는 일도 골치 아픈 경쟁거리다. 최근 산업 간 경계가 허물어지는 빅 블러(Big Blur) 현상이 가속화하면서 코스피나 코스닥에 상장하는 회사의 면면도 빠르게 바뀌는 추세다. 특히 카카오페이를 두고 인터넷·IT(정보기술) 섹터로 봐야 하는지 금융 섹터로 봐야 하는지 리서치센터 내에서도 엇갈리고 있다.

카카오페이는 일찌감치 올해 하반기 기업공개(IPO) 최대어로 지목됐기 때문에 애널리스트 간 경쟁이 그 어느 때보다 치열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카카오 계열사인 카카오커머스는 인터넷과 유통 섹터 간 마찰이 가능한 종목이고, 타다를 인수한 토스(비바리퍼블리카)의 경우도 모빌리티(운송)과 IT섹터 사이에서 충돌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또 다른 애널리스트는 “핀테크 시장이 떠오르면서 내부에서는 인터넷, IT 등 바라보는 시각에 따라 분류가 헷갈리고 있어 혼란스럽다”며 “상당수 애널리스트들은 외부의 배척, 내부의 무한경쟁 속에서 직종에 대한 매력을 잃어가고 있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설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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