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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꼬 없는 찐빵 신세”…‘쪼개기 상장’에 분노하는 개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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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수영 기자

승인 : 2021. 12. 23. 17:39

LG엔솔 상장 가까워지자 LG화학 12%↓
"자회사 분할 상장, 투자자 보호 방안 고민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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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증시에서 자회사 ‘쪼개기 상장’ 문제를 둘러싼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핵심 자회사를 분할한 뒤 상장시킨 모회사의 주가 하락(할인·디스카운트 현상)이 반복되며 기존 주주 가치가 훼손되고 있어서다.
전문가들은 이와 관련 기존 주주 보호를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LG화학 주가는 이달 들어 12% 가까이 빠졌다. 배터리부문 자회사 LG에너지솔루션의 상장이 다가오면서 주가는 연일 하락세다. 사흘 연속 52주 신저가를 경신하기도 했다.

자회사 LG에너지솔루션 상장이 다음 달로 예정돼 모회사 디스카운트 우려가 맞물린 것이 원인으로 꼽힌다. 배터리 사업의 성장성을 본 투자자들이 몰리며 LG화학의 주가는 가파르게 상승했다. 그러나 지난해 배터리 사업부문을 분할한다고 밝히자 시장은 충격을 받았다. LG에너지솔루션의 상장이 가까워질수록 LG화학의 주가는 맥을 못추고 있다.

SK이노베이션 역시 배터리 사업부를 물적분할해 신설법인인 SK온을 설립했다. SK온의 상장설이 흘러나오면서 SK이노베이션의 할인 우려가 커지는 상황이다. 이 회사도 물적분할을 결정했다고 밝힌 직후 주가가 8.8% 급락했다.

콘텐츠 제작사업부문을 떼어내는 CJ ENM,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 사업을 분사한 만도, 지주회사 전환 방식으로 물적분할을 선택한 포스코 모두 발표 직후 주가가 급락했다. 물적분할한 자회사가 상장할 경우 모회사의 기업가치가 떨어진다는 우려 때문이다.

모회사 주주들의 불만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물적분할을 금지해달라는 청원이 적지 않다. 한 청원자는 “물적분할 방식은 기업이 자기 지분 취득을 위해 지불해야할 금전적 부담을 개인과 기관투자자들에게 전가한다”고 꼬집었다.

기업을 분할하는 방식은 크게 물적분할과 인적분할로 구분한다. 물적분할은 신설 법인을 만들고 이에 대한 지분을 기존 회사가 100% 소유하는 방식이다. 인적분할은 기존 회사 주주들이 지분율대로 신설 법인의 주식을 나눠 갖는 식이다. 올해 기업분할 공시 50건 중 94%인 47건이 물적분할이었다.

분할 자체를 비판할 순 없다. 기업 입장에선 대규모 투자를 위해 자금 조달이 필요한 측면이 있어서다. 법인을 떼내 장기간 안정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자금을 확보하고 실적을 성장시킬 수 있다. 나아가 경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주장이다.

문제는 ‘쪼개기 상장’이다. 물적분할은 인적분할과 달리 기존 주주가 신설법인의 지분을 보유하지 못한다. 떼어낸 핵심 사업부문 자회사가 기업공개(IPO)에까지 나선다면 모회사 할인이 가속화될 수 있다.

주주들의 불만이 커지자 금융위원회와 한국거래소는 관련 제도 개선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해외에서는 기존 주주에게 신규 주식을 지급하는 ‘인적분할’을 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한 시장 전문가는 “물적분할을 하면 비용은 모회사 주주가 부담하고, 실질적 혜택은 기업의 대주주가 본다”며 “선진국에선 모회사와 자회사가 동시에 상장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주주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자회사 상장시 모회사 주주에게 신주인수권을 지급하거나 주식매수청구권을 부여하는 방안을 제안하기도 한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기존 주주 입장에선 핵심부서를 보고 투자했으나 자회사 분할 후 상장한다면 비용은 모회사의 주주가 부담하고 과실은 새 자회사가 가져가는 셈”이라며 “일정기간 상장에 대한 가능성을 제약하는 선택지를 고민해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장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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