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법은 사업장에서 사망자 1명 이상, 동일한 사고로 6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한 부상자 2명 이상, 동일 유해 요인으로 급성중독 등 직업성 질병자가 1년 내 3명 이상 발생 시, 회사대표(책임자)는 1년 이상 징역이나 10억원 이하 벌금, 법인(기관)은 50억원 이하 벌금을 내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사망사고가 나면 대표는 거의 구속된다.
문제는 법 시행이 코앞인데 기업 44%가 준비가 안 됐다는 점이다. 대기업도 33%가 대비를 끝내지 못했다. 고용노동부 현장점검에서 5년 무재해 ISO인증을 받은 기업도 1시간 점검에 5가지 지적사항이 나올 정도다. 제대로 대비하려면 1년 번 돈의 10%를 틀어넣어야 할 판이고 구속을 면하려고 바지사장을 내세운다는 얘기까지 들린다.
경영계는 법 시행으로 대표 구속이 일상화될 것을 우려하고 업종별 구분 적용이나 면책조항 신설을 수없이 건의했지만 정부는 원안대로 시행할 방침이다. 현재대로라면 이 법의 시행으로 사고가 줄기보다는 처벌규정의 회피를 위한 비용만 커지고 사고 발생 시 노조와의 책임 공방을 둔 갈등만 깊게 할 가능성이 있다.
독일의 경우, 답답하게 보일 정도로 충분한 사전검토를 한 이후에야 비로소 입법에 나서고, 한번 입법한 것은 잘 바꾸지 않는다. 그게 법적 안정성과 예측가능성을 높인다.
이에 비해 우리는 너무 급하다. 중대재해법도 그런 성급한 입법의 사례가 아닌지, 다수의 기업인들을 범법자로 만들 뿐 재해를 줄이는 효과는 별로 없는 게 아닌지, 살펴봐야 한다. 이참에 아예 입법문화 자체를 고쳐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