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익숙한 MZ 겨냥 '신조어 네이밍' 잇따라
"상표권 분쟁 예방하고 브랜드 가치까지 제고"
|
|
상표 출원은 불필요한 상표권 분쟁을 방지할 수 있고, 브랜드 가치를 높일 수 있다는 장점을 지닌다. 또한 사업 계획이 구체화된 단계가 아니더라도 새로운 서비스 개발이나 신시장 진출 의지를 나타내기도 한다.
젊은 MZ(밀레니얼·Z)세대가 디지털 환경에 익숙한 만큼, 은행들은 ‘티키타카(tiqui-taca·스페인어로 탁구공이 왔다 갔다 하는 모습을 뜻하는 말)’, ‘별다줄(별 걸 다 줄인다)’ 등 젊은 신조어들을 활용하며 상표 출원 경쟁에 나섰다.
◇은행 상표 경쟁 심화…‘디지털’ 비중도 늘어났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이 최근 3개월간 특허청에 출원한 상표는 21건(중복 제외)에 이른다. 전년 동기의 상표 출원 수(16건)에서 5건 늘어났다. 디지털금융과 관련된 상표 비중이 지난해 25%에서 57.14%로 크게 늘었다.
가장 많은 상표를 출원한 곳은 신한금융(8건)으로, 빅 데이터와 본인신용정보관리업(마이데이터) 등에 중점을 뒀다. 출원 상표는 신한 금융데이터댐 원데이터(OneData), 슬라이드페이, 쉐이크페이, 디키타카, 머니버스 등이다.
원데이터는 신한금융이 전 계열사와 추진 중인 신사업이다. 금융데이터댐은 협약을 맺은 기업들끼리만 공유되는 비공개 데이터를 모은 것으로 데이터 공유·활용, 공동연구개발을 위한 협업 금융공동체를 말한다. 지난해 신한카드가 중점으로 추진하기 시작해 신한은행 등 계열사나 외부기관 참여를 논의하고 있다.
디키타카와 머니버스는 마이데이터 서비스와 관련된 상표다. 각각 ‘데이터로 티키타카’, ‘머니가 태어나고(Money Birth) 머니에 올라타고(Money Bus), 머니를 즐기는 곳(Money Verse)’이라는 의미를 담아 이름 지었다. 쉐이크·슬라이드페이는 스마트폰을 흔드는 방식이나 홈화면 엣지패널을 통해 결제하는 기술명을 이른다.
하나은행(5건)은 디지털 자산관리(WM)나 MZ세대를 겨냥한 플랫폼 구축에 집중하고 있다. 출원한 상표는 디지털PB 하이디, 아이부자(iBooJA), 쿼비(Quobi)·꼬비(Kkobi) 등이다. 디지털PB 하이디는 하나은행의 모바일 앱 하나원큐를 통해 프라이빗뱅커(PB)가 활동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아이부자는 부모와 자녀가 함께하는 Z세대 금융플랫폼의 이름이다. 지난해 출시 후 수차례 업데이트되면서 상표도 함께 새로 만들어졌다. 쿼비·꼬비는 만화 캐릭터의 이름으로, 올해 출범을 앞둔 하나금융파인드의 플랫폼에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캥거루 모자를 귀엽게 그려냄으로써 MZ세대 고객의 취향에 맞췄다.
카드 앱을 통해 간편결제 서비스 KB페이(PAY)를 제공하는 국민은행(4건)은 ‘KB국민PAY’라는 상표를 출원했다. KB페이와 유사한 이름으로 추후 사용 가능성이 있는 만큼, 상표권을 미리 확보하기 위함이다.
우리은행(3건)은 가상세계에서의 금융업무를 준비하는 모습이다. 미래에는 블록체인, 인공지능(AI) 등 신기술을 기반으로 메타버스 영업점이 문을 열 것으로 점친 것이다. 이에 ‘메타뱅킹(Meta Banking)’ 상표를 출원하고, 올해 말과 내년 초 개인고객에 대한 메타버스 은행 플랫폼 출시를 목표로 사업을 검토하고 있다.
디지털 경쟁력으로 직결되는 상표를 출원하진 않은 농협은행(1건)은 간접적으로 MZ세대의 디지털 소비 트렌드를 고려한 카드를 출시했다. ‘별별 혜택을 다 준다’는 의미를 축약해 ‘별다줄’ 상표를 등록했다. 국내 온라인 모든 가맹점에서 7% 청구할인을 제공하는 기본할인이 특징이다.
◇상표 분쟁 여지 제거하고, 브랜드 가치 제고까지
이처럼 은행들이 적극적으로 상표를 선점하는 이유는 명칭 사용에 대해 ‘적법성’을 확보하기 위함이다. 계획 중인 신사업 진출·서비스 출시 등에 앞서 상표 분쟁 여지를 없애는 작업이라는 얘기다.
이미 제공 중인 서비스가 유명해졌을 때 특허 등록이 완료되지 않았다면, 국내·외 제3자가 상표를 우선 출원해 돈을 뜯어내거나 사업을 망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국민은행이 KB페이와 관련한 유사한 상표를 미리 확보해놓은 것도 이 같은 분쟁을 막기 위한 목적이다.
이뿐만 아니라 상표는 기업 브랜드로 이어져 브랜드 가치 제고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은행권 관계자는 “상표권 출원은 합법적으로 서비스명이나 기술명 등 지식재산권을 보호하기 위한 선제적 조치”라며 “최근 디지털금융이 은행권 트렌드로 떠오른 만큼 이와 관련한 상표 선점에 적극적으로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