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체·개인간 거래 책임 부담 않는다'
공정위, 플랫폼 불공정약관에 칼날
시정조치 받은 쿠팡,면책조항 삭제
네이버 "사례 달라…시정 계획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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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적잖은 오픈마켓 업체들이 자발적으로 불공정약관 개정에 돌입하는 등 적극적으로 조치를 취했음에도, 네이버 등 일부 오픈마켓들은 아직까지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더욱이 쿠팡이 지난해 10월 약관 시정에 나선 것을 감안하면, 사정기관의 칼날이 이들에게 향할 수 있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5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국내 대형 오픈마켓의 이용약관을 분석한 결과, 이용자에 불리한 면책조항을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공정거래위원회는 사안이 심각할 경우 이 문제를 자세히 들여다볼 계획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네이버페이 이용약관 살펴보니…"어떠한 책임도 부담하지 않겠다"
네이버페이 이용약관 제9조(이용회원의 의무)는 "이용회원(개인 구매자)은 상품 구매 시 스스로의 책임하에 구매해야 하며 네이버는 판매자 회원(입점업체)의 상품 내용과 거래에 대해서 보증이나 책임을 부담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네이버가 스마트스토어라는 플랫폼을 제공하는 중개업체로서 '상품이나 거래 내용'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더욱이 네이버는 별도로 이용약관 내에 자신들의 면책조항만을 따로 규정하고 있다. 네이버페이 약관 제28조(회사의 면책)는 '입점업체와 개인 구매자 간에 이뤄지는 거래는 당사자들의 책임하에 이뤄지는 것이며, 네이버는 어떠한 책임도 부담하지 않는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 같은 불공정약관은 그간 스마트스토어에서 수많은 '짝퉁'이 유통되며, 숱한 소비자 피해를 양산하면서도 네이버가 뒷짐만 지고 무책임한 자세를 보였던 원인으로 지목된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황운하 의원이 특허청에서 제출받은 '국내 온라인 쇼핑몰 위조상품 유통 적발' 자료에 따르면 2019년부터 지난해 8월까지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적발 건수는 18만2580건에 달한다. 이는 쿠팡(12만2512건)·위메프(6만6376건) 등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은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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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와 오픈마켓 시장에서 경쟁 구도에 있는 쿠팡은 이용자에 불합리한 면책조항을 시정했다. 이에 따라 업계 안팎에서는 공정위의 다음 타깃이 네이버가 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공정위는 앞서 지난해 8월 네이버·쿠팡·11번가 등 오픈마켓 사업자들의 불공정약관을 실태 조사한 결과, 쿠팡의 면책조항에 문제가 있다고 시정조치를 명령한 바 있다.
쿠팡도 당시 네이버처럼 이용약관 제32조(회사의 면책)를 통해 통신판매중개자로서 회원과 판매자 사이에 성립된 거래와 관련해 책임을 회원이 직접 부담해야 한다고 강조했으나, 공정위의 시정조치를 받고서는 "회사의 고의 또는 중과실로 인한 손해에 대해서는 회사가 책임을 부담한다"는 책임 단서 조항을 달았다.
김익성 한국유통학회 고문(동덕여자대학교 교수)은 "소비자에 대한 정보 및 공시, 불편 사항을 해소하지 않는 유통업체는 정상적인 업체가 아니다"며 "쿠팡이 불합리한 면책조항을 뜯어고친 만큼 네이버에 대해서도 플랫폼 사업자의 책임을 촉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네이버 관계자는 "언급한 다른 플랫폼 사례와는 다르다고 판단한 만큼 동일하게 놓고 얘기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닌 것 같다"며 "유통되고 있는 상품 정보에 우리가 직접 개입하고 있지 않기에 지금으로는 시정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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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공정위는 최근 명품 플랫폼을 실태조사하는 과정에서 플랫폼에서 제공되는 상품 정보의 진위 및 가품 여부에 대해서는 플랫폼 사업자에게도 책임이 있다는 판단을 내렸다. 가품을 판매한 입점업체에 대해 계약 해지·패널티 부과 및 관련 법상 고발 조치를 하는 등 플랫폼에서 거래되는 상품에 대해서 플랫폼 사업자의 관리 책임이 있다고 판정한 것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플랫폼상 제공되는 상품 정보의 진위 및 제품 하자, 가품 여부에 대해 플랫폼 사업자에게도 책임이 있으며 이는 플랫폼 이용계약의 본질적 내용"이라고 강조했다.
이 말인즉슨, 네이버의 경우 스마트스토어 입점업체에 대한 관리 책임이 있으며 판매된 가품으로 인한 소비자 피해에 대해 보상 책임이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실제로 최근까지 발란·트렌비 등 명품 플랫폼은 판매자와 구매자 간의 거래에 대해 일체 책임을 지지 않는 면책조항을 유지해왔으나, 공정위의 시정조치를 받고 불공정약관을 대부분 뜯어고쳤다. 특히 발란의 경우 제39조(회사의 면책)를 통해 판매자와 구매자 간의 거래에 관여하지 않고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면책조항을 갖고 있었는데, 이는 네이버페이 이용약관 제28조와 유사했다.
네이버도 이용약관 제7조(이용계약의 해제, 해지 등)와 제10조(이용회원의 금지행위) 등을 통해 입점업체들의 법령 위반이나 지식재산권 침해행위를 엄격히 금지하고 있지만 가품 판매로 인한 피해는 여전하다.
최근엔 스니커즈 리셀 전문 커뮤니티에 "네이버 스마트스토어에서 구입한 뉴발란스 운동화가 네이버 크림에서 가품으로 판정됐다"는 내용의 게시물이 올라와 주목을 받기도 했다. 모기업인 네이버가 운영하는 오픈마켓 플랫폼 스마트스토어에서 거래된 상품이 네이버의 손자회사인 크림(KREAM)에서 가품으로 판정이 난 것이다. 공정위의 최근 정책적 판단 기준을 적용하면 네이버가 스마트스토어 입점업체 관리를 제대로 못 한 책임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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