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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나눔실천본부 일면스님 “지난 24년, 은혜 갚기 위한 삶”

생명나눔실천본부 일면스님 “지난 24년, 은혜 갚기 위한 삶”

기사승인 2024. 02. 19.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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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본부 이사장 겸 조계종 원로의원
창립 30주년 맞아 장기기증 단체서약 등 추진
투병으로 많은 것 배워...이제 잘 죽는 데 관심
일면스님 생명나눔실천본부 이사장 인터뷰
생명나눔실천본부 이사장 일면스님이 간 이식을 받았던 경험을 얘기하고 있다. 일면스님은 "병의 고통을 겪어봐야 다른 사람의 고통도 알게 되더라"며 미소 지었다./송의주 기자
생명나눔실천본부는 불교계 유일의 장기기증 운동 단체다. 장기기증 참가를 독려할 뿐만 아니라 지난 16년간 백혈병 환자 800여 명에게 새 생명을 선물했고 총 1200명의 환자에게 45억원을 지원했다. 2005년부터 본부 이사장을 맡고 있는 조계종 원로의원 일면스님(경기 남양주 불암사 회주)은 간 이식을 통해 다시 살아난 '생명나눔'의 산증인이다. 생사(生死)의 갈림길에 섰던 경험은 그에게 큰 영향을 미쳤다. 스님은 "남으로부터 덤으로 얻은 삶이기에 부처님과 모든 이의 은혜를 갚기 위해 살아왔다"고 회고했다. 다음은 스님과 나눈 대화다.

-올해가 본부 창립 30주년으로 알고 있다 .

"생명나눔실천본부는 1994년 3월 '생명공양실천회'라는 이름으로 전 조계종 총무원장 법장스님에 의해 설립됐다. 장기기증에 대한 인식이 부족했던 시대에 장기기증이라는 생명나눔의 문화를 확산시키는 것을 목표로 장기기증 및 조혈모세포 희망등록, 환자치료비 지원 등 다양한 사업을 전개해 왔다. 이사장 취임 당시 회원이 약 2000명이었다. 지금은 회원이 25만명에 달하는 불교계 최대 사회단체가 됐다. 조계종 전체 스님의 50% 이상이 회원이다. 배우 김용림·장동건·정준호, 가수 진미령·배아현, 국악인 송소희 등 많은 연예인들이 홍보대사로 동참할 정도로 이름이 알려졌다."

-향후 계획을 말씀해 주신다면.

"창립 30주년 기념식을 오는 10월 12일 서울 동국대 중강당에서 진행할 예정이다. 그동안의 발자취를 돌아보고 감사를 전할 분들에게 고마움을 표할 계획이다. 생명나눔 확산을 위해 조계종 총무원장 진우스님을 시작으로 전국 불자들의 장기기증 단체 서약을 받는 것이 목표다. 캄보디아나 우즈베키스탄 같은 해외에 의약품을 지원하는 연대 사업과 자선골프 대회 같은 생명나눔 홍보위원회의 독자 사업도 추진할 계획이다."

-스님께선 장기기증으로 새 삶을 얻었다고 들었다.

"1993년 간경화 판정을 받았다. 1998년에는 2개월밖에 살지 못한다는 진단을 받았다. 급격히 몸이 안 좋아지면서 1년 동안 서울 아산병원에 16차례나 입원했다. 육체적·정신적 고통으로 우울증까지 왔다. 자살충동이 솟구쳐서 호숫가를 찾을 정도였다. 장기를 기증하겠다는 신도도 있었지만 차마 승려가 돼서 나 살자고 산 사람의 간을 취할 수 없었다. 그래서 뇌사자의 기증만 기다렸다. 그러던 중 기증자가 나타나 2000년 1월 8일 간이식 수술을 받았다. 이름도 모르는 22세의 뇌사자 청년에게 간을 받았다. 수술실에 들어갈 때 '염라대왕님 한 번만 살려주세요. 만약 꼭 가야 하면 다시 대한민국에 태어나 부처님 은혜를 갚고 싶습니다'라고 기도했다. 수술은 24시간 걸리는 대수술이었다. 부처님의 가피(보호)였는지 수술은 성공적이었다. 지금까지 남으로부터 덤으로 얻은 삶을 살고 있다. 그래서 부처님의 은혜를 갚고 누군가에 받은 은혜를 갚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

-간 이식으로 얻은 깨달음이 있다면.

"수술이 끝난 직후에는 반야심경조차 외지 못할 정도로 아팠다. 병원에서 한강을 보내는데 '저 물 흘러가는 거 더 보겠다고 내가 이러고 있구나'하는 생각에 눈물이 흘렀다. 벌써 24년이 흘렀다. 항상 나를 돌아보고 있다. 급한 성품은 여전히 바뀌지 않았지만 이미 죽었다고 생각하고 현재는 은혜를 갚기 위해 살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니 인생이 달라졌다. 직접 경험하지 않고는 모른다. 병고(病苦)를 알기에 생명나눔의 소임을 맡을 수 있었던 것 같다. 어느덧 만 77세가 됐다. 요즘은 어떻게 하면 잘 죽을 것인지에 관심이 많다."

-기억에 남는 기증자와 후원자가 있는가. .

"저를 살려준 뇌사자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장기기증자와 수여자는 국가에서 서로 알지 못하게 한다. 장기를 준 그의 이름조차 모른다. 그를 기리며 '선재선재 영가(선하고 좋은 분이란 영혼)'라고 이름 짓고 매년 천도재를 지낸다. 후원자로는 2014년부터 7년째 '따뜻한 정나누기' 캠페인을 진행하는 기부천사 배수지씨와 리매치 이현진 대표가 있다. 배씨는 1540가구 총 1억1000여 만원 상당의 물품을 지원했다. 가수의 팬들이 가수 이름으로 후원하는 앱인 '리매치' 대표 이씨는 2020년 11월부터 현재까지 총 2억원을 후원했다."

-장기기증을 망설이는 이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은.

"장기기증은 누군가의 생명을 구할 뿐만 아니라 불교의 근본 사상과 통한다. 우리는 함께 이 세상을 살아가며 서로에게 희망과 사랑을 주고받아야 한다. 그리고 장기기증은 이러한 사랑과 희망의 실천이다. 부디 자비심과 관용으로 다른 이에게 새로운 삶의 기회를 제공해달라고 얘기하고 싶다."

-원로로서 종단의 미래를 위해 무엇이 필요하다고 봅니까.

"한국불교는 선종(禪宗) 중심의 불교다. 모든 것을 참선·화두에 중심을 둔다. 그러다보니 염불이나 포교, 행정을 등한시하는 면이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스님들이 생각을 전환해야 한다. 도인은 선방(禪房)에서 나오는 게 맞지만 도인을 나올 수 있도록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행정과 포교다. 특히 행정을 하려면 제대로 해야 한다. 위의(威儀)가 있고 체계적이어야 한다. 이웃종교인 가톨릭 등이 어떻게 하는가 참고할 필요도 있다고 본다."

-지극한 염불(念佛)을 강조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진짜로 부처님에게 매달리는 심정으로 하는 게 염불이다. 벌이 쏘더라도 눈 깜박이지 않도록 집중해야 한다. 또 보는 사람까지 지극정성이란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 이건 제가 체험한 바 있어서 강조하는 부분이다. 간 이식 수술 당시에 혼수상태에서 염불소리가 들렸다. 그런데 수술 후 의사에게 물어봐도 그 장소에선 염불한 사람이 없었다. 나중에야 알게 된 사실인데 어산어장(魚山魚丈·종단 의례의식 담당자) 동주 원명스님이 인도 붓다가야 순례 중에 내가 생사에 기로에 있다는 소식을 듣고 그때 나를 위해 염불을 했다는 것이다. 지극한 정성이면 공간을 초월해 마음으로 전해지는 것 같다."

-불자(불교 신자)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불자들에게 있어서 덕은 오로지 나눔과 관용에서 비롯된다. 우리의 행복은 다른 이들과 연결과 나눔으로부터 비롯되며 이를 통해 세상은 더 밝고 풍요로워진다. 함께 나눔의 가치를 실천하며 부처님의 말씀을 세상에 널리 전했으면 한다."

일면스님 생명나눔실천본부 이사장 인터뷰
자신의 투병 경험을 설명하는 생명나눔실천본부 이사장 일면스님./송의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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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5월 열린 '생명나눔 걷기명상 플로깅' 행사 모습./제공=생명나눔실천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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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등회 부스에서 장기기증을 독려하는 일면스님./제공=실천나눔실천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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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보대사인 배아현씨(오른쪽 두 번째)가 환자 치료비 지원금을 전달하고 있다./제공=생명나눔실천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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