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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각범 칼럼] ‘여의도 정치’ 종식을 위한 국민의 선택

[이각범 칼럼] ‘여의도 정치’ 종식을 위한 국민의 선택

기사승인 2024. 03. 31.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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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누구를 심판하자는 건가
-범야권이 200석 이상을 차지하면 무정부상태 온다
-범죄자가 피해자 코스프레 하는 적반하장
-집단의 힘으로 각 개인의 자유로운 사고를 억압하는 운동권 정치
-덜 나쁜 미래, 더 나은 미래를 위한 국민의 선택

이각범
이각범 한국과학기술원 명예교수
지난주 국민의힘 지지율이 저점을 찍었을 때, 범야권은 술렁였다. 들뜬 모습을 자제하자는 움직임도 있지만, 그 술렁임은 범야권이 200석까지도 차지하겠다는 일부 기대 섞인 예측에서 비롯되었다.

야당대표는 벌써 유세 중에 대놓고 대통령을 향해 "나가"라는 말을 했다. 이-조(이재명-조국) 세력은 공공연히 대통령 탄핵을 언급한다. 지난 4년간 더불어민주당의 행적을 보면 정당한 탄핵의 근거가 없이도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일견, 21대 국회에도 180석 거대 야당이 자리 잡고 있었는데 200석이면 또 뭐가 크게 달라질까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번 총선에서 범야권이 200석 이상을 차지하면 어떤 일이 일어나는가. 대통령 탄핵도 마음대로, 대통령탄핵소추안에 기각의견을 낸다면 헌법재판관 탄핵도 마음대로, 그리고 자기를 수사하는 검사도 좌표 찍기도 모자라 탄핵해 버릴 수 있는 상황이 된다. 선출직 공무원인 야당의원님의 말씀에 논리적으로 반박하는 국무위원도 탄핵하면 된다. 죄의 유무와 상관없이 망신 주기 위한 특검법안도 줄지어 통과시키면 된다. 개헌도 입맛대로 할 수 있으니 대한민국의 정체(政體)도 자유 없는 민주주의로 만들면 그만이다. 이렇게 되면 대한민국은 무정부상태에 들어가게 된다.

조지오웰이 지은 〈1984〉와 〈동물농장〉의 모델이 스탈린 독재라는 설과 나치독재라는 설이 교차하고 있다. 핍박받던 대중을 선동하여 혁명을 일으킨 뒤 그 대중 위에 폭압적으로 군림했다는 점에서 〈동물농장〉은 스탈린에 가깝고, 집권과정은 생략한 채 놀라운 선전전과 대중감시기술을 중심으로 독재정치를 펴는 〈1984〉는 나치정권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두 독재체제는 10%의 진실과 90%의 거짓을 섞어 반복적으로 선전함으로써 대중이 자발적으로 선전 내용을 받아들이고, 그를 확대재생산한다는 점에서 동일하다. 이 두 체제의 또 다른 공통점은 공포정치를 통하여 일탈자에 대한 가차 없는 숙청을 병행하였다는 점이다.

우리나라 국민은 아직까지 이전의 군사독재에 대해서는 특별한 경계심을 잃지 않고 있다. 독재라는 말이 남용되고 있음에도 매번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도 이러한 아픈 과거 때문일 것이다. 그럼에도, 지금 우리 사회에 자리 잡아가고 있는 대중의 독재에 대해서는 아무런 경계심 없이 동조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대중의 독재란, 대중을 이용하는 정치이다. 개개인의 성찰을 마비시키는 팬덤 정치는 사실이 아닌 것도 사실로 만들어 버리는 힘을 갖고 있다. 나라를 뒤흔든 광우병이나 천안함 폭침과 관련된 가짜뉴스는, 놀랍게도 관대하게 받아들여졌고, 그것이 사실이 아님이 밝혀졌을 때에도, '아님 말고' 하면 그만이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원전사고를 주제로 한 픽션 영화 한 편을 보고 탈원전정책을 결심했다고 한다. 권력이 먼저인지, 영화가 먼저인지 모를 유착관계로 인해 여론은 한쪽으로 쏠리게 되고 우리나라는 그에 따라 쉽게 회복하기 힘든 수준의 손해를 입었다. 이제 대해 영화제작사도 문 전 대통령도 아직 사과하지 않고 있다.

지금 '도둑이 도리어 몽둥이를 든다'는 적반하장(賊反荷杖) 장면이 연출되고 있다. 중대범죄혐의자들이 대표하는 정당들이 국회의석 3분의 2를 차지할 기세고, 그들은 한결같이 검찰독재정권 타도를 외치고 있다. 대한민국 사법체계가 능멸당하고 있다. 범죄경력이 3분의 1이나 되는 더불어민주당 공천자들의 막말이 줄을 잇는다.

체질적으로 약해진 국가 경제와 국제적인 환경 변화 속에서 분투하는 후임정부를 경제 망친 정부라고 매도한다. 지금 국민들이 고통받고 있는 고물가는 어디에서 비롯됐나. 국가부채와 가계부채의 급증은 어느 정부가 만들었나. 이 지구상에서 가장 값싼 전기를 안정적으로 공급하던 대한민국을 누가 불안정하고 비싼 전기를 생산하게 만들었나. 물가 압박에 에너지 비용은 더 올리지 못하고 한전과 가스공사가 누적된 적자로 전전긍긍하게 만든 것은 누가 한 일인가.

그런데도 또 고물가로 인한 고통과 공공요금의 최소한의 인상까지 누가 모두 현 정부 탓으로 뒤집어씌우고 있는가. 민주당과 이재명 대표는 답해야 한다. 민주당은 집권 5년 내내 집권당임에도 적폐청산을 부르짖었다. 그러면서 경제를 철저히 망쳐놓고, 안보불안 상태까지 만들어 놓았다. 그리고 후임 윤석열 정부에 대해서는 취임 두 달도 되기 전에 탄핵하겠다고 위협하기 시작했다. 전·후임 정권을 심판하겠다고 하기 전에 자신들이 5년 동안 저지른 국가재정과 민간경제 파탄, 국가안보의 폐해, 정책의 실패부터 반성해야 하지 않겠는가. 그러나 그런 기미는 찾을 수 없다.

급기야 정치권에서는 검찰독재라는 신조어를 만들어 공격하고 있다. 입맛에 맞게 현직 검사도 정권을 위해 활용하고, 말 안 듣는 검사들은 혼내주던 시절에 빠져있다. 법과 사실에 근거해서 범죄혐의자를 수사하는 게 언제부터 "독재"라고 불리나.

진보진영 안에서도 언행이 일치하고, 공공선을 위해, 자신의 신념을 전파하기 위하여 묵묵히 노력하는 인사들이 있다. 그러나 현재의 진보진영은 내로남불에, 표리부동한 사람들이 너무 전면에 나와 있다. 북한 인민독재의 끝자락에 인민이 아니라 김씨 일가가 있다는 것도 깊숙이 알고 있는 사람들이다. 우리는 이런 사람들이 하는 능숙한 대중선동 정치를 매일 보게 된다. 주변에서 쉽사리 만나기 힘든 전과자와 범죄혐의자들이 검찰 탓 언론 탓을 하며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고, 핏대 올리며 고성이 오가는 가운데 시민들의 민생은 어려워지고 앞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열망은 자꾸 좌절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자유민주주의를 기본질서로 하는 민주 헌법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두 번의 독재과정을 거치면서 대중들은 오히려 독재에 길들여졌다. 군사독재와 전체주의적인 운동권 정치는 독립된 인격체로서의 생각을 못 하게 하고 집단적 사고에서 일탈함을 주저하게 하였다. 자유의 소중함을 대중들이 느끼지도 못하게 하였다. 군사독재는 힘의 논리로, 운동권정치는 집단의 힘으로 자유로운 사상의 공간을 폐쇄하였다. 거기서는 늘 사실을 거꾸로 이야기한다.

집단적 힘이 각 개인의 자유로운 사고(思考) 공간을 짓누름에 따라 다양한 생각을 하면서 사는 사람들. 창의적인 생각을 하면서 긴 호흡으로 미래를 설계하고 공동체발전을 위해 쓸 수 있는 에너지를 우리 사회는 너무 허비하고 있다. 국회는 개별 의원이 헌법기관으로서 독립적인 지식과 창의의 힘으로 국정을 논의하는 민의의 전당이다. 이제 22대 국회에서는 야당국회의원들이 용산 대통령실 앞이나, 국회 본관 계단이나, 인천공항에서 집단으로 피켓 시위하는 대신 개별 국회의원이 생산적으로 의정에 참여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 보좌관이 써준 원고를 통계수치도 틀리게 인용하면서 고성 낭독하지 말고 제대로 질문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

앞으로 3년이라는 시간은 우리나라에게, 나아가 전 세계적으로 평화 유지와 경제에서 매우 중요한 시기이다. 건설적 정책도 내어 놓지 못하고, 대책 없이, 고민 없이 퍼주는 것을 내어놓는 정치. 이미 실패한 정책실험으로 인한 고통은 온전히 국민들의 몫임에도, 기본소득 시리즈를 다시 우려내는 정치. 내가 내건 정책을 내가 못 지키는 정치. 반응이 나빠지면 "아니면 말고" 하는 정치는 제발 멈추어야 한다.

21대 국회의, 정치권의 모습이 답답하고 짜증이 난다면, 22대 국회는 좀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어갈 수 있는 인물과 정당을 뽑아야 한다. 투표를 해야 한다. 이것이 우리 유권자가 덜 나쁜 미래, 나아가 더 나은 미래를 위해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역사적 도리이다.

이각범 한국과학기술원 명예교수

※본란의 칼럼은 본지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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