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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후일담] 조선업 ‘슈퍼사이클’에도 ‘경계’ 내린 HD현대, 배경은

[취재후일담] 조선업 ‘슈퍼사이클’에도 ‘경계’ 내린 HD현대, 배경은

기사승인 2024. 08. 09. 0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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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사진2] 경기도 판교 HD현대 GRC 전경
HD현대 판교 GRC 전경. /HD현대
연이은 신규수주, 높아지는 신조선가. HD현대는 회사 주축인 조선업에 오랜만에 찾아온 '초호황기'를 반길만도 합니다. 그런데 경영진은 성과를 치하하기보다 '고삐 죄기'에 나서고 있습니다. 긴급 사장단회의까지 열며 경영 전략을 전면 재검토하기로 하면서죠. 축포는 커녕 '비상벨'을 울린 이유는 그룹의 또 다른 한 축,석유화학사업과 건설기계 부문의 부진 때문입니다.

지난 7일 권오갑 회장과 정기선 부회장을 비롯한 그룹 경영진들은 긴급 회의를 열고 경영계획을 전면 재검토하기로 했습니다. 경영 환경 변화가 급격한 만큼 선제적으로 대응방안을 모색하자는 취지입니다.

특히 권 회장은 이날 "회사가 직면한 위험과 그에 따른 영향을 직원들에게 명확히 설명하고, 같은 목표를 향해 한마음 한뜻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공감대를 형성해야한다"고 말했습니다.

오랜 부진에 시달리던 조선업이 불황을 털어내고, 흑자로 돌아선 데 이어 수년 치의 일감을 미리 확보한 상황에서도 경영진은 회사 상황이 '위험'에 처했다고까지 판단한 겁니다. 어찌 보면 의아해 보이지만, 그룹 실적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런 위기의식의 이유를 알수 있습니다.

HD현대의 또 다른 사업 축은 HD현대오일뱅크 중심의 정유 및 석유화학 사업입니다. 그룹 전체 매출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죠. 그만큼 오랜 조선업 부진에도 HD현대오일뱅크는 안정적인 이익체력을 보여왔습니다.

그러나 정제마진이 악화되면서 HD현대오일뱅크는 올해 2분기 실적이 크게 악화됐습니다. 특히 영업이익은 734억원에 그치면서 전분기 대비 2000억원 가량이 줄었습니다.

아울러 석유화학 사업은 3분기 이후에도 약세가 전망되고 있습니다. 고유가, 중국 증설 등 여러 요인으로 인한 불황이 오랜 기간 이어지고 있고, 회복 시점도 불투명한 만큼 위기는 이어지고 있다는 평가입니다.

또 건설기계도 최근 시장둔화로로 인한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HD현대사이트솔루션은 올해 2분기 전년 대비 37% 가량 줄어든 1694억원의 이익을 내는데 그쳤죠. 최근까지 미국 시장 진출을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였지만, 경기 침체 우려가 짙어지면서 방향 재설정이 필요해졌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결국 이제 막 조선사업이 정상화되자 그간 그룹을 받치던 다른 사업이 어려워진 셈입니다. 어떻게 보면 동반 부진이 아닌 것은 다행일지도 모릅니다. 지금 어려운 시기를 맞았지만, 그래도 흑자 전환에는 성공한 만큼 주력 사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내실을 다져갈 계기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HD현대가 영위하는 조선, 석유화학 같은 '무거운' 제조업은 사실 우리 경제의 주축이기도 합니다. 그룹 경영진이 발빠르게 대응해 위기를 극복하고, 경기 회복으로 이어질 수 있기를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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