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준호가 11일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수원시체육회관에서 중국축구협회 영구 제명 징계 관련 기자회견을 하던 중 생각에 잠겨 있다. /연합뉴스
전 국가대표 축구 선수 손준호(32·수원FC)가 눈물로 억울함을 호소했지만 여론은 싸늘하다. 자신이 받은 20만 위안(약 3700만원)에 대한 명확한 해명을 내놓지 못하면서다.
손준호는 11일 기자회견에서 "중국 공안이 가족까지 체포할 수 있다는 협박을 해 어쩔 수 없이 혐의를 인정했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전날 중국축구협회가 자신을 포함해 승부 조작에 연루된 선수 44명에 대한 영구제명 징계를 내린 데 대한 반응이다. 12일 중국축구협회는 한 발 더 나아가 이 사실을 FIFA(국제축구연맹)에 통지했다는 내용의 공문을 대한축구협회에 보냈다.
손준호는 눈물을 쏟았지만 진징다오에게 받은 20만 위안에 대한 명쾌한 이유를 내놓지 못해 의문만 키웠다. 손준호는 "받은 건 맞지만 정확히 (어떤 이유로 받았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며 "절대 불법적인 이유는 아니다. 과거 내가 진징다오 부모님이 한국 병원을 알아봤을 때 도와줬고 그가 운영하는 축구교실에도 여러 도움을 준 바 있다. 그것에 대한 고마움의 표시라고 생각했다"고 주장했다. 손준호는 진징다오와 2년 6개월간 돈독했고 금전 거래가 활발했다고 한다. 손준호의 에이전트는 "손준호도 진징다오에게 총 60만 위안 이상을 보냈는데 이에 대해서는 크게 문제 삼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손준호는 "진징다오로부터 승부 조작에 대한 회유를 받은 적 없고 승부 조작에 대해선 결백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정확한 논리와 근거가 부족하다. 60만 위안이라면 1억원이 넘는 거액이다. 이 큰 돈을 선수들이 서로 고마움의 표시로 주고받은 것인지 이해가 어렵다는 지적이다.
휴대폰에 남았을 둘의 메시지가 사라졌다는 점도 의혹을 키운다. 휴대폰에는 손준호가 진징다오에게 돈을 받았다는 1월 및 전년 12월에 관한 내용만 사라진 것으로 드러났다. 손준호는 "중국 공안에 압수됐던 핸드폰을 돌려받은 뒤 아내가 포렌식을 했는데 12~1월 내용만 사라졌다"고 했다. 현재 손준호는 진징다오와 연락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수상한 돈거래에 담긴 의문점을 풀 실마리는 중국 법원의 판결문 공개가 될 전망이다. 이에 대해 손준호 에이전트는 "구금 당시 한국에 돌아오는 것이 우선이라서 손준호에게 적용된 혐의 사실을 확인할 생각을 못했고 판결문을 받지 못했다"며 "판결문 열람 요청을 고려하겠다. 공개 여부에 대해서는 변호사와 논의해 보겠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