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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F로 얽힌 자산을 해결하는 첫걸음은 정부와 공공기관, 금융기관이 협력하여 이를 정리하고 매입하는 것이다. 이후 시장을 통해 자산을 순환시키면 된다. 비유하자면, 썩은 살을 도려내고 상처에 연고를 발라 치유하는 과정과 같다. 과거에도 비슷한 문제가 발생했을 때 공적 자금이 투입되었고, 산업은행이 나서 위기를 수습한 사례가 있다. 치료가 끝난 뒤 천문학적인 이익이 창출되었지만, 정작 국민은 그 과정에 관심을 두지 않았다. 이유는 간단하다. 애초에 참여할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제 정부는 디지털금융을 활용해 국민에게 투자 기회를 제공하는 새로운 접근을 고려해야 한다. PF 자산을 정리한 뒤 토큰증권(STO) 방식으로 디지털화하면, 국민 누구나 소액으로 자산에 투자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예를 들어, 부동산을 토큰화하면 건물의 일부를 소유하고 임대 수익이나 자산가치 상승에 따른 이익을 공유할 수 있다. 이는 마치 '디지털 마이 빌딩 시대'를 여는 것과 같다. '국민 리츠 2.0'이라는 이름처럼, 국민이 자산의 주인으로 참여하는 모델이 가능해진다.
디지털 기술을 기반으로 한 국민 참여형 투자 모델은 내수 진작과 금융 포용 확대, 자산 격차 해소 문제를 한꺼번에 해결할 잠재력이 있다. 국민의 자금이 위기의 PF 자산을 되살리는 데 투입되며 경제에 활력을 주고, 소액 투자로도 자산 소유가 가능해져 더 많은 이들이 금융 시장 참여를 끌어낼 수 있다. 투자 기회의 민주화를 통해 부의 집중을 완화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위기 자산을 국민 자금으로 회생시키고, 그 수익을 다시 국민에게 돌려주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진다. 이는 단순한 위기 극복을 넘어 경제의 체질을 개선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세계는 이미 디지털금융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움직이고 있다. 스테이블 코인, 디지털자산 현물 ETF, STO 등은 선진국에서 제도화되며 국민의 자산 증식 수단으로 자리 잡았다. 한국도 이러한 흐름에 뒤처지지 않으려 제도 마련에 속도를 내고 있다. 부동산 PF는 시작일 뿐이다. STO를 중심으로 한 디지털금융의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며, 이는 경제 혁신의 새로운 동력이 될 수 있다.
새로운 기술과 자산 토큰화가 투자자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는 걱정은 과도한 기우다. 정부가 금융당국 및 감사원과 협력해 디지털자산 감시체계를 구축하고, AI 기반의 사전 리스크 분석 시스템을 도입한다면 충분히 관리 가능하다. 불법행위 방지, 이상 거래 감지, 투자자 보호는 디지털 기술을 통해 실시간으로 구현될 수 있다. 투명성과 기술의 결합은 오히려 기존 시스템보다 더 안전한 환경을 만들어낼 것이다.
이제 디지털금융이라는 새로운 시장을 개척할 때다. 국민이 참여하는 개방형 플랫폼을 만들고, 투명한 기술로 뒷받침하자. 정부가 주도하고, 국민이 투자하며, 기술이 안전을 보장하는 이 삼박자가 조화를 이룬다면, 우리는 자산 민주화의 시대를 열 수 있다. 부동산 PF 위기를 단순히 해결하는 데 그치지 말고, 이를 국부를 늘리는 기회로 바꾸자. 지금이 그 첫발을 내딛을 때다.
이영하 전 감사원 특조국장/ 한국디지털자산평가인증 전문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