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0 |
LCK 글로벌 박지선 PD. /이윤파 기자
|
e스포츠 업계에서 '본좌'라는 칭호는 아무에게나 허락되지 않는다. 당대 최고의 프로게이머에게만 허용됐던 이 단어는 현재 모두가 인정하는 분야 최고의 인물에게만 주어지는 명예로운 칭호가 됐다.
그리고 e스포츠 업계 경력 10년 차로 본좌라는 칭호를 계속 유지하고 있는 인물이 있다. 바로 '지선좌' 박지선 PD다.
통역사로 시작해 LCK 글로벌 PD로 자리 잡으며 어느새 e스포츠 업계 경력 10년 차 베테랑이 됐다. 생생한 목소리를 글로벌 팬들에게 전달하는 역할부터 LCK 글로벌을 총괄하는 위치까지 올라선 그의 여정은 e스포츠 업계에서도 보기 드문 사례다.
지난 16일 짧은 연말 휴가를 마치고 2026 LCK 새 시즌에 돌입한 박지선 PD를 롤파크에서 만나 지난 10년간의 활동을 돌아보고 앞으로의 계획을 확인할 수 있었다.
◆ 통역 본좌의 각오 "기대에 미치는 사람 될 것"
 | | 0 |
업계 최고의 통역사이자 인터뷰어 평가받고 있는 박지선 PD. /박지선 유튜브
|
박지선 PD는 2017년에 처음 통역사 활동을 시작한 이후 꾸준히 팬들에게 큰 지지를 받고 있다. 전문성 있는 질문 내용부터 정확한 통역과 발음, 인터뷰 태도, 선수를 향한 존중 등 여러 측면에서 팔방미인 같은 면모를 뽐내며 지선좌라는 칭호까지 얻었다.
이러한 평가에 대해 박지선 PD는 "너무 감사하면서도 책임감이 막중하다"고 말했다.
이어 "통역은 선수들의 정말 중요한 말을 전하는 것이기 때문에 실수를 하고 싶지 않다는 부담감과 책임감이 원래부터 있었고 큰 대회에서 승리한 선수의 생생한 감정을 다른 언어권 팬들에게 잘 전달하고 싶다는 욕심이 있었다"고 덧붙였다.
좋은 별명을 받은 만큼 그 기대에 부응하기 위한 노력도 이어가고 있다. 박지선 PD는 "많은 분들이 항상 좋게 봐주고 격려해 주는 게 너무 감사하고 원동력이 된다"며 "기대에 미치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계속 하고 있다"고 전했다.
◆ LCK 글로벌의 모든 것은 내 손안에
 | | 0 |
LCK 글로벌 박지선 PD. /이윤파 기자
|
많은 팬들은 박지선 PD를 통역사, 인터뷰어로 인식하고 있지만 사실 LCK가 진행되는 순간마다 뒤에서 다양한 업무를 수행하는 책임자 역할을 맡고 있다. 방송 구성과 연출, 출연자 섭외 및 계약, 예산 분배 등 LCK 글로벌 방송의 모든 것을 총괄하는 PD로 활약 중이다.
박지선 PD는 프리랜서 시절부터 글로벌 방송 연출 보조를 맡으며 제작 이해도를 쌓은 덕분에 PD 업무 수행도 잘 해낼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본인의 가장 큰 업적으로는 글로벌 분석 데스크 도입을 꼽았다. 한국 e스포츠 리그에서 영어로 송출되는 분석 데스크를 만든 경우는 없었다. 2배가 넘는 인력이 필요한 쉽지 않은 도전이었지만 다채로운 방송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에 과감하게 시도했다.
박지선 PD는 "글로벌 중계진들이 이런 시도는 처음이라고, 정말 잘 했다고 말해줬을 때 뿌듯했다"고 돌아봤다.
글로벌 커뮤니티의 반응도 뜨거웠다. LCK 선수들이 글로벌 팬들을 위해 출연해 인터뷰에 응해준다는 점에서 팬들은 기뻐했다. 박 PD는 "언제나 글로벌에서 좋은 반응을 보여주셔서 계속 다양한 것들을 시도하고 싶어진다"고 덧붙였다.
LCK 글로벌 PD로서 가장 큰 고민은 한국어 콘텐츠를 영어 방송에서 최대한 잘 살리는 것이다. 박지선 PD는 "재밌는 보이스나 POM 코멘트를 빨리 해설진에게 전달하고 싶고 최근 도입된 코치 보이스로 한국어 노출이 늘어나면서 이를 어색하지 않게 전달하는 방법을 연구 중이다"고 설명했다.
4~5분 남짓한 분석 시간에 어떻게 재밌는 상황을 연출할지 분석 데스크를 보게 할지, 선수들이 직접 전하는 메시지나 코치들이 말하는 중요한 정보를 어떻게 중계에 잘 녹일 수 있을지도 고민하고 있다.
또한 박지선 PD는 작년 말 한국에서 열린 발로란트 게임 체인저스 챔피언십(이하 GCC)에 참여하면서 새로운 경험을 쌓았다. 롤 국제대회 때는 통역 업무에 집중해야 했다면 GCC에서는 월드 피드(전 세계 방송사가 공통으로 받는 기본 영상) 제작을 직접 맡았다.
처음 해보는 업무라 걱정도 많았지만 많은 도움 끝에 무사히 마무리할 수 있었다. 박지선 PD는 당시를 회상하며 "앞으로도 이런 도전을 하면 재밌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발로란트의 매력도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박지선 PD는 "발로란트는 라운드가 짧고 분위기 전환도 빨라 짧은 시간 안에 선수들의 리액션과 팬들의 열기를 담는 노력이 필요했다"고 전했다. 이어 "치열한 경쟁이 끝나고 선수들이 서로 안아주고 울면서 토닥여주는 모습이 훈훈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 세체원 '뱅'과 함께 하는 인플루언서 박지선의 삶
 | | 0 |
남편 뱅과 함께 다양한 콘텐츠를 선보이고 있다. /뱅 유튜브
|
박지선 PD는 LCK 활동 이외에 개인 유튜브를 통해서도 다양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코로나가 한창이던 2020년부터 영상을 올리기 시작해 어느새 구독자 5만 명을 유지하고 있다.
평소에는 MSI나 월드 챔피언십 같은 국제 대회 브이로그 위주로 간간히 영상이 올라왔지만 최근에 지인이 편집을 도와주며 업로드 주기도 짧아지고 콘텐츠도 다양해지고 있다. 대회 브이로그 이외에도 일상과 QnA 같은 다양한 콘텐츠를 시도할 예정이다.
배우자 '뱅' 배준식과의 케미도 돋보인다. e스포츠 업계 대표 커플인 두 사람은 언제나 서로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며 이상적인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
박 PD는 "제가 끓는 물 같은 스타일이라면 뱅은 모닥불 같은 스타일이라 일상에서 많이 의지하게 된다"며 "큰 무대에서 우승을 해본 사람이라 평정심을 유지하는 법도 알고 정신력도 남다른 것 같아서 많이 배우고 있다"고 전했다.
박지선 PD도 뱅의 방송 활동에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매니저 같은 매의 눈으로 방송을 모니터링하며 다양한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박지선 PD는 "방송을 모니터링하며 직업병처럼 레이어 세팅이나 화면 구성 같은 걸 조언하고 화면 전환 타이밍을 알려주기도 한다"며 웃었다.
부부가 함께하는 콘텐츠도 많은 인기를 끌고 있다. 브이로그부터 시작해 팬들과 함께하는 Q&A 등 다양한 합동 콘텐츠를 선보이고 있다. 이번 2025 월드 챔피언십 기간 동안에는 팟캐스트 형식으로 현장의 분위기를 전하는 실시간 콘텐츠를 진행해 큰 호응을 얻었다.
이처럼 앞으로도 유튜브를 통해 다양한 콘텐츠를 선보이며 팬들에게 여러가지 재미를 제공하겠다는 다짐이다.
◆ 늘 새롭고 짜릿한 게임...번아웃 없이 달려 온 10년
 | | 0 |
LCK 글로벌 박지선 PD. /이윤파 기자
|
e스포츠에서 다양한 커리어를 쌓아오며 10년 차 베테랑이 된 박지선 PD는 수많은 업계 지망생의 롤모델이다. 박PD는 "게임이라는 분야는 기술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어서 확장 가능성이 크다. 기술이 확장됨에 따라 새로운 자리가 언제든지 생기기 때문에 게임과 e스포츠를 사랑하는 분들은 도전해보는 것을 추천한다"고 조언했다.
이 분야에 대한 애정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지선 PD가 10년 동안 활동하며 번아웃 없이 일할 수 있는 것도 게임에 대한 애정 덕분이다. 일이 끝나고 휴식할 때도 증강 칼바람을 생각하고 있을 정도다.
매년 변화가 많은 e스포츠의 특성도 큰 도움이 된다. 박 PD는 "퍼스트 스탠드가 생기고 피어리스가 오는 등 매번 새로운 요소가 추가되면서 지루하다고 느껴지지 않고 GCC처럼 다른 종목을 경험하는 것도 신선하다"며 "LCK가 자주 우승하는 것도 큰 카타르시스를 준다"고 강조했다.
앞으로 업계에서 오래 활약하기 위한 체력 관리에도 힘을 기울이고 있다. 박지선 PD는 "무슨 일이 됐든 오랫동안 행복하게 잘 해내려면 몸도 마음도 건강해야 한다"며 "생활 패턴이 남들보다 늦어질 수밖에 없는 일이라 그런 부분을 잊지 않고 잘 챙기면서 지내고 싶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박 PD는 "이 일을 처음 시작할 때 이렇게 많은 분들이 긍정적으로 봐주실 줄 몰랐는데 10년이라는 시간 동안 잘 달려온 것 같아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며 "앞으로도 많은 분들이 신뢰하고 좋아하는 사람으로 오래 남을 수 있게 정진하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