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 절감 vs 산업 생태계 보호 충돌
국회 업무보고 요구에 일정 변수
|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개최된 '약가제도 개편을 통한 건강보험재정 지속가능성 확보 국회 토론회'에서는 약가 인하와 관련해 이해관계자 간 여전한 입장차가 드러났다. 전날 업계가 기자회견을 열고 '산업의 위기'를 강조한 반면, 이날 토론에서는 '건강보험 재정 절감'을 위해 약가인하는 필요하다는 의견이 이어졌다.
나영균 배재대학교 보건의료복지학과 교수는 "한국의 약제비 지출 비중이 주요 선진국에 비해 높고, 이 중에서도 고가 제네릭에 대한 지출이 커 신약 접근성을 낮추고 있다"고 말했다. 현행 제네릭 약가 산정 기준인 '오리지널 대비 53.55%'라는 비중이 하한선처럼 작용해 가격 인하 경쟁이 발생하지 않고 있어 추가 인하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나 교수는 "성분명 처방 의무화, 참조가격제, 제네릭 경쟁입찰제를 도입해 약제비 구조를 개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참조가격제는 동일 성분 등으로 의약품을 묶은 뒤 최저가 의약품을 기준으로 보험가를 매기는 약가 결정 방식이다. 제네릭 경쟁입찰제는 동일 성분 의약품에 대해 일정 기간 입찰 방식으로 공급 약가를 결정해 낮은 가격을 제시한 제품을 시장에서 우선 사용되도록 하는 제도를 뜻한다.
이어 정형준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위원장은 약가 인하가 신약 개발 동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산업계의 주장을 전면 반박했다. 스위스, 덴마크 등 글로벌 대형 제약사가 탄생한 국가의 국민 총 의료비 중 약제비 비중은 오히려 우리나라보다 훨씬 낮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정 위원장은 "신약 개발과 약제비 지출 비중은 아무 관련이 없다"며 "이를 건강보험 재원이나 약가 정책 논의에 섞어 이야기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말했다.
정 위원장은 제네릭 약가를 복지부 안보다 더 낮춰야 한다며 유연계약제(이중약가제)와 같은 보완책 도입에도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그는 "약가 인하는 40%까지 떨어뜨리는 것은 첫 단계이며 더 낮출 필요가 있다"며 "산업계 반발이 크다는 이유로 복지부가 이중약가제 도입을 검토하는 것 역시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
반면 이재국 제약바이오협회 부회장은 산업계를 건보 재정을 낭비하는 주체로만 인식하는 시각에 대해 답답함을 표했다. 이 부회장은 "제약 기업을 건보 재정을 좀먹는 카르텔로 보는 시각도 있지만 우리 산업 역시 국민의 소중한 건강과 생명을 위해 존재한다"며 "국민의 생존권과 건강권을 지키기 위한 안전하고 필수적인 의약품을 공급하는 산업으로서 자긍심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제네릭을 국민 건강에 도움이 되지 않는 의약품으로 치부하는 시각을 재고하고, 관련 주체들이 함께 투명한 논의를 통해 합의를 도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제네릭을 무조건 타개해야 할 '불량품'으로 보는 관점은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며 "왜 미국과 일본 등이 제네릭 사용을 권장하고 이를 통해 재정 지속성을 유지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어떤 논의든 팩트에 기반해야 하며 국민 건강권을 위해 모든 이해관계자가 합의를 도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복지부는 이날 오후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이하 건정심) 소위원회를 열고 약가제도 개편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이날 회의에서는 구체적인 약가 인하율과 시행 시기 등을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18일에도 추가 소위원회 개최가 예정돼 이날 구체적인 인하율이 공개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
복지부는 당초 18일 소위원회를 거쳐 26일 건정심 전체회의에서 약가 개편안을 의결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10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위원들이 약가제도 개편안 관련 업무보고를 요구하면서 일정에 차질이 생길 가능성도 제기된다. 복지위 위원들은 이날 회의에서 약가제도 개편이 현장의 관심이 큰 사안이라며 향후 전체회의에서 업무보고를 할 것을 요구했다. 이에 업계·정부·국회 간 추가 논의가 이어질 경우 개편안 마련과 시행이 당초 계획보다 늦어질 가능성도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