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항공료·의류까지 연쇄 상승…호르무즈 봉쇄에 글로벌 물가·공급망 압박
카타르 시설 파괴로 신뢰 잃은 LNG…에너지 지형 재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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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의 일부 식당 메뉴에서 버터치킨과 도사(dosa·쌀가루 팬케이크)가 일부 음식점 메뉴에서 사라졌다. 이 음식들을 조리하는 데 필요한 요리용 가스를 걸프 지역 공급업체로부터 구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인도의 세라믹 공장들도 천연가스와 프로판 부족으로 가마 가동을 멈췄다.
◇ 수요일 공휴일·주 3일 수업…이란 전쟁 여파 연료 부족이 바꾼 일상
연료 부족은 각국 정부 정책으로까지 번졌다. 스리랑카는 통근을 줄이고 연료를 절약하기 위해 수요일을 공휴일로 선언했고, 라오스는 주 3일 수업제를 채택했다. 태국에서는 아누틴 찬위라꾼 총리가 반소매 셔츠를 입고 출근하며 에너지 절약 동참을 촉구했고, 정부 청사에는 에어컨 사용 상한선이 설정됐다. 필리핀은 공무원들에게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 이용을 요청했고, 이집트는 주 5일 쇼핑 시간을 단축했다. 한국도 온수 가열에 쓰이는 에너지의 상당 부분이 중동에서 오는 만큼 국민들에게 샤워 시간을 줄이는 등 에너지 절약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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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과 식량 공급망도 타격을 입고 있다. 세계 비료의 3분의 1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운송되는 가운데, 가격 상승으로 전 세계 농민들이 수확을 우려하고 있다. 호주 농민들은 밀 재배를 줄이고 있다.
세계 최대 설탕 생산국인 브라질에서는 높은 에너지 가격을 반영해 설탕 공장들이 바이오연료 생산 확대를 검토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설탕 가격 상승 가능성도 제기된다.
◇ 커피값도 전쟁 직격…호르무즈 봉쇄에 원두 가격 상승 압력
커피 가격 상승세도 이란 전쟁의 영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미국 캔자스주 위치타의 커피 로스팅업체 리버리 로스터스 사례를 통해 커피 가격 상승 요인을 보도했다.
리버리 로스터스의 운영자 앤드루 고프는 대표 제품인 본셰이커 에스프레소 블렌드 340그램(g) 한 봉지 가격을 지난해 봄 15달러에서 17달러로 올린 데 이어 다음달 18달러로 인상할 예정이다. 그는 비용 상승분의 약 절반을 자체 흡수했지만, 가격 인상 시 고객 이탈을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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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가격 상승의 배경에는 여러 요인이 겹쳐 있다. WSJ에 따르면 브라질과 베트남의 가뭄 등 이상기후가 커피 생산에 영향을 미쳤고, 관세 인상을 예상한 헤지펀드의 선물 계약 매입이 원두 가격 상승을 부추겼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7월 브라질산 상품에 40% 추가 관세를 부과했고, 이에 따라 고프가 2025년 부담한 관세는 약 1만4000달러에 달했다.
2025년 2월에는 헤지펀드들이 전체 커피 선물 계약의 약 3분의 1을 차지하며 가격 상승 압력을 키웠다. 미국 에모리대 경영대학원의 피터 로버츠 교수는 가격 변동성이 극심했다고 평가하며, 헤지펀드가 불확실성을 활용한 거래를 확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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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SJ에 따르면 올해 초 브라질 생산 전망 발표 이후 가격이 일시 안정됐으나, 이란 전쟁으로 인한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연료와 운송 비용이 상승하면서 커피 가격에 다시 상승 압력이 가해졌다.
고프는 연간 약 9만5000파운드의 로스팅에 필요한 생두 매입 비용이 수개월 사이 파운드당 2.41달러에서 4.30달러로 상승했다고 밝혔다. 그는 변수의 복잡성으로 가격 대응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 수만 편 항공 취소·물류 차질…의약품 공급도 위협
중동 일부 영공 폐쇄로 항공사들은 노선 운항을 중단했고, 항공유 비용 상승으로 항공료도 오르고 있다. 수만 편의 항공편이 취소됐다.
방글라데시에서는 자라의 의류가 공항에 쌓이며 수출 차질이 발생했고, 두바이와 도하 등 화물 허브 운영 차질로 냉장 보관이 필요한 의약품 공급에도 영향이 제기되고 있다.
바레인과 사우디아라비아를 겨냥한 미사일 공격 속에 포뮬러1 경기가 취소됐고, 가수 샤키라와 크리스티나 아길레라 등은 공연을 연기했다. 체스 대회에서도 한 그랜드마스터가 안전 우려로 기권 사례가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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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 상승은 인플레이션 우려를 키우며 미국의 모기지 금리를 끌어올려 주택 구입 비용을 높였다. 폴리에스터가 석유화학 제품에서 만들어지는 만큼 의류 가격 상승 가능성도 제기된다. 또한 천연가스 부산물인 헬륨의 주요 생산국인 카타르의 생산 차질로 풍선 공급에도 영향이 예상된다.
금은 투기적 투자자들의 매도 등으로 하락했다. 반면 러시아는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석유 중심 경제가 일부 지탱되는 효과를 보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미국산 패트리엇 미사일 재고 부족 가능성이 제기됐다. 미국 텍사스주 샌안토니오에서는 가격 상승 우려로 주유 대기 행렬이 나타났다.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 농민 지원을 위해 베네수엘라에 대한 제재를 완화해 비료 수출을 재개하도록 허용했다.
◇ 카타르 공급 차질이 바꾸는 에너지 지형…LNG 신뢰성 '두 번째 타격'
NYT는 서유럽부터 동아시아까지 각국이 페르시아만 공급 차질 이후 천연가스를 확보하기 위해 움직이고 있다고 전했다. 세계 최대 가스 수출국인 미국은 단기적으로 수혜가 예상된다.
카타르는 세계 액화천연가스(LNG)의 약 20%를 공급하는 국가로, 전쟁 초기 수출 준비 중단과 시설 피해로 복구에 수년이 걸릴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공급 재개 지연 시 가격 상승 가능성이 제기된다. 일본·방글라데시·태국 등은 전력 생산을 위해 석탄 사용을 늘리는 조치를 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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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컬럼비아대학교 글로벌에너지정책센터의 이라 조지프 선임연구원은 러시아에 이어 카타르까지 공급 차질이 발생하면서 LNG와 가스 수입의 신뢰성이 약화됐다고 밝혔다고 NYT는 보도했다.
이는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에 이어 두 번째 가격 급등 사례다. 미국 에너지업체 체니에르 에너지의 잭 퓨스코 최고경영자(CEO)는 휴스턴 에너지 콘퍼런스에서 이러한 변동성이 반복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 미국 LNG 수혜 기대…재생에너지·원자력 대안 부상
미국 LNG 업계는 수출 확대 기대를 나타내고 있다. 휴스턴 기반 LNG 개발사를 이끌었던 메그 젠틀은 미국 생산자들이 큰 수혜자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아시아 LNG 가격 전망을 하반기 기준 15% 상향했으며, 2028년에는 전쟁 이전보다 약 57% 높은 수준을 예상했다. 유럽과 미국의 천연가스 가격 전망도 함께 상향 조정됐다.
NYT는 전쟁 장기화 시 각국이 재생에너지와 저장장치, 원자력 등으로 에너지 전략을 전환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미국 에너지업체 넥스트에라 에너지의 존 케첨 CEO는 수입 의존 국가들이 에너지 안보를 위해 재생에너지와 저장장치 또는 원자력 확대를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에너지 인프라업체 글렌파른의 브렌던 뒤발 CEO는 가격에 민감한 국가들이 LNG 의존도를 줄이려 할 수 있다면서도, 시장의 기억은 짧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