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외부의 잇따른 악재로 곤욕을 치르면서 취임 초기부터 리더십 부재 논란이 일어난 데 따른 부담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황 회장은 취임 이후 주력 사업인 무선통신 분야에서 중장기 전략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았다. 지난 2월 상무보 직원들에게 “회장이 여러분에게 전략을 가르쳐 주진 않는다. 스스로 전략가가 돼라”고 당부한 게 전부다.
이번 조치가 대규모 인적 쇄신에 의존해 어려운 경영 상황을 극복하려는 의도로 보일 수 있는 이유다. 물론 방만하게 운영돼 온 조직에 칼을 댄다는 점에서 개혁의 첫 단추를 채우는 긍정적인 효과를 거둘 수도 있다. 경쟁사 간 보조금 출혈 전쟁으로 단기간 내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기 어려운 이동통신시장에서 인력 구조 조정에 따른 경영 효율화로 실적 개선을 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도 KT가 대규모 직원 감축으로 실적 개선의 신호탄을 쐈다고 여기고 있다. 이석채 전 회장 재임 시절인 2009년과 비슷한 규모(약 6000명)로 명예 퇴직했다고 가정하면 영업이익이 3000억원 이상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에서다. 이번 명예퇴직 대상자 수는 전체 임직원 수(3만2500명)의 70%에 달하는 2만3000명이다.
KT의 실적은 심각한 상황이다. 지난해 창사 이래 처음으로 연간 적자를 내며 부진의 늪에 빠졌다. KT는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 23조8106억원, 영업이익 8393억원, 당기순손실 603억원을 기록했다. 실적뿐 아니라 계열사 대출 사기와 개인정보 유출 등 각종 사건·사고로 고객 신뢰도 역시 추락했다.
대규모 인적 쇄신 카드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 전 회장 취임 초기에도 인력 구조조정을 단행해 5992명을 명예퇴직시켰다. 황 회장이 이 전 회장의 당시 행보를 그대로 밟고 있는 셈이다. 황 회장의 결단이 KT 회장 교체 시기마다 단행하는 정례 인사에 그쳐선 안 된다. 단순 인력 감축이 아닌 경영 쇄신, 그리고 더 나아가 새로운 KT로 한 발짝 나아 갈 수 있게 만드는 것이 황 회장의 고민이자 숙제인 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