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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경남 양산시 내 쌍용아파트 승강기 교체 공사를 둘러싸고 입주민 비상대책위원회가 제기한 의혹은 이 '최소한의 원칙'마저 제대로 지켜졌는지 묻게 한다.
비대위가 작성한 '승강기 공사 안전수칙 위반 신고' 자료에는 특수건강진단과 특별안전보건교육, 건설업 기초안전보건교육, 위험성평가, 작업계획서 작성, 안전보건표지 및 출입금지구역 설치 등 산업안전의 기본에 해당하는 절차가 이행되지 않았다는 주장이 담겼다.
비대위는 작업자 근로계약서와 배치 전 건강진단 자료, 보호구 지급대장, 물질안전보건자료(MSDS) 교육자료 등도 제대로 갖춰지거나 확인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작업 현장에서는 안전모와 안전화, 보안경 등 보호구 착용이 미흡했고 추락·낙하·감전 위험을 차단할 안전조치도 부족했다는 것이 비대위 측 설명이다.
특히 승강기 교체 작업은 추락과 낙하물, 끼임, 용접 불꽃, 감전 등 중대재해로 이어질 위험이 상존한다. 일반 공사보다 훨씬 엄격한 작업계획과 현장 통제가 필요한 이유다. 공동주택에서는 공사 구역 바로 옆을 어린이와 노약자를 비롯한 입주민들이 오간다. 작업자만 조심하면 되는 현장이 아니라는 얘기다.
비대위가 공개한 자료에는 작업자가 안전모를 쓰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 현장 사진도 포함됐다. 물론 사진 한 장만으로 전체 공정의 위법 여부를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제기된 의혹이 사실이라면 이는 단순한 행정서류 누락이나 현장 관리자의 실수로 치부할 문제가 아니다. 사고가 발생하지 않은 것을 안전관리가 제대로 이뤄졌다는 증거로 삼을 수도 없다.
안전규정은 사고가 난 뒤 책임자를 처벌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위험을 미리 찾아 제거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지금까지 별일 없었다"는 말은 안전을 지켰다는 증명이 아니라, 아직 사고가 터지지 않았다는 의미일 뿐이다.
더욱이 비대위의 주장이 구체적이라는 점을 가볍게 봐서는 안 된다. 단순히 "공사가 불안하다"는 수준이 아니라 관련 법령을 근거로 특수건강진단, 교육 이수, 위험성평가, 작업계획서, 보호구 지급, 출입통제, MSDS 관리 등 점검이 필요한 항목을 조목조목 제시했다.
이 정도의 문제 제기가 나왔다면 관리주체와 공사업체는 "문제없다"는 말부터 할 것이 아니라 관련 자료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누가 언제 안전교육을 받았는지, 위험성평가는 실제 작업 전에 이뤄졌는지, 작업계획서는 현장 상황을 반영해 작성됐는지, 관리감독자는 작업 중 무엇을 확인했는지 입증해야 한다.
입주민이 확인을 요구하는 것은 공사를 방해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자신과 가족이 이용할 승강기가 어떤 절차를 거쳐 설치되는지, 그 과정에서 사람의 생명이 제대로 보호되고 있는지를 묻는 것이다. 이를 불필요한 민원이나 공사 지연의 원인으로 몰아붙인다면 안전에 대한 기본 인식부터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
관계기관의 대응도 중요하다. 제출된 서류에 도장이 찍혀 있다는 이유만으로 조사를 끝내서는 안 된다. 교육이 실제로 실시됐는지, 위험성평가가 현장과 일치하는지, 보호구가 단순히 지급대장에만 존재한 것은 아닌지까지 확인해야 한다. 안전 점검이 서류 맞추기에 머문다면 현장의 위험은 그대로 남는다.
비대위의 주장은 현재 관계기관의 객관적인 조사로 사실 여부를 가려야 할 사안이다. 확인되지 않은 의혹을 위법 사실로 단정해서도 안 되지만, 주민들이 제기한 구체적인 문제를 근거 없는 주장으로 밀어내서도 안 된다. 공사업체와 관리주체에는 충분한 소명 기회를 주되, 위반 사실이 확인되면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엄중히 물어야 한다.
승강기는 완공 후 외관만 말끔하다고 안전한 시설이 되는 것이 아니다. 보이지 않는 승강로 안에서 어떤 작업이 이뤄졌고, 누가 어떤 기준으로 감독했는지가 더 중요하다.
안전수칙은 사고가 난 뒤 펼쳐 보는 면책용 문서가 아니다. 사람의 목숨을 지키라는 현장의 명령이다. 쌍용아파트 승강기 공사를 둘러싼 의혹에 관계기관이 철저한 조사로 답해야 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안전에 '적당히'란 없다. 규정을 지켰다면 자료로 증명하고, 지키지 않았다면 책임져야 한다. 그것이 전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