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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인기 메모리칩 저장 임무명령 데이터 결정적 증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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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원 기자

승인 : 2014. 05. 08. 19:28

한미 25명 전문가 모두 3대 무인기 발진·복귀지점 북한 동의…군 대책마련 시급 지적
삼척 무인기
지난 3~4월 잇따라 발견된 소형 무인기 3대는 모두 북한 지역에서 발진한 북한 소행인 것으로 한·미 공동팀의 조사 결과 확인됐다고 국방부가 8일 밝혔다. 사진은 삼척 무인기 비행 계획과 경로. / 국방부 제공



한·미 전문가들이 소형 무인기 침투가 명백한 북한 소행이라고 결론을 내릴 수 있었던 것은 위성항법장치(GPS) 정보가 담긴 무인기 메모리칩에 저장된 임무명령 데이터가 결정적 증거가 됐다.


지난 3~4월에 걸쳐 경기도 파주와 서해 백령도, 강원도 삼척에서 발견된 무인기 3대가 모두 북한에서 발진하고 복귀 지점도 북한인 것을 확인해 준 스모킹 건이 된 것이다.


조사에 참여한 25명의 전문가는 모두 무인기 3대의 발진지점이 북한이라는 점에 동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군 당국은 지난달 14일 한국 15명과 미국 10명의 무인기 전문가 25명으로 공동 조사전담팀을 꾸려 무인기 비행경로를 확인할 수 있는 GPS 정보가 담긴 임무명령서 해독에 주력했다.


GPS 수신기가 장착된 추락 무인기들은 임무명령 데이터에 따라 이륙한 후 입력된 좌표에 의해 비행하면서 사전에 명령받은 좌표 상공에서 사진을 촬영하고 복귀 좌표를 따라 이륙 지점으로 되돌아오도록 고안됐다.


따라서 조사전담팀은 무인기의 임무명령 데이터를 추출하기 위해서 무인기 메모리 칩을 다른 콘솔(장치)에 연결하는 방식을 활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 관계자는 "북한 무인기에 장착된 중국제 메모리는 한 번도 접해보지 못해 관련기관을 통해 중국에서 회로 안내서를 입수해 분석하는데 시간이 걸렸다"고 설명했다.


다행히 임무명령 데이터가 전원이 꺼지면 데이터가 사라지는 휘발성 메모리가 아닌 비휘발성 메모리에 저장돼 있어 복구할 수 있었다.


무인기 3대는 모두 우리 수도권 주요 핵심지역과 군사시설 상공을 지나가도록 계획됐고, 파주 추락 무인기는 7∼9초, 백령도 추락 무인기는 18∼20초 간격으로 사진을 촬영한 사실이 조사결과 확인됐다고 국방부는 전했다.


백령도 무인기는 1.8㎞ 고도에서 119장의 사진을 촬영했다. 대청도와 소청도 상공을 지그재그식으로 정찰비행하면서 군사시설을 찍은 것으로 확인됐다. 비행계획상 설정된 81개 항로점을 연결한 거리는 423㎞에 달했다.
 
파주에서 발견된 무인기가 촬영한 178장의 사진을 분석한 결과 경기도 파주 시청 근방에서 촬영이 시작돼 동남 방향으로 비행했다. 서울시청 근처에서 유턴한 다음 남하했던 궤적을 역으로 올라가는 방식으로 비행했다.


이 무인기는 당초 2.5㎞ 상공을 유지하면서 남하했지만 북쪽으로 돌아가면서 기체 이상으로 고도가 점차 낮아졌다. 비행계획상 16개 항로점을 연결한 거리는 133㎞였다.
 
삼척에서 발견된 무인기는 비행고도가 2.5㎞로 비행계획상 29개 항로점을 연결한 거리는 150㎞였다.


3대의 북한 무인기는 비행계획을 모두 이행하지 못하고 중간에 기체이상 혹은 연료 부족으로 추락했다.


우리 군은 북한이 홍콩을 경유해 중국에서 개발한 무인기를 수입해 복제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김종성 국방과학연구소 무인기(UAV)사업단장은 이날 북한  소형 무인기에 대한 과학기술 조사결과 발표에서 "중국의 무인기와 외형이나 기타 제원 상 특성은 매우 유사하다"고 밝혔다.


국방부는 중국 무인기 개발 업체와의 연관성을 확인하기 위해 지난달 중순 외교 경로를 통해 중국 정부에 협조를 요청한 상태다.


이성열 합참 전략무기기술정보과장은 "중국측에 질의했다"면서 "답변은 해당 회사가 민간회사이고 정부의 통제를 받지 않아 생산과 판매 활동에 관여할 수 없다는 내용이었다"고 말했다.


이번에 발견된 3대 무인기는 자체 중량이 10∼14㎏이지만 카메라와 낙하산을 제거하면 탑재할 수 있는 중량은 3∼4㎏으로 분석됐다.


국방부는 "북한 무인기는 중량이 10∼14㎏으로, 연료통(파주 4.97ℓ·백령도 3.4ℓ) 크기를 고려하면 비행거리는 280∼400여㎞에 이를 것"이라고 추정했다.


체코제 4행정 휘발유 엔진을 사용한 백령도 무인기는 정상적으로 비행하면 전체 비행시간은 2시간20분가량으로 추정되고 있다. 탑재된 니콘 D800 DSLR 카메라는 0.2m급의 높은 해상도로 촬영이 가능한 것으로 분석됐다. 구글이 제공하는 영상의 해상도는 보통 0.5∼1m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 관계자는 "국방과학연구소의 시뮬레이션에 의하면 이들 무인기에 4㎏의 폭약을 장착해 건물에 충돌시키면 거의 피해가 나지 않고 살상 범위도 1∼2m에 불과하다"면서 "전술핵무기를 탑재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일각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말했다.


하지만 소형 무인기가 발견된 파주와 백령도, 삼척은 군사적으로 중요한 지역이라서 군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파주는 서울과 인접한 곳이고 전시 북한군 탱크가 밀고 내려올 가능성이 큰 통일로와 닿아있다. 백령도는 북한의 서해 북방한계선(NLL) 도발을 저지하는 해병 백령부대를 비롯해 인근 연평도의 해병 연평부대가 있는 최북단 서북도서 군사 요충지다.


삼척 인근 축선은 북한군의 특수부대와 남파 간첩의 해안 침투를 저지하는 해안부대를 비롯한 육상부대가 많은 동부전선의 요충 지역이다.


하지만 우리 군은 북한이 그동안 이들 지역에 언제, 얼마만큼의 무인정찰기를 침투시켰는지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김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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