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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뒷담화]현대중공업, 노조리스크 해소...다만 아쉬운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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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일 기자

승인 : 2015. 02. 17.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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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현대중 임금협약 조인식(20150217) -3
17일 열린 현대중공업 임금협약 조인식에서 권오갑 사장(왼쪽)과 정병모 노조위원장이 악수하고 있다./제공 = 현대중공업
권오갑 현대중공업 사장과 정병모 노조위원장의 악수하는 모습이 17일 공개됐다. 9개월간의 노사간 의견갈등이 마무리되는 순간이었다.

현대중공업 노사는 지난 16일 2014 임금 및 단체협약 조인식을 열고 극단으로 치닫던 갈등의 골을 봉합했다. 지난해 5월부터 지속된 현대중공업 노사의 임단협 협상은 말 그래도 고난의 시기였다.

현대중공업에게 이번 임단협은 지난해 경영실적 악화 이슈보다 더 뼈아픈 경험으로 받아들여진다.

노조와의 갈등은 현대중공업에게 20년간 이렇다 할 갈등 없이 임금협상을 벌였던 기억을 ‘추억’으로 만들어 버렸고, 매년 1조원 이상의 손실을 냈던 현대자동차의 노조리스크가 이제 남의 일이 아니게 됐기 때문이다.

지난해 3조2495억원이라는 천문학적 영업적자를 기록한 현대중공업에게 노조와의 갈등은 예상치 못한 이슈였다. 조단위의 적자로 고강도 구조조정이 실시됐고, 이는 또 다시 노사간 갈들의 골을 깊게 만들었다. 악순환이었다.

어느 누구도 현대중공업의 노조 이슈가 이렇게 길어질 줄은 예상치 못했다. 지난해 노조는 11월 27일과 12월 4일 각각 4시간을 시작으로 12월 17일(7시간·울산), 12월 24일(4시간·군산), 12월 30일(4시간·울산) 부분파업을 벌였다. 사측은 약 158억원의 손실을 봤다. 피해 규모만 보면 다른 기업들의 파업 피해액에 비해 미비하지만 그 동안의 노사관계를 생각하면 현대중공업에게는 타격이 컸다.

지난해 12월 31일, 한해의 마지막날 극적으로 노사간 잠정합의안이 마련되며 새해에는 모든 것이 정상화 될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가 만들어 졌다. 하지만 지난달 7일 조합원 찬반투표가 66.47%의 반대로 부결되면서 사측은 정말 전무후무한 노조갈등을 우려하기 시작했다.

지난 11일 2차 잠정합의안이 마련되고 16일 조합원 투표를 남겨놓았을 때에도 일각에서는 “이번에도 조합원 투표가 부결 되면 사상초유의 노사갈등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았다.

사실 현대중공업은 대규모 적자를 벗어날 경영전략을 마련해야 했지만 노사갈등으로 2015년 사업계획을 구체화 하지 못하고 있었다. 16일 조합원 투표가 부결 될 경우 설 연휴 등을 고려하면 3월까지 협상이 늦춰질 수 있었기에 부담은 상상 이상이었을 것이다.

Goiat FPSO
현대중공업 원통형 FPSO/제공 = 현대중공업
임단협 조인식이 열린 이날 권 사장과 정 위원장은 이제 좌초 위기에 있는 ‘현대중공업 호’를 정상화 시키는데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노사가 상생하며 위기를 극복하겠다는 한 목소리를 낸 것이었다.

길고 긴 갈등의 끝을 알리는 종소리였다. 하지만 아쉬움이 더 컸다. 노사의 한 목소리가 조금 더 빨리 나왔으면 하는 아쉬움이다.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사진 한장 들고 일으켜 세운 현대중공업은 대한민국 조선산업의 역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한민국의 조선을 이끌어 온 현대중공업이기에 어려운 경영환경에서 적자행진을 펼치는 모습은 안타까움 그 자체였다. 여기에 노사문제가 복합적으로 터진 상황은 보는 이로 하여금 큰 아쉬움으로 다가 올 수밖에 없었다. 사측의 입장과 노조측에게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었지만 조금 더 양보의 미덕을 보였다면 힘든 경영상황을 벗어나기 위한 대책도 더 빨리 마련됐을 것이라는 아쉬움이다.

현대중공업은 대한민국 대기업 중의 하나이면서 대한민국 조선산업의 자존심이다. 그리고 이곳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있었기에 현대중공업이라는 기업이 탄생했다. 현대중공업이 있었기에 노동자가 있었고 노동자가 있었기에 현대중공업이 있었다.

어느 기업이나 마찬가지지만 노사가 한마음이 되지 않으면 회사의 위기는 더 큰 위기를 부르기 마련이다. 사측도 노동자들도 이를 모르는 것은 아니다. 다만 바라보는 곳이 다소 다를 뿐이다.

현대중공업 노사도 각자의 시선을 맞추기 위해 대화를 진행해왔고 이날 나름의 결실을 맺었다. 하지만 그 시간이 너무 길었다. 그렇기에 잃은 것도 많아졌다는 말이 여기저기서 나온다.

현대중공업은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기 때문이다. 최악의 성적표를 낸 지난해의 아픔을 넘어서야 하고, 삼성중공업·대우조선해양 등 국내 경쟁사 뿐만 아니라 글로벌 경쟁업계의 위협을 이겨내야 한다. 진심으로 노사가 손을 잡고 앞으로 나아가야만 넘어설 수 있는 산들이다.

과정이 어떻든 지금 현대중공업 노사는 어린시절 운동회에서 하던 2인 3각 경기의 새로운 출발선에 섰다. 9개월간의 갈등이 2인 3각 경기에 필요한 원동력으로 변화할 때가 된 것이다. 노사의 같은 생각· 같은 시선이 현대중공업을 좌초의 의기에서 벗어나게 하는 에너지로 발현되기를 기대해 본다.
박병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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