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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칼럼] 관용과 표절, 그리고 한국과 중국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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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순도 기자

승인 : 2015. 09. 09.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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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으나 참신한 걸작은 있어
중국인들은 “30년 복수도 갚지 않으면 사내대장부가 아니다.”라는 속담이 있는 것에서 보듯 평균적으로 복수의 화신이라고 할 만하다. 반면 굉장히 관용의 미덕을 베풀 줄을 아는 사람들이기도 하다. 여간해서는 사람에 대한 평가를 박하게 하지 않는다. 심지어 가능하면 좋은 면만 보려는 관용적 자세를 가지기 위해 노력까지 기울이기도 한다. 중국이 유럽의 대표적 관용 국가 프랑스가 2차 세계대전이 끝난 다음 나치 부역자들 수 만명을 처형해 몽마르트 언덕을 피로 물들인 것과는 달리 건국 이후 한젠(漢奸. 일본 부역자)들을 대부분 용서한 것은 바로 이런 기질과 관련이 있다고 해도 크게 틀리지 않는다.

중국인들의 이런 기질은 사회 곳곳에 스며들어 있다. 문화, 예술, 산업 분야의 창작 현장에서도 잘 엿보인다. 우선 문화 현장을 대표적으로 꼽을 수 있다. 표절이 만연해 있으나 심하게 몰아치는 경우는 드물다. 예를 들 수도 있다. 한국에서도 상당한 화제를 뿌린 바 있는 ‘화폐전쟁 1권’은 원래 미국 ABC방송의 ‘머니 마스터’라는 다큐멘터리의 대본으로 유명했다. 그럼에도 저자 S 모씨는 버젓이 자신의 이름으로 이 책을 발표, 엄청난 인기몰이를 했다. 당연히 거의 그대로 베꼈다는 사실은 바로 들통이 났다. 비난도 적지 않게 일었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였다. 그는 사과 한 마디 하지 않고 시리즈를 5권까지 이어가는 저력을 발휘해 베스트셀러 작가의 반열에 올라섰다. 지금은 누구도 그를 표절 작가라고 비난하지 않는다.

소설가로 데뷔해 영화, 방송 쪽으로까지 영역을 넓혀가고 있는 하이틴 스타 궈징밍(郭敬明)의 케이스도 크게 다르지 않다. 발표하는 작품마다 표절 시비가 일 만큼 베끼기의 달인이나 오히려 그로 인해 더 유명해졌다. 30대 초반의 나이가 무색하게 큰 돈도 벌었다. 역시 지금은 S 모씨와 비슷한 문화 권력이 됐다.

별에서 온 계승자
‘별에서 온 상속자’의 포스터. 중국의 사회 전반의 베끼기 문화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말해준다./제공=검색엔진 바이두(百度).
예술 분야에서는 지난 해 제작된 TV 드라마 한 편의 사례만 들어도 바로 고개가 숙여진다. 모 방송사에서 한국의 인기 드라마 ‘상속자’와 ‘별에서 온 그대’를 교묘하게 짜깁기한 ‘별에서 온 상속자’를 제작해 방영했음에도 전혀 문제가 없었다. 이러니 산업계 전반에 퍼진 짝퉁 만연 현상이 비판의 대상이 될 까닭이 없다. 중저가 스마트폰 회사로 유명한 샤오미(小米)가 삼성과 애플, 알리바바가 아마존이나 이베이를 베낀 것이 확실하나 카피도 창작이라는 교묘한 말이 면죄부가 되고 있다. 석학 후스(胡適)가 개탄해 마지 않았던 차부둬(差不多·별 차이 없음)정신을 그대로 반영하는 관용적 자세가 아닌가 보인다.

한국인은 이런 중국인들과는 많이 다르다. 관용의 미덕과는 일정한 거리가 있다. 아마 그래서 표절이나 베끼기에 대해 중국보다는 훨씬 더 잣대가 엄격한지 모를 일이다. 지적재산권 보호라는 측면에서 보면 정말 다행이라고 해야 할 것 같다. 물론 이에 대한 반론도 없지는 않다. 그 자체가 성경에 나오는 구절의 표절인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라는 말로 적당한 베끼기에 대해서는 면죄부를 주려는 경향 역시 없지 않다. 하지만 이런 경향이 만연할 경우 사회 모든 면이 창조와 혁신과는 거리가 멀어지게 된다. 국가적으로도 2류 국가 수준은 유지할 수 있어도 초일류 국가를 바라보기는 어렵다. 중국도 이런 사실을 모르지 않는다면 적어도 사회 전반의 표절이나 베끼기의 유행에 대해서는 관용을 베풀지 말아야 하지 않을까 보인다. 장기적으로 볼 때 그것들이 독이 든 성배가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고 할 수 있다.
홍순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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